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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 TOP 10
게시물ID : movie_661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eya
추천 : 11
조회수 : 1873회
댓글수 : 100개
등록시간 : 2017/04/15 20:52:48
* 순서는 순위가 아니라 연도순입니다.

1. 첨밀밀 (홍콩 / 1996 / 진가신 연출 / 여명, 장만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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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대륙에서 홍콩으로 건너온 두 청년, 이교와 소군.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낯선 땅에서 굳세게 살아가는 둘이 친구에서 연인으로, 연인에서 친구로, 그리고 이역만리 타국에서 서로를 다시 만나는 10년간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뭉클하게 그린, 절대 미워할 수 없는 달달한 멜로영화입니다. 
 우리가 사랑해마지않는 두 홍콩배우, 여명과 장만옥이 주연으로 등장하고, 당연히 그 둘의 사랑이 가장 눈에 띄는 영화이지만, 나이를 먹고 몇번을 거듭해서 볼수록 그 주변의 사랑이야기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네요. 
 동아시아권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대만가수 등려군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더해져 더욱 더 큰 감동을 줍니다. 


2. 원더풀 라이프 (일본 / 2001 / 고레에다 히로카즈 연출 / 아라타, 오다 에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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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과 저승 사이의 림보에 매주 월요일에 지난 한주간 죽은 사람들이 도착합니다. 그들에겐 이곳에서 한주간 머물며 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일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한순간을 꼽아 영화로 만다는 것이죠. 영화로 만들어진 그 순간이 저승으로 가져가 영원히 간직할 '유일한 이승에서의 기억'이 되는겁니다.
 어떤 할머니는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소녀처럼 들떠 이야기하고, 어떤 중년의 남성은 '내 인생엔 힘들었던 기억밖에 없다'며 주저하고, 어떤 삐딱한 청년은 '그런게 뭐가 중요하냐'며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또 누군가는 선택해야할 날짜는 째깍째깍 다가오는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골라내지 못해 애를 먹기도 합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아마 지금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일본감독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제가 고레에다 감독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소박하면서도 큰 울림을 주는, 제게는 제목만 떠올려도 가슴 한 켠이 뭉클해져오는 영화지요. 
 '내가 만약 내일 죽어 림보에 가게된다면, 그래서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단 하나만 골라야한다면나는 어떤 기억을 선택하게될까'라는 질문을 영화보는 내내, 영화를 보고나서도 정말 많이 했죠.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일까'라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해볼만한 질문을 이렇게 과하지 않으면서도 따뜻하고 감동있게 그려낸 감독의 연출과 각본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3. 화양연화 (홍콩 / 2000 / 왕가위 연출 / 양조위, 장만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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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년대 홍콩, 같은 아파트로 이사오게 된 초와 수. 같은 건물에 살다보니 오며가며 자주 스치게 되는 두 사람. 두 사람 모두 기혼자지만 두 사람의 배우자 모두 집을 비우는 날이 잦고, 배우자의 부재로 외로움을 느끼는 그들은 화선지에 먹물이 스미듯, 조금씩 서로에게 젖어들게 됩니다. 하지만 가정이 있는 사람들로서 느끼는 죄의식과 속절없이 지나가는 시간은 그들을 혼란스럽게합니다.
 아, 제목만 떠올려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영화, 여기 또 있네요. 타고난 스타일리스트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감독의 감각이 전작 '중경삼림'과 같이 잘 살아있는데, 그 방향이 전혀 다릅니다. '중경삼림'은 바쁘고 뜨거운 홍콩을 빠른 속도로 잡아냈다면, '화양연화'는 느리고 차분한 홍콩의 뒷골목과 같은 영화기 때문입니다. 미장센으로도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정점에 달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장만옥이 입고 나오는 수십벌의 치파오, 양조위가 시종 뿜어대는 담배연기, 붉은 빛이 내려앉은 골목길 등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것이 이 영화를 위한 완벽한 소품이라고 생각될 정돕니다.
 제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두 배우, 장만옥과 양조위의 명여을 한 스크린에서 볼 수 있어 더욱 더 특별한 작품이죠. 두 배우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연기가 아닌 0에 수렴하는 미시적인 연기를 보여줍니다. 보통 우리는 열기를 뿜어내는 연기를 명연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하지만 두 배우는 외로움, 그리움, 애통함, 황망함 등의 감정을 그 어떤 과장도 없이 깔끔하게 연기해내 끝내 관객의 가슴에 명징한 파문을 새기고야 맙니다. 장만옥씨가 10년 넘게 영화에 출연하지 않고 있는데, 화양연화에서와 같은 그녀의 연기를 하루 빨리 스크린에서 다시 보고싶네요.


