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의 시청율 지상 주의는 정말 없어져야 합니다.
하기사 시청율 올리는게 밥벌이라 하지만 넘 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모 피디는 지가 파는 물건을 선전 하기 위해 뻘짓을 하더니,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또 뻘짓을 해서 한 귀농한 농부의
맘을 에리게 합니다.
채널A의 먹거리X파일
백화고의 숨은 꼼수라는 제목으로
이틀전에 방영됬었네요.
서울에서 두 형제가 귀농을 원하여 왔다길래 연락없이 오면 방문을 받아주지 않지만
저희도 두 형제가 귀농하여
힘들게 농사를 짓고 있기에 동질감을 느껴
현실적인 부분들을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연탄으로 재배하는 곳도 있다더라는
말씀을 하셔서 연탄은 쓰면 안된다고 부연설명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전화가 여러통 들어왔습니다.
"채널A의 먹거리X파일에서 화송농장의 간판을 보았습니다. 농장명함과 비교해보니 확실히
농장간판이 맞는 듯 하여 전화드립니다.
어찌된 일입니까?"
"방송봤는데 여기농장맞죠? 사람이 할짓입니까?"
"방송보니 이 농장이던데 어떻게 이런걸 팝니까?"
당황하여 저희는 연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해명과 함께 TV다시보기를 통하여 사태파악을
했습니다. 연탄을 사용한 농장들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아무리 객관적으로 보아도
전체적인 맥락으로 봤을 때 저희도 연탄을
사용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더군다나 방송 중간중간에 총 2번 저희 농장이 나와서 굉장히 좋지 않게 보이더군요..
칡을 캐러 다녀와 지친 상태에서
그런 전화들을 받으니 정말 패닉이 왔습니다..
큰 회사도 아니고 가족이 작은 농장을 꾸려나가는데 멀리서 왔다면서 두 형제가
귀농을 한다니 더욱 보여준 호의를 이렇게
이용하다니 정말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듭니다.
현재 부모님은 충격을 받으셔서 식사도
하지 않으시고 자리에 누워계십니다.
정이 많으신 분들이라 누구든지 오면
잘왔다고 이것저것 챙겨주시고
밥이라도 먹고 가라고 하시는 분들인데..
그날도 멀리서 왔는데 그냥 보내지 말고
현실적으로 이야기도 좀 해주고
칡즙도 마시라고 주고 해라 하셨던 분들입니다.
제3자입장에서 봤을 때 방송에서 이농장이
연탄을 씁니다라고 하지는 않았으니 괜찮은거
아니냐 할 수도 있습니다.
저희도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도 전화기가 쉬질 못했습니다.
오전에 가족모두 칡을 캐러 갔다가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 일찍 내려왔습니다.
간판을 저렇게 노출시키면 어떻게 모릅니까?
전국에서 백화고버섯과 오디를 같이 재배판매하는 곳이 또 있을까요? 저희 명함의 디자인이 그대로 노출되어 명함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장모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방송나온거 뭐냐며.. 분통터진다고.. 어떻게 방송을 저런식으로 하냐며 분개하셨습니다.
누구보다도 저희가 힘들게 귀농을 하고 있다는 걸 가장 잘 아시는 분이니까요.
더 웃긴것은 저희 간판을 비추며 "백화고만을 판매한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라고 나레이션을 하더군요.
저 간판은 농장위치안내를 위해
설치해놓은 입간판입니다.
백화고버섯과 오디가 주종목이기 때문에
이해를 위해 사진을 같이 첨부한 것이고요.
실제로 저희 농장은 시골안이라
길찾기가 어려워 헤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배려의 용도를 저런식으로 매도하니
정말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앞으로 저희 농장은 귀농과 버섯재배를 위해
오시는 분들 절대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농사꾼의 호의를 이런식으로 이용하여
사람마음을 다치게 하니 참...
오늘 먹거리X파일 제보전화가 홈페이지에
보이길래 전화해보니 계속 받지를 않아서
채널A 대표전화번호로도 연결시도를 했으나
역시 받지를 않았습니다.
