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민담중에 아기장수 이야기라는 설화가 있습니다
그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옛날에 어느 곳에 평민이 살았는데. 아기를 낳았더니 아기는 평범한 아이가 아니라 겨드랑이에 날개가 있고 이내 걸어다니며 힘도 쎈
신령한 기운을 타고난 영웅적 장수의 기질을 가진 아기였다. 부모는 이 아기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면 집안이 망할 것을 두려워 하여
아기장수를 돌로 눌러 죽여버리게 된다. 아기장수가 죽을 때에 유언으로 콩 닷섬과 팥 닷섬을 함께 뭍어 달라고 하였다.
얼마후 관군이 들이닥쳐 아기장수를 내놓으라고 윽박 지르자 아이의 부모는 이미 죽였다고 설명하니 관군들이 아기의 무덤을 가르쳐 달라고 하였다
그들이 아기장수의 무덤에 가보니 콩은 말이 되고 팥은 군사가 되어 아기장수가 수만명의 군대를 이끌고 막 일어서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딱 하루가 모자른 상태에서 관군의 방해를 받아 이것이 실패하고 아기장수도 결국 관군에게 죽임을 당하게 되었다.
그후 아기장수를 태울 용마가 하늘에서 내려왔으나 아기장수가 이미 죽어 버려 태울 주인이 없어졌음을 알고
슬퍼하며 울며 헤메다 결국 못에 빠져죽었다. 이것이 용소이다.
이 아기장수 이야기는 각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내용이 추가되며 300여종이 넘는 정말 다양한 버젼의 이야기가 전해지며
이 설화가 전승되는 지역도 함경도 끝자락에서 제주도까지 한반도 전 지역에서 비슷한 설화가 산재되어 내려옵니다
한국에 전해지는 설화 중에 가장 넓은 지역에서 가장 많은 내용이 전승되는 설화입니다
아기장수 설화의 공통적인 특징은
1. 영웅적 기질을 가진 아기장수가 태어난다.
2. 사람들은 이런 비범함을 두려워하여 억압하고 배신한다.
3. 아기장수는 홀로 세상을 바꾸고자 힘을 기른다
4. 세상의 권력은 이를 죽이기 위해 무덤까지 찾아간다.
5. 아기장수는 죽어 꿈이 좌절되고 뒤늦게 나타난 용마는
진정한 세상의 주인이 없음을 한탄하며 따라 죽는다.
한국의 설화중에 가장 넓고 많이 분포한 설화가 아기장수 설화라는 것은
생각해 보면 한반도라는 공간의 역사적를 돌이켜 보면
너무 이해가 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아기장수 설화의 원형으로는 삼국사기에 나오는 궁예의 설화가 거론되죠
신라의 골품제라는 엄격한 신분제도 아레에서 신분에 따라 살아가는 집의 크기 꾸밈에서 부터
옷가짐 재산 관직의 등급까지 제한한 그런 신라의 계급사회
그 안에서 궁예는 그 비범함으로 인하여 죽임을 당할 뻔하였고
도망쳐 나라를 세운 뒤 스스로 미륵이라 자청하며 중생을 구원할 구원자로 나섰습니다
이후 왕건에 의해 권력을 뺏기고 죽임을 당하며 그에 대한 이미지는 미친왕으로 그려지지만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가 거짓인지는 모르죠
엄격한 계급구조 속에 권력자들에 대한 두려움 이에 반대하는자는
역적으로 몰려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하는 힘없는 민중의 삶이
중앙집권적 권력체제를 완성한 이래
수쳔년간 이땅을 지배한 거대한 줄기였습니다.
몽골의 침략 속에 외롭게 항전하며 강화도로 진도로 제주도로 도망치던
삼별초의 장수들은 아기장수였을까요?
아기장수 설화중에는 아기장수를 죽이러 오는 관군으로
삼별초를 토벌하며 제주도까지 따라가 삼별초를 몰살한
고려의 지휘관 김방경이 바로 그 아기장수를 잡으로 온
관군이라 실명으로 거론되기도 합니다
또는 서경천도와 칭제건원을 외친 묘청은 아기장수였을까요
임진왜란 때 도망간 왕을 대신하여 분연히 일어서 왜군을 무찔렀으나
왕의 시기와 질투로 죽어간 수많은 조선의 장군들
혁혁한 전공을 세웠으며 그 충의로운 정신에도 불구하고
역적으로 몰려 잔인하게 죽임을 당해야만 했던 김덕령이나
불패의 장군이자 해전사 유례가 없는 승리를 거두며
조선의 바다를 지키고 나아가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었던
이순신 장군 역시 왕의 핍박 속에 죽음의 고비에서 돌아오길 반복하며
마지막은 사실상 자살에 가까운 전사로 그 생을 마감하였죠
김덕령과 이순신 이들이 바로 아기장수였을까요?
아기장수 설화중에 역시 아기장수를 죽이러 오는 관군으로
조선의 왕인 이성계가 실명으로 거론되곤 합니다
관군이 조선의 왕이란 의미겠죠.
홍길동은 어떤가요
또는 서북인에 대한 차별과 멸시에 일어섰던 홍경래는?
한국사를 돌이켜 보면 너무도 많았던 이런 안타까움과
좌절들을 접하게 됩니다.
