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굉장히 상징적인 이미지의 패키지 박스.
황혼의 투쟁, 영어 명칭 Twilight Struggle. 일명 TS로 불리는 보드게임입니다.
워게임 제작 회사 중 최고 명문가라 불리는 GMT games의 최고 흥행작품으로써 보드게임 평점 사이트이자 세계 보드게임의 메카인 보드게임긱에서 무려 평점 8.3을 갖고 있는 놈이죠(이 사이트에서 워게임 평점이 8.0이 넘어가는 것은 오로지 단 하나 이 게임 뿐 입니다;)
게임의 배경은 다름아닌 냉전시대.
공산주의의 소련, 자본주의의 미국이 세계의 패권을 놓고 암투를 벌이던 1945년부터 소련이 붕괴되어 냉전이 끝나는 1989년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 실제로 아직까지도 워게임 1위의 자리를 꾸욱 차지하고 있습니다. 2위와 3위를 차지한 게임 역시 같은 회사인 GMT games의 작품들입니다.
참고로 GMT games의 워게임들은 북미, 유럽의 현역 장교들이 군사 교재 및 워게임 시뮬레이션을 위해 사용할 정도로 퀄리티가 높으며 게임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 초강대국 소련과 게임의 중심이 되는 유럽의 모습입니다. 얼핏 보니까 중동은 이미 완전히 소련의 것이 되었고 유럽은 미국이 서유럽을 장악한 후 동유럽에 손을 뻗고 있군요.
냉전시대가 배경인만큼 황혼의 투쟁은 다른 워게임과 다른 차별성을 두고 있습니다.
바로, 병력을 뽑거나 군사력을 배치하는 행위를 일절 하지 않으며 실제로 소련과 미국은 전쟁을 치루지 않습니다.(실제로 냉전시대 때 미/소가 직접적으로 서로 전면전을 하거나 선전포고를 한 적은 없습니다. 남의 땅에서 동맹군이란 명목으로 싸우긴 했죠)
플레이어는 각 나라에 영향력을 놓고 자신들이 "조종"할 수 있는 상태까지 만들어야 합니다.
유럽,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의 각 국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최대한 많은 국가를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는 것 이죠.
이를 위해서 쿠테타를 일으키거나 역사적인 사건이 적혀있는 이벤트 카드를 실행시킵니다.
우주개발 경쟁도 하면서 상대 국가보다 먼저 세계에 우월한 첨단 기술을 뽐내야하며 너무 많이 쿠테타를 일으킬 경우 미/소 양국의 데프콘 레벨이 떨어지면서 세계가 위험해집니다.
결정적으로 데프콘1이 발령되어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핵전쟁이 일어나면서 인류는 멸망, 플레이어는 이 책임을 묻고 패배한 것으로 간주됩니다.(워게임 주제에 군사력이 아니라 정치가 중심인 특이한 게임이죠.)
- 쿠바 미사일 위기, 피델 카스트로 등등 실제 냉전시대 때 벌어졌던 각종 사건과 인물들이 나옵니다. Fidel의 경우 역사 그대로 쿠바에 있는 미국 영향력을 모두 제거한 후 소련이 쿠바를 조종할 수 있는 만큼의 영향력을 즉시 배치하는 막강한 카드죠. 소련의 경우 중미에 힘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 Fidel을 통해서 쿠바를 접수하고 중미에 손을 뻗어야 합니다.
게임은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쉽습니다.
친구들에게도 소개해줬지만 아직까지 이 게임을 받아들이지 못 한 게이머는 없었고 룰 설명과 숙지도 30분~ 1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다만, 게임 자체가 굉장히 머리가 아프긴합니다.
내가 지금 아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는가?
상대의 핸드에 무슨 카드가 있는가? 지금 이집트를 먹어봤자 소련이 니세르 정권 카드를 쓰면 이집트는 어차피 뺏기게 될텐데?
"중국 카드"는 강력하지만 사용하면 바로 상대국가에 넘어가서 다음턴 부터 상대방이 쓸 수 있게 된다, 그냥 갖고 있을까?
이스라엘에 쿠테타를 일으키고 싶지만 국가 안정도가 너무 탄탄하다, 그렇다고 비분쟁 국가인 레바논에 쿠테타를 일으키자니 데프콘이 유지가 안 된다.
이 게임은 선택과 집중의 연속입니다.
계속해서 힘을 뻗고 음모를 꾸미는 상대방에 맞서 자신도 날 따르는 국가들을 지키고 상대 진영에 넘어간 국가를 전복시킬 계략을 꾸며야 하거든요.
한턴에 할 수 있는 행동은 한정되어 있고 무엇보다 더러운 것은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미국일 경우 핸드에 소련 카드가 있다면 그 소련카드는 반드시 이벤트로 실행이 된다는 것 입니다.
즉, 상대 플레이어의 좋은 카드도 본인이 직접 써줘야 한다는 악랄함이죠.
역사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역사의 흐름대로 일본과 미국은 상호조약을 맺을 것이고 냉전 초기엔 바르샤바 조약에 의해 동유럽 전체가 소련의 손아귀에 들어올 겁니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그 시기의 조율, 그리고 그런 역사를 예상하면서 미리 포석을 깔거나 반전의 기회를 준비할 수 있죠.
- Vassal 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온라인 플레이 중인 TS의 스크린샷입니다. 실제 TS 보드게임도 위 이미지와 완전히 동일합니다.
- 냉전시대가 테마인만큼 한국 이벤트가 있습니다. 실제로 아시아에서 한국은 제법 중요한 지역입니다.
근데 역사를 그대로 구현해주신 덕분에 애초에 북한을 완전히 장악 중인 소련과 다르게 남한은 고작 1의 미국 영향력만 갖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안 그래도 한국전쟁 카드 때문에 남한은 털리는게 일상...OTL
황혼의 투쟁은 한국에서 대회도 열리고 있으며 워낙 유명해진 덕분에 각종 보드게임 모임에서 주력으로 돌리거나 충분히 룰을 숙지한 게이머가 많습니다.
냉전시대 테마, 정치 위주의 게임에 관심이 있으시거나 말 그대로 "파워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드립니다.
다이x다이x 사이트에 각종 한글화 자료도 있기 때문에 언어의 압박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구입 역시 다이x다이x를 포함한 국내 보드게임 판매점에서 대부분 팔고 있으니 그냥 사시면 그만입니다.(디럭스판을 추천드립니다. GMT games가 콤포넌트 질이 안 좋은게 단점이라서...디럭스판이 되야 그나마 쓸만해집니다;)
그 외 한글화 자료나 각종 전략 조언을 원하시면 댓글로 해드릴게요 :D.
추신.
이 게임을 하면서 약소국이 열강에 휘둘리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단 점을 깨달았습니다.
유일한 방법은... 국가의 지리적 위치와 정치, 군사적 힘이 너무나 미약하여 관심조차 줄 필요 없다면 안 휘둘릴 수 있겠더라고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