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는 누구나 표현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인간적인 면모만으로도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선택의 문제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정치인의 행보와 관련해 시비를 평가할 때 그런 감정적 취사 선택의 문제가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평소 맘에 들지 않던 사람이라 무슨 일을 하든 잘못했다(맘에 들지 않는다가 아니라)라고 평가해 버리면 이 논쟁은 영원히 종착역에 다다를 수 없게 됩니다. 비판의 근거는 명확해야 합니다. 과거 이력을 이유로 현재의 행보를 평가 절하해서는 안 됩니다.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감정에 기대어 진실을 호도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평가의 잣대는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합니다.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같은 행보는 동일한 잣대로 평가해야 합니다.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의 견제와 비판은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하고 당연한 겁니다. 그런데 균형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1. 이철희 위원장이 영입 초기 인터뷰에서 밝힌 총선 출마 관련 발언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비례 출마를 원한다는 늬앙스 때문이었습니다.
(중략) 이 소장은 “지역구를 생각했다면 지금부터 지역구에서 뛰고 있었을 것”이라며 비례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다.
->> 이철희 위원장이 문재인 대표로부터 비례 약속 받았다는 듯이 워딩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이철희 위원장 본인은 "지역구 출마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을 뿐입니다. 요컨대 20대 총선에 출마한다면 비례로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지 "문재인 대표께서 비례를 약속했다"라거나 "당선 가능성 높은 비례 순번 보장 받았다"라는 영입 과정에서의 물밑 협상에 대한 확정적 워딩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감정을 배제하고 보면 사실 관계는 이렇게 명확합니다.
본인들의 추측을 마치 확정된 사실인 것마냥 호도해서 비판의 근거로 활용하면 안 됩니다. 총선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비례와 지역구 중 본인이 원하는 선택지를 밝히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새로운 영입 인사로 당내 주요 보직을 맡은 상황이라 선당후사의 관점에서 "총선 출마와 관련된 본인의 거취 문제는 전적으로 당에 일임하겠다"라고 했으면 최선의 워딩으로 평가 받았겠지만 비례 출마 의사를 비췄다고 해서 그의 정치적 행보 일체를 부정하고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국회의원 욕심 있다"라고 이철희 위원장의 개인적 욕망에 대한 호불호 평가를 할 수는 있어도 그의 과거 이력과 연계해서 뉴파티위원장으로서의 행보와 전략기획본부장으로서 향후 행보까지 부정적 시각으로 예단해 버리면 제 살 깎아 먹기에 불과합니다. 설령 영입 과정에서 그가 문재인 대표 내지 더민주 지도부와 특정한 조건을 두고 합의 내지 거래를 통해 영입되었더라도 확정적으로 외부에 표출되지 않는 이상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이런 관행은 정치권에 항상 존재해 왔던 것에 불과합니다. 이런 관행에 대해서는 유시민 작가께서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라고 긍정한 바 있습니다.
2. 이철희 위원장의 현역 의원 40 - 50% 물갈이론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하위 20% 공천 배제 룰을 지키지 않겠다는 늬앙스 때문이었습니다.
(중략) "각 당이 통상 40~50% 정도는 물갈이를 했는데 이번에도 그 정도 될 것'이라고 예견했는데, 저는 그 정도 될 거라고 본다"고 답했다.
->> 정치인의 워딩에 대해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 하지만 해석은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상기한 바와 같이 이철희 위원장의 현역 의원 물갈이 비율에 대한 워딩은 새로운 제안이나 주장이 아닙니다. 현역 의원 물갈이 비율에 대한 질문에 김상곤 인재영입위원장의 워딩을 그대로 전언하면서 자신도 그에 동의한다고 언급했을 뿐입니다. 심지어 자신의 워딩도 아니었고 새로운 주장이나 제안이 아니라 단순한 예견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것이 이철희 위원장 본인의 주장처럼 왜곡되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 관계가 명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40 - 50% 물갈이라는 텍스트에 집중되었던 비판의 방향을 틀어 이제는 발언의 시기가 좋지 않았다라고 비판하기 시작합니다. 이철희 위원장 개인의 주장도 아니고 전언을 하면서 자신도 그 정도 수준으로 예측한다라고 했을 뿐인데 해당 인터뷰를 하기 훨씬 오래 전에 김상곤 인재영입위원장의 워딩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철희 위원장의 발언 시점만 좋지 않다는 비판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 지 난감합니다. 현역 의원 물갈이론은 이미 이전부터 존재했고 그로 인한 탈당 여파는 이미 수그러 들었습니다.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김상곤 인재영입위원장은 혁신안을 토대로 더민주의 공천 시스템을 확정시킨 장본인입니다. 장본인 스스로 공천룰에 따라 하위 20% 공천 배제되는 사람 외의 다른 요인으로 추가적인 공천 배제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이 왜 이철희 위원장을 비판할 근거로 둔갑했는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감정에 동요되다 보니 짧은 텍스트 하나도 자의적으로 해석하게 되고 그로 인해 사실 관계를 잘못 판단해 엄한 사람만 단두대 위에 올려 놓고 마녀사냥한 것은 아닌지 돌아 봐야 합니다.
3. 이철희 위원장의 문재인 대표 부산 출마 요구가 논란이 되고 있군요.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적 판단 미스라 보기 때문일 겁니다.
