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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광인의 사랑
게시물ID : dungeon_6708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1
조회수 : 36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3/13 02: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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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폭음. 작게나마 무언가가 터지는 것을 처음 보게 된 날이 소년의 인생을 뿌리부터 송두리째 뒤엎은 날이 되어버렸다. 어느 메카닉의 작품이었던가. 작은 기계가 저 혼자 엉금엉금 기어가 엎어지며 터지는 것은 신묘한 것이었다. 위험하다고 뜯어말리는 것을 떼를 쓴 끝에 기어코 얻어내 그 작은 손으로 작동시킬 때의 쾌감은 다른 무엇과 비교할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길이 아님을 어찌할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그 사각 기계가 움직이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으니 그 어렸던 소년은 일찍이 메카닉이 되는 것을 포기했다. 그 대신으로 삼은 것은, 본디 소년이 홀려있었던 폭탄 그 자체였다.

 소년은 끊임없이 파고들었다. 마치 영혼이라도 붙들린 듯이 그 하나만을 바라보며 살았다. 어른들은 소년을 이상한 아이로 보았고, 또래는 재미없는 아이로 보았지만, 소년에겐 하등 상관없는 일이었다.

 "얘, 자기, 네가 그렇게 재미가 없다며?"

 그렇기에 그에게 누가 다가오는 것 역시 하등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누가 자기야?"
 "그건 신경 꺼. 이 누님의 말버릇이거든. 아무튼, 자기가 그렇게 재미없다면서?"
 "…누가 누님인데?"
 "아, 그것도 말버릇."

 소년은 잠시 소녀를 바라보다가 늘 그랬듯이 자연스레 고개를 돌려버렸다. 무시하면 갈 것으로 생각하며 제 첫 작품을 얼른 완성하기 위해 열심히 손을 움직였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소녀는 통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도리어 눈을 반짝이며 소년의 손끝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것이었다.
 전에 없던 지대한 관심은 소년에게 있어서 일종의 독과 같이 느껴졌다. 소녀를 신경 쓸수록 움직임은 점차 느려졌고, 결국에는.

 "아! 뭐 하는 거야!"
 "알아서 뭐하게!"

 그토록 스스로 기대해왔던 첫 작품을 무자비하게, 원 형태도 남지 않도록 조각조각 분해해버렸다. 분명 아깝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지만, 가시방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소년에겐 충분했다. 다음에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소년은 소녀를 피해 달아나버렸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소녀가 밑도 끝도 없이 끈질긴 성격에 굉장히 억센 성격이었다는 것이었다. 소년이 어디로 가든 소녀는 그 뒤를 쫓았다.
 험한 말을 하면 도리어 더욱 험한 말을 하며 쫓아왔고, 돌을 던져 쫓아내면 어디선가 짱돌을 구해와 소년에게 집어 던져가며 쫓아왔다. 급기야 주먹까지 쓰게 되었지만, 도리어 흠씬 두들겨 맞은 뒤 땅에 거꾸로 처박힌 쪽이 되어버릴 지경이었다.

 "얘, 자기, 이제 나한테 나쁜 짓 안 해?"
 "누가 자기…아니, 어떻게 해도 이기지도 못하고 말도 안 통하잖아. 나 너 완전 싫어."
 "그럼 이제 다시 만들 거야? 중간에 안 무르고?"
 "그럴 거니까 너 진짜 방해하지 마. 방해하면 진짜 가만 안 둘 거야."
 "와, 자기, 너 웃긴다? 누가 들으면 방해한 적 있다고 생각하겠네? 이 누님은 구경만 했는데 자기 혼자 못 견디고 제 손으로 다 부숴 먹었잖아."
 "…."
 "이 누님은 얌전히 구경만 할 거니까, 자기는 침착하게 만들려던 걸 만들기나 해."

 그렇게 소녀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만들어진 소년의 첫 작품은, 제대로 터지지도 않는 실패작이었다.


 "…그래서 자기가 엄청 울었던 거 기억나?"
 "너도 참 별걸 다 기억하고 있다니깐…."

 그녀는 그의 등 뒤에 딱 달라붙어 매달린 채로 낄낄대며 말했다. 귀찮아할 법도 했지만, 그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매달린 채로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그가 가진 직업 탓에 오래 같이 있지도 못하는 거, 이왕 만난 김에 붙어있는 것이 그에게도 그녀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사설 경호 조직에 입사하겠다고 그가 선언했을 때 그녀가 얼마나 놀랐던가, 얼마나 웃었던가. 런처가 되는 게 아니었냐며, 황도 수비군에 들어갈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녀는 그의 말에 연신 웃어댔었다. 그렇게나 웃어대도 얼굴색,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자연히 입을 다물게 되었었다.
 잠깐의 침묵 뒤에 온 말은 진심이냐는 물음. 그 물음에 그는 굳이 답해주지 않았다. 그저 빙그레 웃는 것으로 그녀의 질문에 대신 답할 뿐이었다. 그 웃음 뒤에 그녀는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만날 때마다 어울리지 않는다 할 뿐.

