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공학의 과거/현재/미래
1. 서론
유전자 공학은 1972년에 시작되었다. 유전학자 허버트 보이어는 세포의 특정 부위에서 DNA를 얇게 잘라내는 ‘제한 효소’(DNA의 염기배열을 식별하고 이중사슬을 절단하는 핵산분해효소의 하나)를 발견했고 이를 통해 특정 유전자를 구분해 적출해 낼 수 있었다. 유전학자 스탠리 코헨은 그 유전자를 세균으로 옮기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었고 이들은 서로의 연구를 결합하여 1973년 사람의 장내에 상주하는 대장균에 새 유전자를 삽입하는데 성공한다. 이를 통해 유전공학이란 분야가 태어났다. 이 유전공학은 신의 설계도에 메스를 들이밀었다는 평가에 걸맞게 그 이용방법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한 핵심 연구분야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유전공학을 그 쓰임새에 따라 3가지 분야로 나누어 간단히 정리하였으며, 마지막으로 그러한 각가지 분야에서 유전공학이 내포한 결함과 폐해를 설명하고자 한다. 글의 목적 상 이 과정에서 윤리적인 접근은 모두 배제하였으며 오로지 유전자 공학의 다양한 쓰임새와 실익, 그리고 통제불가능한 위험성을 가지고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2. 본론
2.1. 농업생명공학
바이러스를 이용해 동식물에 새로운 외래 유전자를 삽입하는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198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수십종에 달하는 동식물의 유전자를 변이시킨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담배 잎, 냉해에도 얼어 죽지 않는 토마토, 살충제가 닿아도 시들지 않는 옥수수 등이 만들어졌다.
이 와중에 유전자 재조합 농산물(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을 통해 세계의 식량난을 해소시킬 수 있다는 희망섞인 주장이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실제로 GMO 재배를 통해 보다 적은 노동력과 생산비용으로 수확량을 증대시킬 수 있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특정 영양성분을 강화한다거나 저장성을 극대화시키는 등 지속적인 종자 개량이 계속되고 있으며 더욱 실용적이고 생존에 뛰어난 농산물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바탕으로 얻어졌다. 이 원리는 간단하다. 먼저 목적으로 하는 DNA에서 필요한 부분을 효소로 자른다. 이를 A라고 가정한다. 그리고 다른 생명체의 체내에 들어 있는 고리 모양의 DNA를 꺼낸다. 이 DNA에서 A를 끼울 부분을 제한효소로 잘라 만든다. 그리고 이 빈자리에 A를 끼워넣는다. 그리고 연결부위를 효소로 접합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 지는 종자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종래의 식물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농작물의 개량은 오래 전부터 이루어져 왔다. 전통적인 육종 기술을 통해 작물들을 서로 교잡시켜 오랜 세월 동안 조금씩 개량해 온 식이다. 하지만 생명 공학적 기법은 계절과 환경의 제약을 받지 않으며 ‘종의 벽’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깨고 인간과 물고기, 곤충 등 어떠한 종류의 생물체끼리도 다른 생물의 세포에 도입할 수가 있게 되었다.
현재는 형질전환 작물(GMO)은 전세계적으로 1억 200만 헥타르의 면적에 심어지고 있으며(ISAAA, 2006) 그 부산물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가공식품의 70% 가량에서 발견된다. 2003년 미국은 1998년 이래 유럽연합 회원국의 GM 곡물 수입을 대부분 효과적으로 막고 있는 규제를 뒤엎기 위하여 WTO에 유럽연합을 제소하였고 농업생명공학은 현대 정치경제의 가장 첨예한 투쟁 속에서 중심무대에 올라서게 되었다.1
또한 유전자 코드로 대박을 터트리려는 경주가 1988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어 오는 와중에 점차 과학과 상업이 결탁하기 시작했고 기존의 모든 분자생물학자들은 직·간접적으로 산업체와 관계를 맺게 된다. 유전자 조작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윤창출과 연관하여 자기검열을 시작하였고, 80년대부터 수많은 소규모 생명공학기업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몬산토와 같은 극소수의 거대기업들이 농업과 식품에서부터 보건과 생식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시 말해 인간 삶의 모든 부분을 떠받쳐 주는 시스템을 통제하게 되었다.