4. 고양이를 부탁해 (한국 / 2001 / 정재은 연출 / 배두나, 이요원, 옥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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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의 여상을 함께 졸업한 친구들, 태희와 혜주와 지영. 태희는 자유롭게 떠다니는 보헤미안과 같은 삶을 꿈꾸지만 지금은 그 꿈을 펼치지 못한채 아버지가 경영하는 찜질방에서 무보수로 카운터를 보고있습니다. 인천을 벗어나 서울깍쟁이가 되고싶은 혜주는 강남의 증권회사에서 일하지만 여상을 갓 졸업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서류복사, 커피심부름 등의 잔심부름이 전부. 하지만 욕심많은 그녀는 영어공부도 열심히하고 성형수술도 해서 꼭 성공하리라는 열망에 오늘도 스스로를 불태웁니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조부모와 함께 다 쓰러져가는 집에 사는 지영. 그림을 잘 그리는 지영은 텍스타일 공부를 하기위해 유학을 가고싶어하지만 하루하루 버티기도 버거운 삶에 유학은 그림의 떡 같습니다. 스무살. 선물인지 벌칙인지 모를 보따리를 껴안은 소녀 혹은 여인들. 그들의 앞엔 어떤 일이 펼쳐질까요?
 우리가 모두 겪은, 혹은 겪게 될 스무살.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는 매일을 사는 청춘들의 고민을 덜도말고 더도말고 딱 그대로 담아낸 이 영화. 어떤 네티즌은 '너무 현실적이라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수작'이라고 평했죠. 개봉 당시엔 흥행에 참패했지만 이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 사이에 오래간 기억되고있는 영화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던 것은 중학생 때인데요, 배우 배두나씨의 팬이었던 (지금도 팬인) 저는 단지 '두나누나가 ㅏ온다'는 사실에 이 영화를 봤더랬습니다. 그 당시엔 '아 누나 예쁘다'라는 생각 말고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스무살 때 다시 보고는 가슴을 움켜쥐는 울림에 며칠을 매여살았던 기억이 납니다. 허공에 발을 딛는 것 같은 위태로운 새출발에 버거워하는 스무살 청춘들. 그 버거운 출발 앞에서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그 여정을 떠나려는 청춘들의 모습에 얼마나 공감이 가던지...
 전 영화를 보고나서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지금쯤 어떻게 살고있을까'라는 생각을 항상 해보는데요, 이 영화는 그 생각을 가장 강렬하게 한 영화입니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세상에 던져진 그녀들이 지금쯤 어떤 하늘 아래 어떤 표정으로 살고 있을까요?
 DVD로도 모셔놓고 시간 날 때마다 복습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5. 아무도 모른다 (일본 / 2004 / 고레에다 히로카즈 연출 / 야기라 유야,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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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의 한 아파트. 한 엄마가 아빠가 다 다른 아이 넷을 데리고 새로 이사옵니다. 자신의 삶이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엄마는, 아이 넷을 놔두고 집을 오랜기간 비우기 일쑤입니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학교에도 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좁은 아파트 안에서 생애 가장 힘겨운 여름을 보내게됩니다.
 위에 제가 '화양연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0에 수렴하는 연기'에 대해 말했는데요, 이 영화도 그에 비슷한 특징을 가졌습니다. 엄마 없는 나날을 보내는 아이들은 절대 울거나 떼를 쓰지 않습니다. 현실에 불평을 늘어놓지도 않죠.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연출과 각본도 마찬가집니다. 담담하게 그들을 응시할 뿐 극정인 동아줄을 내려주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관객들이 아직도 이 영화를 기억하는 것 같네요. 감정을 억지로 끌어내지 않아도 관객들의 가슴에 가닿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레에다 감독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감독입니다.
 이 영화로 2004년 칸 영화제에서 최연소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야기라 유야 배우의 눈빛은 울지 않는 아이의 마음 속에서 뒤엉키는 모든 감정을 빠르진 않지만 또렷하고 강렬하게 보여줬습니다.


6. 린다 린다 린다 (2005 / 일본 / 야마시타 노부히로 연출 / 배두나, 카시이 유우, 마에다 아키, 세키네 시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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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시골마을의 한 고등학교. 학교 축제를 앞둔 밴드부는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기타리스트의 손가락 부상, 멤버간 불화로 인한 탈퇴 등으로 밴드 와해 직전의 상황이 벌어진거죠. 결국 축제 3일전, 한국인 교환학생 '송'을 긴급히 보컬로 투입한 밴드는 심기일전하여 벼락연습에 돌입하지만, '송'의 노래실력은 가히 충격적입니다. 절망의 밴드부는 과연 고교시절 마지막 추억의 한 페이지를 무난히 장식할 수 있을까요?
 이 밴드부의 상황은 이들의 나잇대, 즉 사춘기를 비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인'. 10대 중후반의 시기를 일컫는 단어죠. 어른도 아이도 아닌 애매한 시절. 어른처럼 능숙하게 잘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미숙하고, 아이처럼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싶지만 그러기엔 너무 커버렸습니다. 
 삐뚤빼뚤한 실력으로 그렸지만, 그래서 더 매력있는 사춘기 소녀들의 추억. 그 추억을 누군가의 일기장처럼 담백하게 그려낸 영화. 이 영화 역시 '고양이를 부탁해'처럼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며 쓰다듬어주고 싶은 영화입니다. 


