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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인 이항복을 구한 이제현
이항복이 태어난 지 1년이 되기 전 어느 날이었다.
이항복의 유모가 우물 근처에서 그를 땅 위에 놓아두고는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이때 어린 이항복이 엉금엉금 기어가더니 이내 우물로 들어가려는 찰라였다.
유모의 꿈에 수염이 희고 얼굴이 긴 한 장부(丈夫)가 나타나, 지팡이로 유모의 정강이를 탁 치면서 꾸짖었다.
“어찌해서 애를 보지 않느냐?”
지팡이에 맞은 정강이가 몹시 아파서 유모가 화들짝놀라 꿈에서 깨어보니, 저만치에서 항복이 우물로 막 들어가려는 게 아닌가.
냅다 쫓아가서 항복이를 얼른 붙잡았다. 간발의 차이로 항복이의 위기를 모면한 것.
이후 유모는 꿈에서 차인 정강이가 실제로 여러 날 아파서 이를 이상하게 여겼다.
이 일이 있은 뒤 어느 날, 집안에 제사가 있어 방조(傍祖)1) 이제현의 영정을 대청에 걸어놓게 되었다.
그런데 유모가 이를 보고 크게 놀라서 외쳤다.
“앞전에 제 정강이를 때린 이가 바로 저분이옵니다!”
2백여년전 조상인 익재 이제현 선생이 그 후손인 어린 이항복을 위험에서 구해주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