2.2 생명 연장/ 유전자 치료
앤더슨과 동료 연구진은 농업생명공학에 대한 연구가 인간에게도 똑같이 통할 것이라 추정했고, 특정 유전자가 결핍된 환자라면 바로 그 유전자를 주입하여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유전자 치료법이 의도하는 것은 골수 이식과 비슷하나, 유전자 치료는 골수 이식과 달리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90년대 초에 아샨티라는 환자를 이를 통해 치료한 것을 시작으로 유전자 치료법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늘어났고, 이를 통해 질병 치료 혹은 인간의 능력 향상 등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연구가 시작되었다.2
유전자 요법은 유전자를 삽입하는 대상에 따라 체세포 유전자 요법과 생식세포 유전자 요법으로 나뉜다. 체세포 유전자 요법은 근육세포·간세포·혈관·내피세포 등의 체세포에 정상 유전인자를 넣고 배양한 후 사람에게 다시 주입하는 것이다. 체세포 유전자 요법은, 체세포가 대개 수명이 짧고 세포분열이 잘 일어나지 않으므로 치료 효과가 영구적이지 않으나 생식세포 유전자 요법은 치료 효과가 영구적이며 자손들에게도 유전된다.3 즉 유전자 요법은 기존 치료법에 비할 수 없는 혁명적인 치료라 할 수 있다.
현재 개발된 여러 기술엔 PGD, 착상 전 유전자 진단법이 있다. PGD는 부부의 난자와 정자를 체외수정해서 얻은 수정란을 여성의 자궁에서 키우기 전에 미리 유전자 정보를 검사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체외수정을 통해 얻은 여러 개의 수정란에서 만들어진 배아의 DNA를 분석하여, 태아가 어떤 유전병이나 형질을 타고날 것인지 예측한다. 유전병을 대물림할 위험이 큰 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기술일 것이다.
운동 능력을 높이는 유전자 조작의 예로는 EPO를 들 수 있다. 신장에서 생성되는 EPO라는 물질은 몸에서 더 많은 적혈구가 생산되게 만든다. 이를 통해 산소 공급 능력이 강화되면서 지구력이 커지게 된다. 운동선수들이 사용하는 벤 존슨이 사용한 스테로이드나 마크 맥과이어가 사용한 안드로스텐디온과 같은 호르몬제처럼 신체 기능 강화를 위해 이용될 수 있다. 새 유전자를 게놈에 직접 삽입하여 반영구적 또는 영구적 변화를 얻을 수 있다면, 단 한 번의 주사만으로도 일생동안 체력이나 지구력이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EPO 등의 과다 투여로 인한 사망 위험은 역시 유전자 조절 영역인 ‘프로모터’를 이용하여 EPO 단백질의 수를 조정함으로서 해결이 가능하다.
또한 미국의 어드밴스드셀테크놀로지사는 2001년 10월 핵이 제거된 여성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에서 추출한 핵을 이식함으로써 세계 최초로 배아 복제에 성공하였는데, 이것이 발전하여 손상된 세포를 대체하는데 필요한 배아줄기세포를 대량 생산하게 되고, 줄기세포를 특수한 조직으로 분화시켜 이를 필요한 부위에 재이식하는 기술이 실용화 된다면 그 어떠한 난치병도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유전자 연구를 통한 미용 등에도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비만과 같이 현대 의학이 풀어야 할 중대한 과제들도 ‘렙틴’ 유전자 치료에 대한 연구로 해결을 하고자 연구가 진행 중이며, 샌디에고의 바이오 기업인 앤티캔서의 로버트 호프만은 대머리와 백발에 관련한 유전자를 찾는 연구를 통해 머리카락, 눈, 또는 피부색을 바꾸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이와 별개로 최근 어떤 연구 팀에서는 유전자에 대한 분석을 통해 각 개인의 유전자들이 가장 최적의 수준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특정 비타민, 무기질, 또는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을 통해 노화를 지연시키고 DNA 손상을 방지한다는 보고서4를 내놓기도 하였는데 유전자 분석은 참으로 다양하게 이용될 수 있다고 하겠다.
