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회연설을 경청했습니다.
연설이후에도 전문을 다시 한번 읽었습니다.
듣고 읽는 내내 “박근혜대통령은 전쟁을 원하는가?”란 질문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대통령께서 중국과의 ‘협력’ 대신 중국과의 ‘긴장’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 대한 포괄적 제재는, 북한 무역의 90%를 차지하는등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의 협력 없이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사드 한국배치가 “미국이 중국에 꽂는 비수”라며 반발하는 중국에게 박근혜대통령은 “비수 꽂겠다”고 확언을 한 셈입니다.
왜 사드가 대북용이 아니라 대중용인지는 대통령께서 더 잘 아실 것이라 여기서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약2000킬로 이내의 모든 군사적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는 레이더를 중국의 코앞에 배치하는 것은 사실상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뿐, 한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대통령께서는 개성공단 철수조치를 통해 남북한관계의 완전한 단절을 사실상 선언하였습니다.
이것이 국내법과 유엔안보리결의 위반이며 극단적이지만 실효성은 없는 조치라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위기가 고조되어도 포기하지 않았던 남북한의 평화적 관계정착 노력과 역사가 물거품이 된 것이니까요
박근혜대통령께 평화통일의 새로운 길을 여는 지도자까지를 바라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평화통일의 노력 자체를 무산시킬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설마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그런 결정을 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을 하겠습니까?
남북관계의 완전한 단절은 우리 국민의 목숨과 운명을 강대국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만큼 위험한 일이 있을까요?
그런 위험한 결정을 국회의 의견조차 묻지 않고 독단적으로 내리고, 따르라고 주문하는 대통령을 뵈며,
저는 어떻게든 평화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간절함에 애간장이 탑니다.
제 아버님은 해군사관학교를 나와 해병대중령으로 예편하신 참전용사입니다.
한국전쟁과 월남전에 참전하셨지만 생전에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하신 적이 없습니다.
다만 “전쟁은 안된다”는 입장은 확고하셨습니다. 온갖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고김대중대통령을 존경하셨던 중요한 이유도 그때문이라고 추측합니다.
고김대중대통령은 어떤 순간, 어떤 상황에서도 남북한의 평화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두렵지만 용기 있는 행동을 실천하셨던 분입니다.
전 이런 용기가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순간, 어떤 상황에서도 평화의 길을 찾는 것이 대한민국의 지도자 이니까요.
대통령께서는 오늘 국회연설에서 위기감을 한껏 고조시킨 후, 야당이 재벌퍼주기이고 노동개악이라고 비판하는 법안들의 처리를 요구하였습니다.
이것은 민주적 지도자가 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부도덕한 일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소중한 시민들에게,
‘총알받이 아니면 비정규직’,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거나 혹은 둘 다 하라고 강요한 셈이니까요.
보수진보가 따로 없고 여야가 따로 없는 것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 문제입니다.
그것 때문에 안보도 있고 경제도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어 평화의 길을 찾아야할 때입니다.
일방적이고 질문도 불가능한 국회 연설이 아니라 단 하루라도 소통과 대화를 통해 평화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에게 알려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지 못하는 주인은 주인이 아닙니다.
지금 대통령의 행동은 주인인 국민을 그 자리에서 몰아내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호소합니다. 평화의 길을 찾아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의 뜻을 물어야 합니다.
그것이 대한민국 지도자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