7. 고백 (일본 / 2010 / 나카시마 테츠야 연출 / 마츠 다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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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한 중학교의 1학년 B반 담임 모리구치 유코. 그녀는 1학년 종업식날, 학생들 앞에서 충격적인 고백을 합니다. 겨울방학 때 사고로 죽은 자신의 딸은 사실 살해당했으며, 그 가해자는 이 교실 안에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 가해자들에게 자신만의 복수를 했다는 사실까지. 봄방학이 시작된다고 들떠있던 교실은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집니다. 그리고, 유코 선생님을 비롯한 다섯 인물들의 고백이 시작됩니다. 
 이 영화는 13세 미만의 청소년은 죗값을 치르지 않는다는 일본의 소년법에 정면으로 의문을 제기합니다. 청소년들의 경악할만한 범죄가 자주 뉴스에 오르내리는 작금의 현실을 사는 한국관객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원작소설로만 봐도 충분히 충격적인 이 스토리가 감각적인 영상미를 자랑하는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를 만나 완전히 새롭게 재탄생합니다. 
 이 영화는 한 편의 뮤직비디오같습니다. 무겁게 내려앉은 청회색의 화면. 시시때때로 등장하는 무서울 정도로 탐미적인 풍경. 멈추지 않고 달리는 스토리 사이사이에 놓여진 감각적인 슬로모션. 이 세상의 모든 우울을 홀로 머금은듯한 BGM. 전작 '불량공주 모모코'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서 보여준 감독의 영상미가 정점에 다다른 영화입니다. 
 사건의 중심에 놓인 다섯 인물. 그들이 내뱉는, 그 어떤 타협없이 쏟아지는 '고백' 속에서 우리는 누구의 고백에 귀를 기울여야할까요. 누구의 고백을 믿어야할까요. 누구의 고백에 손을 들어줘야할까요. 관객으로하여금 깊은 생각에 빠지게하는 수작 스릴러영화입니다.



8.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이란 / 2011 / 아쉬가르 파르하디 연출 / 페이만 모아디, 레일라 하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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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을 가느냐 마느냐에 대한 문제 때문에 별거 중인 평범한 이란 부부, '씨민'과 '나데르'. 남편인 나데르는 아내 대신 치매에 걸린 아버지의 수발을 들어줄 임신한 여성 '라지에'를 고용합니다. 라지에가 수발 도중 아버지를 집에 놔두고 외출을 한 사이, 나데르의 아버지는 죽을 뻔한 위기를 겪고, 이에 분노한 나데르는 라지에와 크게 싸우고 그녀를 내쫓습니다. 그런데 라지에가 나데르가 자신을 밀치는 과정에서 뱃속의 아기를 유산했다며 고소하는데요, 이로부터 인물들의 치열한 심리공방이 시작됩니다. 
 이 영화에선 인물간의 심리적 대립이 돋보입니다. 딸의 교육환경을 위해 이민을 가야한다는 아내,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놔두고 갈 수는 없다는 남편. 난 당신을 밀치지 않았다는 고용인과 당신이 날 밀쳐 아이가 유산됐다는 피고용인. 어떻게 여자가 남자 혼자있는 집에 일하러 가냐는 (이란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엿볼수 있죠) 남편과 어쩔 수 없었다는 아내. 사실 이 영화에선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상대의 말은 눈꼽만큼도 들으려하지 않고 귀를 막은 채 자기 할 말만 쏟아내는 사람들, 결국 끝끝내 사실은 묻어두는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이 감독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우린 항상 정직함을 큰 미덕이라고 생각하며 살지만 그 정직함이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정직의 딜레마가 우리를 얼마나 편협하게 만드는지를  감독은 치밀한 각본과 절제된 연출로 보여줍니다. 
 감독의 이야기에 초대된 관객은 자신을 각각의 인물에 투영하여 나라면 저 난장에서 어떤 판단을 할 것인지 2시간동안 고민하게 됩니다.
 굳이 많은 자본이 없이도 좋은 영화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가장 우수한 사례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9. 와일드 (미국 / 2014 / 장 마크 발레 연출 / 리즈 위더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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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셰릴은 폭력적인 아버지 아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머니의 얼굴엔 상처가 가시질 않았죠. 결국 부모님이 이혼한 후 어머니와 함께 대학에 다니고 일도 하며 부족하지만 행복한 삶을 이어가나했는데, 어머니가 암에 걸립니다. 어머니는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고, 그 상실감에 자신을 완전히 놓아버립니다. 남편을 놔두고 여러 남자와 몸을 섞고, 헤로인에 찌들어 건강을 해칩니다. 결국 남편과 이혼하고 뱃속엔 누구의 씨인지 모를 아기가 들어섰을 때, 셰릴은 엄마가 자랑스러워하던 딸로 돌아가기 위해, 총길이 4000km가 넘는 하이킹 길에 오릅니다. 하이킹 초짜인 셰릴은 발톱이 빠지고 나뭇가지에 긁히고 낯선 남자에게 쫓기는 등 말 그대로 '개고생'을 하지만 소기의 다짐을 이루기위해 걷고 또 걷습니다. 
 전 수많은 영화들 중에서도 '주인공을 그가 처한 비극, 고민으로부터 적극적으로 구원하지 않고 그가 상황을 견뎌내는 모습을 묵묵하게 관조하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영화기 때문에 기적의 동아줄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담담하게 무릎 툭툭 털고 일어나 주어진 생에 부딪히는 모습이 바로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기 때문이죠. 이 영화도 그렇습니다. 셰릴은 발톱이 뽑히는 고통에도 여정을 멈추지 않습니다. 판자를 발에 테이프로 감고서라도 하이킹을 이어가죠. 숨 막히는 사막의 한가운데서도, 눈이 무릎까지 쌓인 산중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카메라는 이다지도 지난한 고행을 마치 신과 같이 지켜봅니다. 과거의 상처와 죄책감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셰릴을 무심하게 지켜보는 것이 바로 셰릴이 구원에 도달하는 정도(正道)이자, 우리의 삶과 가장 비슷한 모습일테니까요. 