(중략)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에 뜻이 있다면 총선에 출마해야 한다"며 총선 출마를 강력 권유했다.
->> 이철희 위원장 비판글에서 줄기차게 반론을 제기했던 저 역시도 이 전략에 대해서만큼은 분명하게 반대 의사를 피력했었습니다. 문재인 대표의 총선 출마 여부를 굳이 안철수와 결부지어 판단할 이유도 없거니와 총선 승리를 위한 최상의 시나리오를 구상해야 할 시점에 굳이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습니다. 문재인 대표가 지역구 험지 출마를 통해 당선된다면 다행이겠지만 정작 당이 승리하지 못한다면 본인의 지역구 당선 여부를 떠나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파괴력은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무리하게 지역구 험지 출마를 감행했다가 낙선이라도 하게 된다면 당의 총선 승리 여부와는 별개로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파괴력 뿐만 아니라 당내 역학 관계에서도 큰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은만큼 이는 곧 정계 은퇴 수순을 밟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문재인 대표의 지역구 당선과 당의 승리를 포함한 최상의 결과치를 기대하기에는 지금 더민주를 위시한 범야권의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에 과연 그런 무리수를 감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인지 대해 지지자들로서 우려를 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따라서 이미 불출마 선언을 통해 선당후사의 관점에서 총선 승리를 위한 백의종군을 선택하신 문재인 대표의 의중을 최대한 존중해서 전국적인 선거 지원 유세 등의 방식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더구나 이번 혁신을 통해 새롭게 영입된 인물들의 지역구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문재인 대표님의 전국적 선거 지원 유세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철희 위원장의 부산 출마 요청에 대해서는 충분히 비판 받을 여지가 존재합니다. 다만 그 비판이 도를 넘어서는 안되며 비단 이철희 위원장만 지역구 험지 출마 요청을 한 것이 아니므로 마치 이철희 위원장의 전유물인 것마냥 호도해서도 안 됩니다.
4. 이철희 위워장의 운동권 프레임에 대한 발언이 문제더군요. 마치 새누리당 프레임을 수용하는 듯한 인상 때문이겠지요.
(중략) 운동권이라고 하면 무조건 자기가 옳은 것만 주장하잖아요. 운동의 특징은 타협을 배제하는 겁니다.
->> 일단 이철희 위원장은 운동권에 대해 굉장히 편협한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해당 인터뷰에서 운동권 세력 전체를 도매금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를 깔고 시작했지만 그 뒤에 이어진 운동권에 대한 워딩은 분명 운동권 전체에 대한 본인의 평소 지론에 해당합니다. 진영을 막론하고 어떤 조직이든 극단주의자들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들의 사고체계는 단순하기 이를데 없죠. 자기만 옳다고 믿는 겁니다. 그 믿음에 근거해 현상을 판단하니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고 배타적입니다. 우리 편 아니면 다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안에 갇혀 있죠.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극히 일부에 통용될 수 있는 문제에 불과합니다. 운동권 전체를 겨냥해 타협할 줄 모르는 극단적 배타주의자들이라는 늬앙스로 재단한 것은 이철희 위원장의 명백한 워딩 실수이자 잘못된 평가입니다. 과거 일부 운동권이 장악하고 있던 헤게모니와 배타적 태도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비판하기 어렵지만 당내 주도권 싸움에서 밀려난 지 오래인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들을 주도 세력으로 섣불리 평가하는 것을 넘어 일부 극단적 운동권 세력과 동일한 시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바로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호남 - 친노 - 운동권 프레임은 새누리당이 만들어 낸 다분히 작위적인 프레임이고 그것이 지금껏 더민주의 패인으로 작용했기에 이를 탈피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새누리당의 프레임을 그대로 차용해 당내 주류 세력을 비판하는데 활용한다면 굉장히 이율배반적인 태도라고 비판 받아 마땅합니다. 더불어 운동권을 타겟으로 인위적 공천 배제 내지 용퇴론까지 거론하는 것은 뉴파티위원회가 특정 세력을 대상으로 한 인위적 인적 쇄신의 권한이 없다고 천명한 본인의 발언을 스스로 뒤집는 결과를 초래할 뿐입니다.
시사게에서 이철희 위원장과 관련된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판단합니다. 이철희 위원장에 대한 호불호를 표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의 문제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간섭할 권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합리적인 비판이 아니라 원색적인 비난으로 점철되고 사실 관계를 왜곡해서 이철희 위원장의 행보 전체를 폄하하는 것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됩니다. 감정적으로 동화되어 그런 맹목적인 비난 대열에 동참하게 되고 그것이 어느새 시사게의 주류 의견처럼 호도되면 때로는 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인지부조화에 빠지게 됩니다. 정치인의 행보가 유권자들로부터 평가를 받고 그로부터 질책을 받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현상이지만 견제를 이유로 균형을 상실한 비난을 무차별적으로 허용하게 되면 결국 부메랑이 되어 우리 스스로를 옥죄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겁니다. 비판할 때 하더라도 사실 관계에 준해서 합리적으로 비판합시다. 이 정도 선에서 잘 갈무리 되기를 바래 봅니다. 아래 두 분의 글이 이철희 위원장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비판의 예인 것 같아 링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