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겪었던 일이 문득 생각나 적어 봅니다.
제 부모님은 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계셨고,
장사가 잘 되던 시절엔 가사도우미 아줌마를 써서
집안일을 해야 하는 형편이었지요.
제가 학교에서 돌아 오면
도우미 아줌마는 제게 저녁을 차려 주시고 나서
옷을 갈아입고 퇴근 하셨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아줌마가 차려준 저녁을 먹고
문득 안방을 들여다 보았는데
안방 문갑 위에 놓여 있는 신랑각시 인형이
서로 등을 돌리고 서있었지요.
그 날은 별 생각 없이
인형이 서로 마주 보도록 돌려 놓았는데,
다음 날, 또 인형이 서로 등을 돌린채 서있는걸
보게 되었답니다.
어릴적부터 약간의 편집증이 있는터라
모든 물건이 제자리에 제모습으로 있지 않으면
그걸 무척이나 거슬려 하는 성격이라
한 번 인형이 삐뚤어진 것을 보고 나자
그 뒤로 계속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정말 이상했던 건
그렇게 제가 인형에 신경을 쓴 이후로도
아줌마가 오지 않는 주말을 제외하고는
인형은 늘 서로 등을 돌린 모양으로 놓여져 있었죠.
보름 가까이 그런 일이 반복되자
학교에서 돌아오면 저는 제일 먼저
안방에 가서 인형이 돌려져 있는지 확인했고
아침까지 멀쩡했던 인형은
항상 등을 돌린 모양으로 서있었죠.
그러던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 오자마자
저는 늘 그랬듯 안방으로 가서 인형을 확인한 후,
제자리로 돌려 놓았고 아줌마에게
인형을 일부러 돌려 놓으시는 건지를 따지려...
뭔가 쾡한 눈으로
희미하게 웃고 있는 아줌마랑
눈이 마주쳤네요
그 날 저녁
저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부모님께 모두 말씀 드렸고
일주일 정도 지나서
다른 도우미 아줌마가
오기 시작했답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저희 집에 큰이모님이 놀러 오셨을 때,
어른들이 하는 얘기를 엿들었는데
모든 얘길 다 들은건 아니지만
여러 가사 도우미들 중 한분이
우리집 물건에 손을 댔었다는 이야기,
그 시절 우리 집에 좋지 않은 일이
사소하지만 끊이지 않고 벌어졌었다는 이야기 등등
한동안 잊고 지냈던
서늘한 얼굴이 떠올랐답니다.
그리고
나이를 먹은 지금도
이유없이 소름이 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