2.3 행동유전학
추리소설이나 드라마 등을 통해 익히 잘 알려졌듯 오늘날 범죄 수사는 법의학을 바탕으로 DNA 증거를 이용하여 범인을 잡는 케이스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사법당국은 범죄자의 재발률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감안해서 유죄 확정을 받은 중죄인들을 대상으로 DNA 정보은행을 만들었다.
이처럼 범죄 해결을 위해 DNA 증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범죄자의 유전자 문제가 주목되는데, 개인에게 범죄를 저지르도록 유도하는 변이 유전자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5
이는 1965년에 이미 제기된 의문이다. 당시 패트리샤 제이콥스는 스코틀랜드 카스테어스 병원에 강제로 입원된 남성 범죄자 197명의 염색체를 연구하여 이들 중 비정상적 세포핵형(염색체 수)을 가진 12명을 발견했고 이들 중 7명이 추가 Y염색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반대로 정상인 남자 1,500명을 검사했을 때 추가 Y염색체를 가진 남자는 단 1명뿐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XYY 증후군에 공격적 행동 기질이 있음을 주장하여 ‘범죄 염색체’라는 개념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 연구에 대해선 논쟁이 많이 남아있다.
다른 예를 들면 1991년 스티븐 모블리라는 청년은 조지아 주 오크우드의 도미노 피자 가게 주인을 총으로 쏘아 살해하는데 그가 가게 주인을 굳이 죽일 이유가 없었다. 주인이 금전 등록기의 돈을 터는 과정에서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블리의 변호사는 4세대에 걸친 모블리의 친척 열다섯 명 중 대다수가 행동 조절을 못하고 엄청나게 술을 많이 마셨으며 종종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를 바탕으로 변호했다.
이와 유사한 사건으로 1978년 알려진 네덜란드 가문의 사례도 있다. 한 젊은 여성이 네이메허의 유전학 클리닉을 찾아와 자신의 가문에 정신지체의 내력이 있는 것 같다고 주장하며, 자신도 그런 아들을 낳게 되는지 알고 싶다고 하였다. 그녀를 상담한 임상 유전학자 한스 브루너는 그 가문의 정신지체 남자들 대부분이 폭력을 지나치게 휘둘렀으며, 가문의 정신지체자가 9명이었고 모두 주기적으로 광포한 행동을 했으며 여동생 등에게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 후 이 가문에 정신지체자가 5명 더 늘어났는데 어떤 사람은 증상이 매우 심하고 어떤 사람은 경미했다. 이 가문의 정신질환자들 중 서로 다른 네 가정의 핵가족에서 자란 8명의 남자를 조사한 결과 이들은 한 번에 며칠씩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는데, 이 기간 동안 그들은 별로 잠을 자지 않았고 잠을 자더라도 심한 악몽을 꾸었다. 한 남자는 직장 상사를 자동차로 깔아뭉개려 했고, 또 다른 남자는 수감 생활 중 간수의 가슴을 포크로 찔렀고, 다른 두 남자는 방화를 했다. 브루너는 연구를 통해 이러한 정신지체와 폭력이 X염색체의 이상 때문이었으며 결손 유전자에 의해 발생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몇 달 뒤 브루너와 함께 작업했던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분자 생물학자 산드라 브레이크필드는 네덜란드 가문의 남자들이 MAOA 유전자에 변이가 왔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 브레이크필드의 논문은 단일 유전자의 변이가 일탈적인 행동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입증한 최초의 논문이 되었다.6
반대로 유전자에서 특정 능력을 찾아내는 연구도 있다. 아마추어 유전학자인 프로피타는 1980년대 후반까지 절대 음감을 지닌 가족 구성원이 속한 60가구를 찾아냈다. 가계를 분석해 본 결과 절대 음감의 유무는 침투도 높은 상염색체 우성 유전자의 유무와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해 냈다. 성격이나 학습 능력 또한 일정 이상 유전적인 요인이 작용한다는 연구도 있는데, 태어나자마자 헤어져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가 재회한 일란성 쌍둥이에 대한 연구7를 보면 이들의 후에 가진 직업과 버릇, 성격, 몸짓, 취미 등이 매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가 더욱 발전되어 유전자의 특징과 증상 사이에 상호 간 연관성이 확실히 정립된다면 미래에는 우울증, 정신박약, 헌팅턴 무도증 등 유전적 성격 질환을 미리 예측하고 걸러 내거나 혹은 바로잡는 기술이 상용화 될 런지 모른다.
