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협회가 실질적인 선장 부재 상태로 표류하면서 정식 체육종목 선정 등 시급한 현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신배 회장의 후임을 두고 e스포츠협회가 두 달째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SK그룹 인사에서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이 SK C&C 대표로 옮기고 그 자리에 정만원 사장이 부임했다. 이 과정에서 e스포츠협회장 승계 문제가 불거졌다. 정 사장이 SK텔레콤 안팎에 쌓여있는 과제를 처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e스포츠협회장 승계에 난색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결국 서류상으로는 여전히 김신배 회장이지만 협회는 실질적인 회장 부재 상태로 두달 이상 운영되고 있다.
e스포츠협회 측은 “회장 승계는 사무국에서 관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고충을 밝히며 “이번 주 중에는 어떤 형태로든 회장 선임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회장 승계가 늦어지면서 e스포츠협회는 현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e스포츠의 정식 체육종목 편입 사업이다. 김신배 회장은 이 문제에 대해 의지를 강력하게 밝혔지만 최근 바둑이 정식 체육종목으로 선정될 때 e스포츠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최원제 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실무 차원의 준비는 차질 없이 처리하고 있다”며 “회장 승계가 마무리되면 좀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회장 승계 주체로는 SK텔레콤 내의 사내독립기업 사장 중 한 명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외 컨버전스 및 인터넷 사업을 총괄하는 오세현 C&I 비즈니스 CIC 사장과 글로벌 전략조정 및 전사 경영지원을 총괄하는 서진우 GMS CIC 사장이 적임자로 거론되고 있다.
e스포츠협회 정관에는 구단주 역할을 하는 이사 중 한 명을 회장으로 선임하도록 규정돼 있다. 협회 회원사인 삼성전자와 STX도 대표이사가 아닌 임원이 구단주 자격으로 이사에 등록돼 있다. 따라서 독립기업 사장 중 누가 회장이 되더라도 절차상에는 하자가 없다.
한편 김신배 사장이 겸임하고 있는 국제 e스포츠연맹 의장직은 김 사장이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e스포츠 구단주로 한정돼 있는 협회와 달리 e스포츠연맹 의장은 특별한 제한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회장이라는 상징성과 영향력 때문이라도 정만원 사장이 맡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며 “e스포츠협회 회원사들의 의지가 한풀 꺾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