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인류 세계의 종언이 시작된 지 벌써 수 세기가 지났다. 문명의 진보가 개개인의 고결함까지 계몽시킬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는, 위대한 정복 군주, 데카 코르넬(Deca' Corenal)이 가까스로 통합한 인류 제국이 더 이상 존속되지 못하고 해체되어, 단지 반 세기 정도밖에 흐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세력이 수 십, 수 백 갈래로 분할되어버린 이례로, 더 이상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도 이뤄낼 수 없는, 그저 몽상가의 허황된 교만 따위에 불과했음이 증명되었다. 인류가 이룩한 위대한 제국이, 종교적 타락과 함꼐 내부로부터 부패하고, 그리하여 깊이를 알 수 없는 곳까지 잠식해버린 인류의 향락과 오만함이, 먼 옛날 제국이 성립되기 이전, 그들이 서로에게 무기를 겨누며 기약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자비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야만적인 지배자들에게 고통스럽게 탄압받으며 벗어날 수 없는 인고의 세월을 힘겹게 견뎌내왔던 과거를, 어떠한 여지도 없이 완벽하게 망각하도록 이끌었다. 통찰력 없는 황제, 신앙심 없는 종교, 향락을 좇는 시민들. 이 모든 것들은 제국이 몰락해가면서 필연적으로 창조해낸 타락의 부산물들이며, 그 부산물들은 그들이 악마만큼이나 경계하던 이방인들로 하여금, 제국을 파멸시키고, 마침내는, 이 대륙에 바야흐로 무질서의 시대가 도래하도록 이끈 데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였다. 한 때, 제국이 자신들의 위대한 교리를 활발히 전파하며 찬란한 문명을 꽃피우던 그 공간은, 침략자들에 의해 무참히 파괴되어 그 흔적 조차 남지 않은 폐허가 되었으며, 제국이 자랑스럽게 여겨 오던 그들의 숭고한 정신은, 깊이 뿌리내린 순수성의 상실에 변절되어, 그 목적지를 잃은 환멸감만이 악천후와도 같은 침묵을 토해낼 뿐이었다. 다만, 제국을 침략했던 정복자들은, 군수 창고와 기록 보관소에 방치되어 있던 무수히 많은 양질의 전쟁 물자와 전쟁 기술에 관해 기록된 서적들을 보이는대로 약탈하고, 자신들의 세력권을 차지하기 위해 제국을 멸망시킨것도 모자라, 본능적으로 끓어오르는 탐욕을 조금이라도 더 충족하기 위해,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겨냥하여 또 다른 세력들로 분열되면서, 심각하기 이를 데 없는 세계의 혼란을 몇 차례씩이나 더 가중시키기에 이르렀다. 인류의 타락에 힘입어 점진적으로 가속되어왔던 제국의 몰락이 마침내 정점을 맻고, 제국 사후, 과거 이래로 인류의 혼란이 이토록 그 정도가 지나쳤던 적이 없었기에, 어쩌면 그래서 인류는 자신들을 끝 없이 반복되는 고통속에서 구원해 줄 수 있는, 또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하는, 새로운 조력자를 그토록 간절히도 갈망하고 있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혼돈에 혼돈을 거듭했던 이 세계에 물들어간 인류는, 더 이상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별할 수 있는 능력조차 갖추고 있지 못하였으며, 그들에게 정의란, 단순히 성스러운 집단이 정해놓은 또 다른 새로운 질서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피비린내 나는 세계의 정세 속에서, 성스러움이란 단어의 의미는 언제나처럼 단지, 힘과 권력만을 의미하는 좁은 굴레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리고, 이제 고대의 성직자들과 선지자들이 예언했던, 거대한 무엇인가가 이 세계를 향해 내려온다. 어둠의 불분명한 심연 속에서, 그들이 진정 인류를 구원해줄 수 있을지의 여부에 관해서는, 사실상 아직까지도 많은 논쟁이 교차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들에 관하여, 감히 어떠한 의심도 품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들은 하찮은 인류 따위가 이해하려고 들기엔, 너무나 압도적인 존재이기에, 의심은 곧 부정을 의미하며, 부정은 또한 스스로에 대한 무지를 인정하는 셈이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단언할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은, 인류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그들은 이 세계로 도약할 준비를 완전히 끝낸 상태이며, 또한, 그들은 인류가 여지껏 마주했던 그 어떤 이들보다도 명예롭고 성스러운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그저, '성스러움'이라는 협소한 의미의 단어만으로 결코 표현할 수 없는, 압도적이고도 매혹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무지한 인류들은, 곧 이들을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며...
이 모든 것은, 이 세계가 창조된 시점부터 예정되어있는 숙명(Destiny)이었음을, 서서히 깨닫게 될 것이다.
프롤로그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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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쓰고 있는 소설입니다. 여기 게시판에 올리는게 맞는지 모르겠네요(...)
아무쪼록 많은 기대 부탁드리겠습니다...(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