이는 비단 먼 역사만의 이야기만이 아니죠
왜 김구선생은 일본조차 수십년을 죽이고자 했을 때에도
그 핍박에서 조차 살아남았으면서
정작 뜻을 펴야할 그가 오죽 단하나의 소원이라 외치며
그토록 꿈꾸었던 해방된 한반도에서
암살을 당하며 날개가 꺾였어야 하는지
민중들은 알지 못하며
똑같이 일본군 장교로 복무한 두사람
그 일본군에서 탈출해 광복군에 들어가고
독립운동과 민주화라는 어렵고 험한 길을 간
장준하 선생은 북한산에서 의문사를 당한 반면
정작 그 일본군에 진심으로 충성하고
개인의 영달을 위한 길을 걸었던
박정희는 군사반란을 통해 권력자가 되고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지금도 그 명예를 누려야 하는 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김구선생이 현대의 아기장수고
장준하 선생이 아기장수를 대하는 이 사회의 모습 일수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한국사를 대하는 많은 이들은 각각의 사연과 호기심으로
한국의 역사를 배우고 보게 되지만
항상 가슴 한켠 무거운 감정을 누른채
이 땅의 역사를 배우게 됩니다.
언제나 가슴을 누르는 그 의문들
왜? 한국의 역사는 이 기나긴 흐름 속에서
영광되고 보다 나은 길로 갈수 있는 순간에 직면하게 되면
수많은 영웅들의 꿈은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대체 왜 매번 좌절되야만 하는가?
왜 우리의 역사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서
왜 매번 결국 굴욕의 길을 택하게 되었는가 라는 안타까움이죠
한국사를 배우는 많은 이들이
이런 답답한 역사의 지난 모습이 너무 아파서
때문에 이에 대한 위안을 얻고자
허구에 불과한 유리성일지라도 만들어서
존재하지 않는 한단고기와 같은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하는것이겠죠
한단고기를 믿는 이들의 심정적으로 이해 못하는게 아닙니다
많은 이들이 그것을 욕하며 한편으로 또 그런 것이
사실 모두 위서가 아니였기를 얼마나 바랬을까요
단지 역사의 엄정함이 현실을 직시할것을 요구하기에 비판하는 것 뿐이죠
한국에서 가장 많은 설화를 남겼던 아기장수의 이야기는
이런 한반도의 한맺힌 역사를 반증하는
이땅의 공동체가 공유한 안타까움과 설움을 나타낸
하나의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역사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설화 속 아기장수를 대하던 부모의 모습을 보며
"자신들이 죽더라도 아기장수를 보호했어야 한다" 비난하는 우린
정작 그 부모의 상황이 되었을 때는 어찌해 왔던가요
누군가 옳은 말 또는 사회의 정의를 이야기 할때
나오는 반응
"그래 너 잘났다" "그래서 그게 밥먹여 주냐?" 라는 비아냥과
그 옳음에 대한 정의에 대한 혈기어린 청년들의 성토를 보았을 때
"넌 어려서 세상물정을 모른다" "사회생활을 해봐라 그런 말이 나오냐?"
"맞는 말인건 알겠는데 그게 웃어른들한테 할 태도냐? "
너무도 익숙한 이 사회의 모습입니다.
아기장수가 영웅이고 그것이 옮음을 알지만
결국 미성숙한 아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들 부모가 아기장수를 돌로 눌러 죽일 수 있던 이유였습니다
옳음 앞에 침묵하고 불의에 말없이 동조한 공범인
아기장수를 죽인 부모의 심정은 지금과 다를까요
나라가 망하였던 100년전 식민지가 되어가는 멸망의 순간에 조차
결국 다 똑같은 놈이다, 라는 말로
조용히 침묵하였더 조선의 민중들과
21세기 대한민국이란 사회에서
정치인은 다 똑같다라는 말로
조용히 침묵하는 지금의 민중들이
과연 얼마나 크게 다른것일까요
역사는 항상 반복해 왔고 또한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역사를 만들어가는 중이죠
아기장수 설화는 과거에 전승되어온 민담에 불과한 게 아니라
사실 지금 이 순간 우리사회에서도 여전히 만들고 있는 설화이기도 합니다.
노무현의 유명한 연설입니다
노무현에 대한 평가의 여부는 접더라도
이 연설이 말하는 이 땅의 600년 역사는
사실 우리가 하고싶어도 감히 하지 못했던 답답한 그 마음이었고
정치인이 이것을 기치로 내세웠을 때 많은 이들이
알수없는 지지와 환호로 노무현을 따랐죠
그리고 그가 서거했을 때
많은이들이 떠올린 이미지가 바로 그 아기장수 이야기입니다
결국 또 하나의 아기장수 설화
특정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 평가를 떠나
왜 노무현현상이 나타난 것인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는 비단 정치인으로 노무현의 이야기 만이 아닙니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때 마다 나타나는 무소속 후보의 약진현상
사실상 양당제 구도의 정치에서 혜성처럼 나타나는
무소속 후보들의 열렬한 지지와 환호의 이면에는
또 다른 아기장수의 탄생을 열망하는 그 심정
왜 이들을 지지해야만 하는지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지
이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이 필요없는
1천년 한반도의 역사를 살아오며 민중들이 가졌던
그 본능을 표현한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한반도의 아기장수 이야기는
이 땅의 역사가 품어온 비극을 의미하죠
한반도에서 언젠가 아기장수 설화가
더이상 필요없는 세상이 오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