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5kV 송전선로는 직선으로 가야 하지만, 우리 동네 주변에서는 굽어서 간다. 토지주를 확인하면, 송전선로는 한 재단 이사장 땅, 종교재단 땅, 청와대를 움직이는 권력자의 땅을 피해서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환경부는 주택 200미터 내에서는 송전선로를 설치하지 말라고 했지만, 한국전력은 지키지 않는다."
신가평-신안성 송전선로 한가운데에 위치한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 수양리 주민 장형옥(53)씨의 말이다. 장씨는 송전선로로 힘없는 사람들만 고통받는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2007년 신가평-신안성 송전선로가 경기도 용인에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의 사유지를 우회하도록 변경돼 특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장씨는 환경 불평등과 함께 건강·재산권 침해로 인한 고통도 증언했다. 그의 집은 송전선로에서 110m 가량 떨어져 있다. 2007년 그는 이곳에 전원주택을 지었다. 하지만 이듬해 송전탑이 들어섰다. 마당에서는 '웅웅' 하는 소리가 이어지고 안개가 끼거나 바람이 부는 날이면 불쾌할 정도로 소리가 커진다.
그는 1년 전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알레르기를 앓고 있다. 약을 먹지 않으면 옷과 스치기만 해도 피부에 발진이 생긴다. 그는 송전탑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곧 손주가 태어나는데 이곳에서 아이를 맡아 키울 수 없다"면서 "하지만 이사를 가지 못한다, 땅값을 1/5로 내려도 여기서 살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과 함께 반대 투쟁에 나섰지만, 송전탑을 막을 수 없었다. 그는 송전선로와 관련된 문제를 바로잡고자 2010년 시의원에 도전해 당선됐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송전선로, 환경 불평등과 건강·재산권 침해 야기"
▲ 765kV 고압송전탑 피해 호소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으로 주민과 정부의 충돌이 계속되는 가운데 1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765kV 고압 송전탑이 지나는 충남 예산, 강원 횡성, 경기 용인 지역주민들이 밀양 주민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를 호소했다. 이날 회견에는 민주당 은수미, 장하나, 진선미 의원과 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함께 했다.
밀양 송전탑 갈등 사태가 확산되면서, 송전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다른 지역의 사례도 알려지고 있다. 우원식·은수미·장하나·진선미·조경태·한명숙(이상 민주당)·김제남(정의당) 의원과 녹색당 관계자들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충남 예산·강원 횡성·경기 용인 주민들과 함께 고통 증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세 지역은 765kV 송전선로가 지나는 곳이다.
충남 예산군의 박종서씨는 "15년 전 예산 예당 평야를 가로지르는 송전선로가 세워졌다"면서 "당초 당진에서 안성으로 이어지는 선로였지만 예산을 지나가는 선로로 바뀌었다, 정부가 대기업을 위해 힘없고 약한 농민에게 희생을 강요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날 참석자들은 기자회견에서 "765kV 송전선로 인근 지역에 암환자가 속출하고 있고 짐승 등이 유산하며 농작물 수확에 큰 지장이 있다는 증언은 어디든 한결같다, 1급수 계곡에 765kV 송전선로가 들어온 이후 가재가 다 사라졌다는 보고도 있다"면서 "송전선로 인근 농지와 주택의 재산가치가 완전히 사라져버려 재산권 행사가 완전히 정지됐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한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지원법(송주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에 계류중에 있다, 그러나 송주법은 이러한 주민들의 고통과 실질적으로 발생하는 주민들의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경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입법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765kV 송전선로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건강·재산·환경에 미치는 실태 조사를 즉각 실시하라"면서 "건강·재산 상의 심각한 피해가 확인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이주 계획을 수립하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또한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를 중단하고 사회적 공론화 기구를 구성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