총 11번의 전화를 통해 겨우
시청자상담실의 전화로 연결이 되어
지금 상황이 이러이러합니다.
어떻게 해야합니까?라고 여쭈니
담당부서쪽으로 전해주겠다고 하여 알겠습니다하고 끊었습니다.
2시간 정도가 지나 관계자라고 하시며
전화가 와서 농장상황을 말씀드리니
"저희는 화송농장을 연탄재배를 한다고 언급한 적도 없으며 그럴 의도로 방영하지 않았습니다."
이러시기에
"그럴 의도가 아니라고 하셨지만 지금 농장으로
항의전화가 계속 들어옵니다. 해명을 해도 믿지 않으십니다. 정정보도등의 조치를 취해주셨으면 합니다."
라는 내용의 대화를 반복적으로 나누다
먹거리 X파일 - "그럼 어떻게 해주길 원하세요?"
화송농장 - "저희농장에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정정보도든 게시판에 공식적으로 글을 올려주시길 원합니다."
먹거리 X파일 - "그럼 일단 상부에 보고하고 회의를 거친 후 내일중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화송농장 - "꼭 연락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게 통화의 전문입니다.
전화가 끝날 때까지 사과의 한마디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촬영을 해갔으면 한다고 말씀하시지..
이런식으로 몰래 촬영을 하고 방영을 하니
저희가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기분이 참.. 그렇습니다.
타이밍이 딱 맞게도 오늘 온라인 한곳에서 공동구매를 시작하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 구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잠도 안오고 불안감만 커지고 생각이 많아집니다.
저희 농장에서는 버섯배지를 들이는 순간부터
침수, 버섯 발생등의 모든 과정을 사진과 글로 올려놓았습니다.
저희는 톱밥배지로 버섯재배를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과정들을 모두 공개해놓았고요.
참나무재배만 힘든 것이 아닙니다.
배지재배도 힘듭니다.
힘들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방송분위기가 톱밥배지자체도 좋지 않게 말하는 것 같아 씁니다.
이런식으로 방영을 해버리면 안그래도 힘들게
배지재배하시는 분들 짓누르는 것밖에 안됩니다..
다른 분들이 어떻게 재배하시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저희 농장같은 경우 3중 시설하우스를 만들었습니다.
침수 후에 균상대로 일일이 하나씩 옮겨
버섯발생을 기다립니다.
작은 버섯들이 나오면 이 때 얼지 않게
일정온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게끔만
난방을 시켜줍니다.
이때는 비닐이 3중이더라도 위험하니까요.
그 후엔 냉난방기의 사용은 없습니다.
초기를 견뎠으니 3중만으로도 괜찮으니까요.
저희 농장은 산을 끼고 있어 굉장히 춥고
바람이 세게 붑니다.
편하게 냉난방기를 트는 대신 밤이고 새벽이고
하우스에 가서 지켜봅니다.
3중 비닐하우스로 냉난방기를 대신 하는겁니다.
낮엔 모두 개방하여 햇빛을 보게끔 해줍니다.
시설하우스라고 버섯수확까지 계속
시설을 이용하지 않습니다.
저희도 자연과 더불어 키웁니다.
비오면 당연히 백화고 발생이 어렵습니다.
기계가 모든걸 해주지 않습니다.
날씨가, 하늘이 도와줘야 합니다.
시설하우스 지어놓고 미련하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 가족, 아이들이 먹는 것 조금이라도 좋은 것
먹이고 싶은 마음이니까요.
5살, 생후11개월 저희 두 아이들도 먹습니다.
과연 저희가 농산물을 그런식으로 재배할까요?
버섯뿐만이 아니라 오디, 양파, 마늘, 고추 등
제철 농산물을 재배하여 저희 가족도 먹으면서
판매하는건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내일 연락을 주신다니 기다려보고
연락이 오는대로 결과 올리겠습니다.
오랜만의 글에 무거운 글을 남겨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이번 방송으로 백화고버섯을 재배한다는 이유로,
톱밥배지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농가들이 있을텐데 모두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