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더민주 당대표 회의실. 김종인 비대위원의 모두발언을 정리하고 있던 기자를 툭 치며 당직자가 표 소장을 가리켰습니다. “저 긴 말을 하는데 종이 한 장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잠시 하고 있던 일을 멈추고 표 소장의 연설을 들었습니다. 테이블 위를 보니 실제로 아무런 발표문이 없는 데도 막힘없이 말을 이어가고 있더군요.이날 표 소장의 발언을 정리한 원고 분량만 14매 가량 됩니다. 건드린 현안만도 △누리과정과 지카바이러스 △청년일자리와 아리랑TV·채용 비리 사건 △북한 위성 발사계획 △위르겐 힌츠페터의 타계 △백남기 농민 △소녀상 이전 등 다양했습니다.
표 소장은 비결을 묻는 질문에 “메모를 작성해서 이동할 때 자주 들여다 보고 정리를 한다”면서 “강단에 설 때도 따로 자료를 보고 강의하지 않았다. 내용을 모두 체득해서 발언을 해오던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발언을 ‘낭독’으로 대체하는 것을 떠올리면 신선한 모습이었습니다. 말이 종이 위에 머무르지 않고 머릿속을 한 번 지나쳐 발화될 때 말은 비로소 말로서 힘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