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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전방 인근 마을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게시물ID : military_662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과육십원
추천 : 4
조회수 : 34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03/13 19:32:03
저는 20대 중반 여자입니다
대한민국 최전방 인근에서 반평생을 넘게 살았습니다.
주변에 군부대가 즐비합니다. 시내에 군인 대상 용품만 파는 곳도 있고 동네 차로에 탱크나 군인들을 실어나르는 트럭, 참호? 라고 하나요 유사시 군인들이 초소로 활용될 설치물들도 곳곳에 있는 마을에서 살았습니다.

 친한 친구들이 재수가 없어선지 다들 최전방에서 엄청 개고생하며 군대생활을 보내서 다들 몸 한군데씩은 크고 작게 장애가 있습니다. 자기들끼리 "누가 더 병신인가" 술자리 배틀을 벌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오래 사귄 남자친구는 후방에서 행정병으로 군생활을 마쳤습니다. 다만 바로 행정병으로 들어간게 아니라 처음에는 쓰레기장에서 일하는 보직이었다가 업무능력을 인정받아서 행정병이 된 케이스입니다. 어디가서 군대얘기하면 편하게 지내다 나왔다고 명함도 못내민다네요

그리고 이제 곧 군대에 갈 남동생이 있습니다. 올해 2년제 대학에 진학했는데 본인부터 고민이 많습니다. 스무살 되자마자 집으로 날아오는 신검을 독촉하는 편지를 보고 가족들도 마음이 씁쓸합니다

결국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군대와 군인이라는 것이 제 평생에 있어서 전혀 상관없는 다른 세계의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가 학창시절, 학교가 무리하게 산을 깎아 만드는 바람에 조금만 비가 와도 흙이 학교 뒤편 주차장까지 떠밀려오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나보다 많아야 두세살 오빠였을 군인들이 뙤약볕을 쬐며 흙더미를 치워주곤 했습니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저와 제 친구들은 그 모습을 보고 "불합리함"을 가장 많이 느꼈습니다.
 군인은 마을 사람들을 위한 노가다꾼이 아니잖아요. 마을 사람들이 불편한 일이 생긴다면 그건 동사무소에서 해결할 일이 아닐까요?
가장 값싸고 만만하게 부려먹기 좋아서 전방에서 군생활을 보내는 것도 모자라 막일까지 해야하는 군인들의 모습이 참.. 


요즘 군게에서 핫한 여성징병제니 
여성은 군인으로서 효율성이 떨어지니 하는 그런 것들은 제가 판단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쪽으로는 전문가가 아니니까요. 합리적인 방향을 찾아가야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꽃같은 20대의 몇년을 말그대로 막일을 하며 보내야 하는 청년들에게 합당한 보상이 주어줘야하는건 너무나도 당연한것 아닐까요?


이것을 성대결의 문제로 끌고와서 
"나도 이렇게 힘드니까 너 힘든건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하는건 상대방에게 시비거는 것 뿐입니다
 
전방이든 후방이든, 꿀보직이든 아니든, 2년간 자신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합당한 보상조차 받지못하는. 심지어 제대이후까지 예비군의 명목으로 일상생활의 자유까지 박탈당하는 대한민국 남성들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제도는 바뀌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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