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불과 얼마전까지 건국은 정부수립과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었다. 따로 정부수립과 건국을 나누어야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은 대한민국 입시정부에 있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의 계기가 되었던 1919년 3.1만세운동이 건국의 기준이 되고 있었다. 다만 관용적으로 실제 해방이 되고 국제사회가 인정한 공식정부가 출범한 것이 1948년이기에 이때도 건국이라는 말로 기념한다. 말하자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에 이은 제 2의 건국일 것이다.
그러면 어째서 지금에 와서 건국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첨예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가. 어째서 건국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되고 비난이 빗발치는가. 별 것 없다. 건국이라는 단어에 정치적 의미를 집어넣으려는 어떤 인간들 때문이다. 건국이라는 단어를 엄밀한 의미로만 쓰려 한다. 국제사회가 공인한 정식정부가 출범하게 된 것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처음으로 생겨난 기점으로 여기려 한다. 그러므로 '건국'은 단 하나의 뜻만을 가진다. 1948년 대한민국 정식정부의 수립이 곧 대한민국의 건국이다. 이전의 임시정부는 부정하는 오로지 단 하나의 건국이 된다.
그래서 논란이 불거지는 것이다. 안철수가 건국 48주년이라 했던 것도 결국은 전자의 관용적 표현이다. 지금 정부가 그때 수립되었고, 국제적으로도 그때서야 대한민국은 정식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김대중 정부에서도 노무현 정부에서도 그래서 곧잘 건국은 정부수립과 같은 뜻으로 쓰였다. 이전 정부도 마찬가지다. 유독 지난정부부터 건국은 다른 뜻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뭐가 문제냐면 그따위 짓거리를 처음 시작한 놈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전까지는 아무렇지 않게 별 문제없이 쓰이고 있었다.
오래전 기사들을 찾아 읽어보면 더 분명해질 일이다. 일베놈들이 민주화와 홍어를 이상한 뜻으로 쓰기 시작하며 단지 단어 하나로 논란이 불거지고 마는 것과 같은 경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통구이라는 단어가 지역비하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얼마전에야 알았다. 몇몇 인간들의 분탕질에 건국의 의미마저 희석된다. 또 하나의 건국이었는데 단 하나의 건국이라 우기니 또 하나의 건국마저 부정하게 되어 버린다. 그런 놈들이 또 많이 배웠다고 목소리도 크고 말도 길다. 꼴같잖은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