2.4 유전자 조작으로 인한 폐해
이제까지 유전공학을 통한 장밋빛 미래를 살펴봤다. 하지만 유전공학이 막대한 투자에 비해 얻어지는 것이 그리 크지 않으며 오히려 위험한 나쁜 과학이라고 이야기 하는 이들이 있다. 유전자조작 생명공학에 대한 기존의 사고방식과, 실제 유전학의 현실 간에는 모순과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조작 생명공학은 오직 유전자결정론을 믿을 때만이 이해가 되는 것이다. 만약 유전자결정론을 믿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유전자조작 생명공학을 바람직한 투자라 여기지 않을 것이다.”(Maewanho, 1998)
영국의 존경받는 과학자 매완 호 박사의 말처럼 유전자 조작은 이론보다 더욱 복잡하며, 결과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고, 예상과 전혀 다른 급작스런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에 근본적으로 매우 위험하다. 이로 인해 막대한 투자비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적을뿐더러, 유전자조작을 통한 형질전환체의 불안정성은 현재도 많은 문제점을 가져다주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몬산토는 특허 받은 제초제저항성 형질전환 변종 가운데 적어도 하나가 ‘예기치 못한’ 유전자를 지녔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밝혀진 후 유전자 조작된 캐놀라 종자의 변종 두 가지를 캐나다 시장에서 거두어 들였으나 이미 6만 포대의 종자가 캐나다 서부 전역에 팔려나간 뒤였다.
즉 문제를 알아차렸을 땐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가져다 줄 위험이 존재한다. 게다가 그 피해는 전세계적인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2.4.1 농업생명공학으로 인한 폐해
또한 “유전자조작식품이 전세계를 먹여 살린다는 것은 허구이며, 오히려 식량안보와 생물다양성을 훼손시킬 것이다.”8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사실 지구상에는 모든 사람을 충분히 먹여 살리는데 필요한 식량의 1.5배가 존재하며, 1980년부터 세계 곡물생산량의 증가는 세계 인구 증가보다 더 높다. 세계 인구 증가율은 1.7%지만 곡물생산량 증가율은 2.2%이다.(Watkins, 1999) 즉 3세계의 빈곤은 수세기 동안 자유무역제도 아래서의 식민지·탈식민지의 경제수탈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유전자 재조합 농산물(GMO)의 안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미 해충저항성과 제초제내성을 가진 잡초가 탄생되었고 이로 인해 살충독소와 효소가 인간에게 과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존재한다.