 "그럼, 난 이만 갈게."
 "진짜 잠깐 있다 가네. 좀 더 있다 가면 어디 덧나냐? 그 정도 시간도 못 내줘?"
 "…미안, 자기야! 휴가라도 받는다면 이 형님이 자기랑 같이 놀아줄 테니까, 자기는 자기 나름대로 애인이라도 사귀든가 그래 봐!"
 "…남의 말버릇 따라 하지 마!"

 그 짧은 순간에 주고받을 수 있는 말의 수는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그 적은 말 속에 최대한 많은 감정을 담아가며 서로에게 말을 건넸다. 그 정도 관계에 그들은 만족하고 있었고, 변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 아직도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거야?"
 "그게 말이지~ 미안, 시간 나서 왔는데 쓸데없이 바쁘고 그러네? 그런데 계속 시간이 없을 것 같아."
 "뭐길래 그래?"
 "신작개발이지 뭐겠어?"

 그의 책상 위에 펼쳐진 것은 미완성된 폭탄과 온갖 부품들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빤히 보고는 팔을 휘둘러 그를 때려댔다. 왜 자신과 놀아주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구타에 그는 아프다 호소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세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런데도 책상 앞을 벗어날 생각이 없어 보이자 그녀는 억지로 그를 잡아당겨 댔다. 그는 가볍게 그녀를 뿌리친 뒤 도망치듯 의자에서부터 뛰쳐나왔다.
 그 좁은 방을 몇 바퀴고 빙글빙글 돌면서 벌인 작은 추격전은 그녀가 그를 향해 몸을 날려 쓰러진 것으로 끝이 났다. 그 잠깐의 놀이에 대한 그녀의 평은, 체력 한 번 더럽게 좋다는 소소한 불평이었다.

 "지치지도 않나 봐?"
 "일반인에게 질 체력이면 용병 일 할 수가 없겠지."
 "에잇, 자기 잘났다."
 "아, 아니, 진짜 아프니까 그만 때려."
 "에잇, 에잇, 에잇! 체력 좋아져서 힘으로 이 누님한테 이겨 먹으려고?"
 "진짜 아파, 진짜 아파, 아, 아, 아! 아파!"

 그렇게 한참을 열심히 투닥대던 중, 그녀는 대뜸 몸을 일으켜 세워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냐는 말을 하며. 그녀가 완전히 몸을 일으켜 세워 주변을 살펴볼 때쯤 들려온 소리는, 보인 것은, 작은 절망이었다.
 짧은 순간 동안 그는 많은 것을 생각했다. 아무리 미완이라 해도, 쉽게 터지지 않도록 뒤처리를 했던가. 위력이 어느 정도였던가. 가까운 거리라도, 잘 하면 화상으로 끝날 정도였던가. 그렇게 강하게 했던가. 책상 위에 부품이 얼마나 있었던가. 그녀는 괜찮은 것인가.
 그 온갖 생각이 전부 지나간 뒤에 보인 것은.

 사고가 수습되고, 장례가 시작될 때쯤 들려온 소식은 참담한 것이었다. 컴퍼니가 천계 최고 사제를 암살하려고 시도했다. 그 죄를 물어 그들의 수장이 감옥에 수감되었다. 그가 선택한 것은, 자신의 수장이었다.
 눈물 한 점 흐르지 않지만, 반쯤 온전치 못한 정신으로 그는 홀린 듯이 어디론가 향했다. 그 소식이 진실일 리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는 달렸다. 한참을 달린 뒤에야 자신이 무엇을 하던 중이었는지 깨달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컴퍼니가 호버크래프트를 타고 아라드에 내려온 뒤 한 것은 기반을 잡는 것이었다. 주변을 탐색하고,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조사하고, 결과적으로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였다. 그 역시 탐색을 위해 한창 주변을 둘러보던 중이었다.
 하늘 높이 자라난 나무들과 생전 처음 보는 적대적인 개체들에 내심 감탄하며 걷던 중에 그는 한 여성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는 마음속 어딘가에 말이 통하기는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며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결과는 그의 걱정과는 달리 매우 좋았다.
 그는 아래 세계의 사람과 말이 통한다는 천운과 처음 만나는 사람이 적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에 속으로 크게 감사하며 여성에게 많은 것을 물었다. 마을의 위치, 주변 지형의 정보, 국가에 대한 정보, 심지어 그가 숲속에서 본 미확인 개체들에 대한 정보까지. 실없는 농담을 섞어가며 그는 최대한 많은 것을 물어보았다.