10. 우리들 (한국 / 2016 / 윤가은 연출 / 최수인, 설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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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해보이는 초등학교 4학년 소녀 선. 선에겐 친구가 없습니다. 딱히 성격에 문제가 있어보이는 것도 아닌데 아무도 선과 어울리려하지 않습니다. 특히 보라 패거리는 선을 대놓고 무시하죠. 아무도 선을 자기네 편으로 데려가지 않아 괴로운 체육시간에, 보라 패거리는 가만히 서있던 선에게 금 밟았다고 밖으로 나가라고 면박을 줍니다. 그렇게 외로운 나날을 보내던 선에게 여름방학식날, 한줄기 빛과도 같은 전학생, 지아가 찾아옵니다. 방학식이 다 끝난 뒤에 학교에 온 지아와 얼떨결에 통성명을하게된 계기로, 지아 생애 가장 행복한 여름방학이 시작됩니다. 둘은 함께 계곡에도 놀러가고, 봉숭아 물도 들이고, 선 집에서 함께 자며 즐거운 나날을 보냅니다. 그리고 2학기 개학날, 선생님이 지아를 반 학생들에게 정식으로 소개하고 선은 지아에게 웃으며 손짓을 합니다. 하지만 지아는 무심하게 선을 외면해버립니다. 선이 지아에게 뭐 화난 것이 있는지 물어봐도 지아는 너무나 건조한 태도로 일관합니다. 갑작스레 금이 간 교우관계를 어떻게 하면 다시 이어붙일 수 있을까요?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11살 소녀들이지만 이 영화는 이 세상에서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변사람들이 나를 왠지 멀리하는 것 같은 소외감,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느끼는 설렘과 두려움, 친했던 사람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갑자기 변했을 때 느끼는 초조함, 그리고 주체할 수 없이 휘몰아치는 절망감과 배신감 등이 그것이죠. 윤가은 감독은 이러한 감정의 민낯을 어린 아이들에게 투영하여 가감없이 세심하게 표현했습니다. 투명한 표정으로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는 아역배우들에게서 터져나온 연기는, 인간관계에 지친 관객의 마음을 고사리손으로 쓰다듬어줍니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생기는 상처와 고통은 너만 겪는 것이 아니라고.


+ 아쉽게도 (?) 이 순위에 들지 못한 영화 '분노', '박쥐', '한공주', '렛미인'에게 심심한 위로를 바칩니다.
+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니 저는 잔잔한 드라마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네요. 물론 '고백' 같은, 사람에 따라서는 스타일 과잉이라고 느낄 법한 영화도 들어가있지만요.
+ 여러분은 어떤 영화를 사랑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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