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맞이하는 총선, 저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이래 10번째 총선입니다.
81년 선거 때는 집을 떠나 학업 중이었고, 투표할 의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민정당에 관제 야당, 투표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1985년의 2/12 총선 때는 군 복무 중이었습니다.
선거 전날 연대장이 연대본부 병사들 모두 모아 놓고, 정신교육이라는 것을 했습니다.
요지는 국군통수권자가 대통령이고, 대통령이 소속된 당이 민정당이니 군인이 민정당 후보를 찍지 않으면 명령불복종이라는 것입니다.
DJ, YS 두 분이 손잡았던 신민당이라는 새 야당이 국민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던 시점이었습니다.
보안사에서 부재자투표를 미리 개봉하여 야당이 강세라는 것을 알고 초비상이다는 이야기가 파다했습니다.
투표날, 본부중대장이 기표소에 함께 들어와 제 손을 붙잡고 강제로 민정당 후보에게 도장을 찍어버렸습니다.
부끄럽습니다.
강력히 거부하지 못한 것이......
지나고 보니 젊었을 때 그 두번의 기회, 그게 제가 제 손으로 국회의원을 당선시킬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그 이후 헌법이 개정되고 소선거구제가 되면서 제가 한 표를 던졌던 후보는 어김없이 낙선했으니까요.
제가 사는 곳은 지금의 새누리당이 어김없이 당선되는 곳입니다.
비록 7전7패에 8전8패가 유력하고, 출마하려는 야당 후보조차 변변찮은 곳이지만, 이번에도 반새누리당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질 것입니다.
기성시대의 한 일원으로서 젊은 여러분들께 오늘과 같은 현실을 남겨 주어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도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희망을 잃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총선이 그 출발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오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