 "그럼 이 근방까진 괜찮다는 거죠?"
 "네. 저쪽 숲으로 들어가면 잘못했다간 못 나오거든요. 아, 마을까지 바래다 드릴까요?"
 "혼자면 같이 갔겠지만, 동료가 아주 많거든요. 이것저것 알려줘서 고마워요, 자기! 몸조심해요!"
 "헤헤, 자칭 천사님도 몸조심하세요."

 그는 멀어지는 여성을 끝까지 지켜보다 그녀가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쯤 몸을 돌려 그의 스승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천계에서부터 이어져 오던 더 컴퍼니 특유의 철두철미함과 높은 의뢰 성공률을 기반으로 컴퍼니는 아라드에 자신들의 뿌리를 내리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이어진 새로운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기존에 사용하던 전법과 얽어내 그들만의 새로운 전투술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강력한 용병 집단으로서 그 위세를 드높일 때쯤, 그는 대뜸 일을 그만두었다. 틀림없이 용병 일은 매력적인 일이지만, 아라드가 너무 아름다워 용병으로만 살기엔 너무 아깝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물론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였고, 그의 마음속에만 품은 진짜 이유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맨 처음 도착했던, 엘븐가드 근처에 갈 때마다 무언가라도 찾듯이 두리번거리던 이유. 멀리서라도 보이면 만족한 듯 슬며시 웃었고, 끝내 못 찾으면 내심 실망했던 이유.
 그는 일을 때려치우자마자 곧장 엘븐가드로 달려갔다. 한달음에 달려가 그녀를 찾았다. 그 첫 만남 이후로 제대로 만난 적도 없었지만, 줄곧 기억하고 있었던 그녀를 찾아갔다.

 "이봐요! 자기, 저기, 자기!"
 "아, 안녕하세요."
 "자기, 그, 나, 기억해요?"
 "어…아, 자칭 천사…였던가요? 오랜만이에요."
 "그러게요. 간만이네요, 자기."


 그가 그녀의 집에 얹혀서 살기 시작한 지 두어 년쯤 지났다. 그동안 그는 엘븐가드 근처의 몬스터들을 소탕한다던가, 가끔 멀리 나가 무력이 필요한 일을 하며 돈을 제법 벌어오곤 했다.
 그렇게 소소하게 행복을 유지하는 한편, 오랜 옛날부터 자신이 그리도 좋아하던 폭탄에 대한 것도 끈질기게 붙잡아가며 지극히 개인적인 행복 역시 유지하고 있었다.

 "이봐, 자네! 이제 좀 일이 끝났나?"
 "네, 뭐. 그렇죠, 자기. 얼른 돌아오고 싶었다니까요?"
 "하하! 정말이지 자네의 그 말버릇은 고쳐질 줄을 모르는구만. 얼른 돌아가서 인사 나누고 오라고. 돌아오면 한잔하자고 했잖아."
 "네, 네. 금방 올게요."

 실없이 웃으며 얼른 발걸음을 재촉하려는 찰나, 저 멀리에서 귀를 울리는 강렬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가 살면서 지겹도록 들어온 소리. 지독하디 지독한, 폭음이었다. 그리고 그 소리가 들려온 방향은 무슨 우연의 일치인가, 그가 가려고 하는 방향이었다.

 그는 불타는 집 안으로 몸을 날렸다. 불길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시점에서부터 이미 이성은 없었다. 사방이 불에 타고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미친 듯이 그녀의 이름을 불러댔다. 매캐한 연기에 목이 막힐 듯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불타는 가재도구를 맨손으로 치우며 그녀를 불렀다.
 제발 뭐라도 대답해주길 빌면서, 땅을 기던 그는 불길 속에서 대체 무엇이 문제였냐 절망하며 어느 순간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땐, 온몸에 붕대를 감은 채 어딘가에 눕혀진 채였다. 주변을 둘러봤을 때 그 외의 사람은 없었다. 멍한 정신을 부여잡고서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다친 그를 돌봐주던 사람이 돌아왔을 때, 그는 이미 어디론가 떠나 그가 있었다는 흔적은 텅 빈 방 말고는 없었다.



Penthrite 언터쳐블



안녕하세요. 작년 8월에 왔던 흔한 아라드의 글쟁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습니다.

오늘의 아라드 월드는 총검맨의 이야기.

천계 타임라인 생각하면서 머리 쥐뜯다가 포기하고 대충 했습니다.

천계쪽 타임라인 정리좀...


그럼 즐겁게 읽으셨길 빌면서

어김없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펜트리트는 그녀들이 죽은 뒤 단 한 번도 울지 않았습니다.


2. 사고의 원인은 전부 본인의 부주의였습니다.

2-1. 그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폭탄을 포기하지도 않고, 폭탄을 증오하지도, 혐오하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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