또한 제초제에 대한 벌레들의 내성 증가 현상과 같이, Bt 독성 유전자가 삽입된 Bt 옥수수 등 여러 Bt작물들에 대해 내성을 가진 Bt 내성 해충의 등장 또한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이미 제초제 내성품종의 채택이 농약의 사용량을 줄일 것이란 기업들의 주장과 달리, 실제론 다른 농민들보다 두 배에서 다섯 배에 달하는 제초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살충제의 과다 살포는 병충에게는 저항성이 상승하고, 이로운 피식종은 죽임으로써 내성병충해 개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GM작물과 비GM작물을 분리시키기 위한 완충지대가 부적절하여 섞이는 일이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형질전환된 애기장대 품종은 기존 작물보다 야생종들과 교차수분될 가능성이 20배는 더 큰 것으로 확인되었으며(Gergelson et al., 1998), 해바라기, 카놀라, 사탕무를 포함하는 GM작물들도 비슷한 특성을 보였다. 즉 “생물오염”을 일으킬 위험이 너무나 크다. 우리나라에서도 GMO오염 분유에 대한 시사 TV 프로그램을 통해 익히 잘 알려졌는데, GMO로 인한 생태계의 오염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일례로 호주 연구자들은 쥐 천연두 바이러스에 쥐의 유전자를 이식하였는데, 쥐를 죽이는 병원균을 돌발적으로 만들어냈다. 몬산토의 GM콩 품종은 회사의 과학자들이 전이 가능성을 인식하지 않았던 추가적인 DNA 절편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와 관련해 호주 영연방 과학 및 산업연구단체의 분자과학팀의 장 애너벨 던컨은, “이는 우리가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 즉 바이러스의 병원성을 증대시키는 것이 쉽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Finkel, 2001)
즉 유전자조작 작물은 전세계를 먹여 살릴 수도 없거니와, GMO 작물들의 단작, 화학적 집약성, 유전적 획일성은 오히려 식량안보와 생물다양성을 훼손시키고 예상치 못한 질병을 인류에게 가져다 줄 위험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2.4.2 생명 연장/ 유전자 치료의 역효과
최근 미 식약청은 27차례의 유전자치료 시험을 중단시켰다. 환자의 세포에 이식된 치료 유전자가 무작위로, 또는 종양유전자 근처에 자리를 잡으면서, 이 유전자들을 활성화시키고 비의도적으로 3명의 소년에게 폐렴을 유발시켰다.(Pollack, 2003b). 영국의학협회(BMA, 1999)와 미국의학협회(AMA, 2000) 모두 유전공학에서의 항생제 내성 표지유전자 사용 중단을 촉구했다. 이 유전자들이 박테리아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으로 옮겨갈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다.
38명의 사망자와 1500명 이상의 중증환자를 발생시킨 트립토판(tryptophan) 사건도 매우 유명하다. 트립토판이란 필수아미노산의 일종으로 보통은 음식으로부터 섭취하고 있지만 이를 다량 섭취하면 우울증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건강식품으로 판매되었다. 일본의 화학기업인 소화전공은 당초에는 Bacillus amylogepasienis(BA)라는 세균이 만들어 내는 트립토판을 추출하여 정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산량이 많지 않아 재조합 미생물을 이용하여 아미노산과 단백질을 만들게 하고 이를 추출하여 식품으로 이용하는 형태로 생산량을 증대시켰다.
유전자재조합의 과정은 총 4단계에 걸쳐 수행되었는데 마지막 4단계 째의 재조합에서 별도의 고초균(Bacillus subtilis)이라는 납두균의 일종인 세균 유전자가 조합되었다. 이 최종의 재조합 세균(제 5균주)에서 만들어진 트립토판을 먹은 사람들은 EMS 증후군(근육통 증후군; 백혈구의 일종인 호산구가 이상 증식하여 정신의 근육이 아프고 기침, 피부발진, 호흡곤란 등을 일으켜 최악의 경우 사망)에 걸려 고통을 호소하게 되었다.
이에 대한 조사 결과 제5균주에서 만들어진 트립토판에서 2개의 불순물이 발견되었다. 소화전공에서도 트립토판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불순물의 체크를 수행하였지만 EBT나 PAA와 같은 불순물이 만들어지는 것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존재를 전혀 눈치 챌 수 없었다. 추후 FDA와 NIH의 조사결과에서는 5균주의 트립토판으로부터 약 30종이나 되는 불순물이 검출되었다고 하는데, 이처럼 불순물의 체크는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형질전환 산물은 숙주 유전자·게놈과의 상호작용으로 독성 및 알레르기 효과를 일으킬 수 있으며, 섭취 후 세포에 감염되거나 질병바이러스를 재생산하거나 형질전환 DNA가 세포의 게놈에 삽입할 잠재력이 있고, 이는 암 등 치명적인 질병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일부 GMO작물에 첨가된 항생물질은 이를 섭취한 이들에게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갖게 만들 위험이 있어 매우 위험하다.
