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imple is best. <그래비티>를 보고 어떤 오유인이 하신 말씀이에요. 참으로 맞는 말씀 같아요. 영화를 보고나서 느낀 점은 스토리가 참으로 단순하다는 겁니다. 한 줄로 요약이 가능할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뻔한 이야기에 굉장한 몰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영화가 좋은 의미로 '단순'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래비티>만큼이나 이야기가 단순한 영화들은 찾아보면 많아요. 이를테면 오유에서 어떤 분이 예를 들어주신 <트랜스포머>. 근데 같은 단순함이라도, 깔끔함과 빈곤함은 명백히 다른 개념이거든요. 모든 이야기의 잔가지를 쳐버리고 두 우주비행사의 고군분투에만, 그리고 나중가서는 한 인물의 내면 묘사에만 집중하는 이 영화는 정말로 미칠듯한 흡인력으로 관객을 끌어들입니다. 오히려 단순함이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강점이 된 거 같아요.
2.
그리고 영화를 다시 보실 분들이 있다면, 영상 말고도 소리에 한번 주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영화가 시작할 때 우주에는 어떠한 매질도 없기 때문에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설명글이 떴었죠. 때문에 이 영화는 우주공간의 침묵이 주는 생경함을 관객에게 전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부에서 라이언 스톤(산드라 블록)이 우주의 고요함에 대해 절대로 익숙해질 수가 없다(never get used to it)고 말했는데요. 우주 공간에서 라이언 스톤이 탄 소유즈가 다른 잔해들과 소리 없이 충돌할 때 주는 이질감, 그러다가 갑자기 시점을 (소리가 들리는) 우주선 안으로 옮겨 충돌의 굉음을 들려줄 때. 이 때 쿠아론 감독의 완급 조절 능력은 정말 빼어나다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겠네요.
그리고 지구에 착륙을 성공한 이후 처음으로 침묵과 무미건조한 효과음 대신 물소리와 날벌레 소리 등을 들려주는데요. 저는 살다가 영화 보면서 벌레 날아댕기는 소리가 이렇게 감동스럽게 들릴 줄은 몰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