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의 흔적은 실제로 벽 안에 있습니다.
벽은 그대로 놓고 다른 벽을 만들어 놓았으니까요.
(물론 그곳은 격실로 따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일반인은 출입 금지입니다. )
이 이야기는 루리웹유저 대구에 거주하셨던 "명함줘코난님"의 사연입니다.
내가 2002년 1월에 군대를 갔습니다...
대구에 살던 때였죠
1년이 지난 뒤 2003년 2월 17일 휴가를 하루 앞둔날 불알친구 3명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나 내일 휴가나간다..만나서 밥이나 먹자"
차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휴게소를 들렸는데..휴게소의 사람들이 난리가 아니더군요..
저는 전쟁났나 싶어서 내부로 들어가니 TV에 자막이 나오더군요..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화재로 인한 통제"
다시 버스를 타고 내려가는데 버스 내부 TV에 사망자속출이라고 나오더군요...
불안했습니다..혹시 몰라 "아니겠지.." 했지만
그 불안감을 쉽게 떨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차를 달려 동대구 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1시 20분...
중간에 차가 고장나서 늦게 도착했답니다..
급하게 터미널의 공중전화를 잡고 또 전화를 했지만 3명 다 전화를 안받고..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더군요..
부랴부랴 친구들 집으로 전화를 하니 친구의 어머니 혹은 가족들이 받더군요...
모두 저를 잘 아시는 분들이라 친구들의 행방을 물으니
지금 중앙로역으로 가신다고 합니다...
"안돼....아냐...아니겠지" 이런 생각에 택시를 타고 급하게 중앙로역으로 내달렸습니다..
도착을 하니..주변에 소방관,경찰관,구급차...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친구들이 안에 있을 것 같다는 불안감에 선물로 줄려고 갖고
온 지포라이터가 든 가방도 내팽겨치고 뛰어들려니 소방관이 말립니다...
"유독가스가 가득해서 들어가면 송장된다"구요..
반대편에서 시체 1구가 발견되었다며 구급요원이 흰 천에 덮어씌워 올라옵니다...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어 차도를 넘어 반대편으로 다가가서 천을 들추니...
내 초등불알친구가 나옵니다..
흔들어봐도 조용합니다..재영의 아버지와 동생이 불렀으나 미동도 없습니다..
더 슬펐던건 뒤이어 올라오는 흰 천에 장철재..오수환의 시신이 같이 올라옵니다...
철재가 먼저 군대갈 때 내가 사줬던 시계를 차고 있던 그 모습에...
저는 불안이 현실이 되는걸 알았습니다..
구급요원이 얘기합니다..연기가 걷혀서 시신을 찾는데 철제셔터 앞에서 3명을 같이 찾았답니다..
더욱이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발견된 것이 내려진 셔터를 들어올리려고 했었답니다..
사람들을 구하려 했겠죠..심호흡이 컸을 겁니다..
저는 죄인입니다..친구 3명을 잡아먹은 죄인입니다..가족들에게 죄송합니다..
2014년 현재..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회사를 다니며 친구를 만나고 일을 하고..가족들과 밥을 먹습니다...
하지만 매년 2월 18일이 되면 대구를 찾습니다..
중앙로역을 갑니다..
저보다 먼저 떠난 친구들을 찾으러 갑니다..
내 친구 3명의 부모님들은 자식을 가슴에 묻으셨습니다..
저는 그분들을 찾아갈 용기가 없습니다..
제게 괜찮다 하시지만 저는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몇일 남지 않은 2월 18일..친구들을 찾아갈 준비를 합니다..
그들은 묘비에 묻혔으나 저는 중앙로역에서 저를 기다릴 친구들을 찾아가야합니다..
올해는 그들을 찾아가 제가 곧 결혼을 한다는 청첩장을 주고 올려고 합니다..
출처 - 루리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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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가 참사이니 만큼
공게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