DNA는 본질적으로 복잡한 네트워크에 따라 작용하며 인간이 이를 모두 예측할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유전공학이야말로 인류의 존속과 멸종을 동시에 담보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3. 결론
하버드 대학의 저명한 유전학자 리처드 르원틴(Lewontin, 2001)은 이렇게 말했다. “유전공학 기법으로 DNA가 어떤 생물체의 유전체에 삽입되면, 이는 다른 유전자의 규율 요소의 중간지역을 포함하여 DNA의 어디든지 튀어나갈 수 있다. … 유전공학 공정은 해로운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 이는 재조합 DNA 기술로 생산되는 모든 품종이 특별히 조사되고 검사받을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정당화 시켜준다.”
이처럼 자연계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식물과 미생물이 탄생하고 이들이 계속해 증식해 나갈 경우, 10년 후 50년 후에는 지구의 생태계가 도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9에 대한 많은 과학자들의 걱정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이 시대에 사는 우리에 대한 이야기이며 어쩌면 미래에 인류의 존속가능한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든 커다란 재앙으로 기록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예측 불가능과 불확실성, 즉 유전자의 상호작용과 RNA의 기능, 그리고 정크 DNA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를 사용한다는 것은 마치 아이가 총을 다루는 것처럼 매우 위험하다. 철저히 통제되고 격리된 실험실에서 이루어졌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조차 자본주의의 논리에 무시당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미 유전자 조작 식물들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마치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해 못하는 이가 시스템파일을 건드리는 모습이 오버랩 되지 않을 수 없다. 명령 사이의 흐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여 운영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을 못하고 시스템이 다운되듯, 생태계에도 똑같은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도 든다. 이미 지구에선 수차례에 걸쳐 한 세대의 생태계가 몰살당하고 다시 다른 세대의 새로운 생명체가 꽃을 피우는 등 ‘종’의 멸망과 탄생이 반복되어 왔다. 영원불멸한 것은 없는 것이다. 더 넓게 보면 지구 또한 태양의 수명에 따라 이미 그 끝이 예정되어 있지 않던가? 어쩌면 우주조차 마찬가지다. 시간은 상대적인 것이고 어떤 시점에서는 우주의 나이조차 찰나에 불과할지 모른다. 언젠가 어떤 이유에서건 열릴 판도라의 상자라면 한번쯤은 내가 사는 시대에 그 안을 들여다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다.
벽을 향해 달리는 치킨 레이스처럼 인류의 멸망을 가속화시킬지도 모르지만 이미 핵전쟁을 통한 공멸의 시나리오도 일단은 넘긴 인류다. 이미 막을 수 없는 과학적 역사의 흐름에 깊숙이 몸을 담근 유전공학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다줄지 섣불리 예단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참고문헌:
Arlene Judith Klotzko, “A Clone Of Your Own?”, 2004 / 알린 주디스 클로츠코, “나를 복제한다면”
Vincent C. Giampapa, Frederick F. Buechel, Ohan Karatoprak, “The GENE Makeover”, 2009
최현석, “유전자의 비밀지도”, 시공사 2007
Philip R. Reilly, "Abraham Lincoln's DNA and Other adventures in Genetics", 2000
잭 클로펜버그 2세, “농업생명공학의 정치경제”, 2007 개정판
와다나베 유지, “유전자 재조합 식품의 공포” 2000
정혜경, “내가 유전자 쇼핑으로 태어난 아이라면”, 2008
Mae-Wan Ho, "Genetic Engineering", 1998 / 매완 호, “근본적으로 위험한 유전자조작 생명공학”
출처 | http://blog.daum.net/gongasoh/6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