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익 사이트의 집단 공격이 바다를 건넜다. 팝아티스트 낸시랭이 영국을 방문해 펼치려던 퍼포먼스가 취소된 것(<한겨레> 19일치 11면)을 두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관계자는 “한국 누리꾼들의 집단적 이의제기를 받으면서 초대를 취소하게 됐다”고 밝혔다.익명을 요구한 <비비시> 관계자는 19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한국으로부터 100통이 넘는 이메일을 받았다”면서 “메일을 통해 낸시랭이 최근 한국의 박정희 전대통령을 두고 정치적 색깔을 띤 퍼포먼스를 벌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축하받아야 할 기념행사에 논란을 일으키는 인물이 출연자로 적절치 않다는 생각에 초대를 취소하게 됐다. 행사 참석 여부를 미리 공개한 낸시랭의 책임도 크다”고 덧붙였다.낸시랭이 5월8일 영국 기념행사에 참석해 팝아티스트로서 퍼포먼스를 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보수 우익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에서는“낸시랭이 참석하는 것이 맞다면 비비시 쪽에 항의해야 한다”는 게시물이 줄을 이었다. 그보다 앞서 지난 13일 낸시랭이 팝아트협동조합에서 주최한 ‘박정희와 팝아트투어’에 참석하면서 일베 게시판은 낸시랭을 성토하는 글로 도배되다시피 했다.한 일베 회원이 버킹검궁에 보낸 제보 메일이라며 사이트에 공개한 내용을 보면 “낸시랭이 보수의 가치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없다”면서 “낸시랭은 분명 다음달 영국 행사에서도 지난 몇년간 한국에서 해온 것과 똑같은 퍼포먼스를 할 것”이라고 적혀있다. 다른 회원도 “‘낸시랭은 아버지가 살아있는데도 죽었다고 했다. 그를 초대한다면 행사의 질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영국 비비시 사이트에 올렸다”고 하는 등 지난 이틀간 여러 회원들이 돌아가며 비비시 뉴스 사이트와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낸시랭 쪽은 “많은 메일에 부적절한 욕설과 인신공격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비비시 행사가 취소된 뒤에도 일베의 이른바 ‘신상털기’는 그치지 않고 있다. 팝아트협동조합을 잘 알고 있다고 밝힌 한 일베 회원은 낸시랭과 팝아트협동조합을 주도하는 강영민 작가, 그리고 협동조합에 속하지 않은 다른 작가들까지 묶어 신상을 공개하며 자세하게 사생활을 전하기도 했다. 국가정보원, 통일 외교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낸시랭 강제출국, 방송출연금지 등을 요청하는 민원을 올렸다는 글들도 사이트에 이어지고 있다.남은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