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당연한 말이라 굳이 할필요가 없는 말이지만,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지금에는 늘 상기해야 하는 말이 있어 먼저 이말로 시작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순방중에 열린 11월 5일의 국무회의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 청구가 의결되었다. 법무부의 황교안 장관은 곧 헌재에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을 '신속히'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로, 극심한 정치적 대립과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며, 더 나아가 해묵은 사상적 대립까지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명백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가 정당해산청구를 진행하는 것은, 1. 지난 대선에 자행된 국정원등의 댓글 선거 개입에 대한 논란으로부터 여론의 시선을 돌리고, 2. 전교조의 노조지위 박탈등과 함께 잠재적이고 현재적인 반정부적인 단체 및 세력에 대한 탄압 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정권이 부정을 부정으로 덮는 정부였다면, 박근혜 정부는 국가권력을 통한 탄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정부라 할말하다.
노파심때문에 미리 밝히지만, 나는 사실 통합진보당에대해 우호적이지 않고 오히려 대한민국의 진보를 위해 통합진보당의 발전적 해체를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이번 정부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청구의 근거는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
첫번째로, 통합진보당 강령인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자주적 민주정부를 세우고, 민중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생활 전반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하략)" 라는 강령과, "민중주권 보장을 위해 정당법과 선거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등의 내용이 대한민국 헌법의 '국민주권주의' 에 위배된다는 정부의 주장은 그야말로 말장난에 불과하다.
국민주권주의는 국가의 권력은 국민에게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 은 누구인가? 당연히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모든 사람' 은 바로 국민이다. 지금 정부가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이 주권자인데 민중과 노동자만을 주권자로 명시하였다' 라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말장난이라는 것이다.
민중은 국민이며 노동자는 모든 일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다. 따라서 '민중' 과 '노동자' 는 전체국민중에서 특정 계급이나 집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국민들의 특성을 좀 더 세밀하게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이게 문제가 된다면 '서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 '서민을 위한 정당' '서민의 꿈이 실현되는 나라' 따위의 표현은 아무런 문제가 안되는가?
혹자는 '통합진보당의 민중은 공산주의에서 말하는 민중, 즉 무산계급을 의미하는 것이다' 라고 하며 말의 실질적인 의미를 따져보아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실질적인 의미를 따져보자면 새누리당은 유산계급과 대기업과 친일파만을 위한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는가? 또 '서민을 위한 정당' 이라는 캐치프래이즈는 대한민국의 어느 정당이나 사용하는 것인데, 만일 '민중' 과 '노동자' 라는 단어가 문제가 된다면, '서민' 이라는 단어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
또한 '같은 국민이라도 불온한 사상을 가진 국민은 적으로 보아야 한다' 라고도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역시 대한민국의 헌법을 논할 지적수준이 없는 사람의 헛소리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헌법은 죄형법정주의 명시하였다. 죄형법정주의란 죄와 형벌은 법으로 정한다는 말이고, 대한민국의 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최종적인 유죄확정이 되지않는 경우에는 누구든 무죄로 추정하도록 되어 있다. 지금 통합진보당 당원 하나하나가 국가보안법으로 적국의 스파이 또는 대한민국 전복세력으로 규정되지도 않았는데 무슨 '불온한 사상' 따위를 들먹이는가?
두번째로,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후략) 이와 연동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종속적 한미동맹 체제를 해체", "대표적 반민주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후략) 폐지", "6·15공동선언, 10·4선언을 이행하고 자주적 평화통일을 추구" 등의 내용이 '고려연방제' 통일을 주장하는 북한의 주장과 일치한다는 근거 역시 말이 안된다.
휴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든, 주한미군의 철수이든, 한미동맹의 해체이든, 한미동맹을 종속적 체제로 규정하든, 이 모든것은 언론, 출판, 사상의 자유에 속한다. 내가 박근혜 정권을 반민주적인 정권으로 규정하는 것 역시 나의 자유이다. 만일 북한의 주장과 나 혹은 다른 사람, 단체 등의 주장 중그 내용의 유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한민국에서 정치적 자유를 박탈당해야 한다면, 벌레들 외에는 대한민국에서 정치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6.15 공동선언, 10.4 선언등은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과 맺은 협약이다. 북한의 남한내 지하세력이 북한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받은 행동강령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협약의 이행을 촉구하는 것을 어떻게 문제 삼을 수 있는가?
또한 이러한 통합진보당의 강령등이 실질적으로 북한을 이롭게 하였느냐를 단한번도 제대로 따지지도 않은채 어떻게 그 내용의 유사성만을 가지고 '북한동조세력' 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말인가? 북한이 평화를 주장할때 같이 평화를 주장하면 이것 역시 종북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한마디로 병신들의 논리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수많은 공약들이 그야말로 창녀가 한번 쓰고 버린 콘돔정도로 취급되고 있지만, 국민대통합의 그 약속은 어디로 가버렸는가? 정치적인 반대 세력을 갖가지 국가권력을 총동원하여 탄압하고 억압하는 것은 도대체 어디서 배워먹었는가?
법에 의한 형식과 절차만 맞으면 그 법의 집행은 합법이라는 것은 독일의 나치당의 사고방식이었다. 현재 대한민국을 차지한 정권의 사고방식도 이와 똑같다. 이러한 점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청구가 아닌, 박근혜 정권에 대한 정권하야청구가 시급한 때이다. 탄핵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또 하야하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