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잘 지내셨어요?
그동안 눈코뜰 새 없이 바빠서 근황이나 결과나 하는 것들을 채 올릴 새가 없었네요.
술은 다소 신 맛이 있는 것 외에는 잘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술글을 쓰려 보니 술게시판이 풍비박산나서 아예 사라져버려 있네요. 술도 음식이니까 여기에 올리는게 맞겠다 싶어서 올려요
술독입니다.
술독에 술덧을 넣은 뒤 사흘째 되는 날이예요. 위에 보이는 기포는 누룩의 균들이 발효를 일으키며 알콜과 함께 만드는 이산화탄소가 보글보글보글
보글보글하고 나오는겁니다. 저 모습이 마치 '술이 끓는 것 같다' 고 해서 먼저 사신 분들께서는 술이 끓는다는 표현을 쓰시죠. 독 뚜껑을 닫아두고서 가만 귀를 대면 술 끓는 소리로 독이 울리는 소리가 나는데 그게 참 경이로워요. 종종 과방 들르는 사람들 불러다 가만-히 술독에 귀를 대게 하고선 술 익는 소리를 조금 나누어 주곤 했어요
그 다음 새벽 3시예요. 술덧에 온도계를 꽂아봤는데 32도더라구요. 발효가 진행되는 동안에 술독 온도가 상승하게 되는데, 32도를 넘어서면 이상발효를 일으켜 술맛이 상할 수 있어요. 그래서 온도가 넘지 않게 술독 옆에서 쪽잠을 자며 온도를 낮춰줘야 해요. 집은 일산인데, 술독 온도는 내려가질 않고, 차는 일찌감치 끊긴데다 다음날 아침 9시에 수업이 시작하기 때문에 아예 학교 과방에서 자기로 결정했습니다. 푸른 고무대야에 담긴 물까지도 계속 따뜻해져 몇번이고 물을 갈아줘야 했을만큼 열이 많이 발생해 노심초사했습니다.
이건 또 그 다음날입니다. 온도가 많이 내려갔더라구요. 술덧을 마셔보면 알콜 도수가 이미 상당합니다. 너무 자주 열면 안좋다는 것을 알았지마는 하루 한번 정도는 저어주라는 말을 들어서...
어쨌거나 술은 익어갑니다.
이제
술이 다 익은 사진,
간꼴사입니다.
ㅎㅎ
진짜 동동주는 밥알이 동동동동 뜹니다. 이걸 보고 우리 선조들은 개미가 물에 뜬 것 같다고 뜰 부에 개미 의를 써 부의주(浮蟻酒) 라고 불렀죠.
여기서 위에 뜬 맑은 부분만 잘 걸러서 마시면 청주(약주)가 되고, 밑에 가라앉은 부분 중 탁한 것까지 함께 섞어 마시면 탁주가 되죠. 위에 뜬 맑은 술 살짝 떠서 마시니깐 맛이 너무 좋은거예요! 그래서 한두모금씩 홀짝홀짝 하다가 꽐라가 되어 수업을 들어간 적이 있네요ㅎㅎ전날의 과음으로 과방에 널부러져 자고 있던 25년산 신방과의 기인 하나에게 이 술을 살짝 떠 맛보여줬더니 평생 맛본 음식 및 술 중에 제일 맛있었노라고 감탄을 토하더라구요.
술 거르는 작업과, 그 외의 다른 이야기들은 여러분과 조만간 다시 나누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