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는 계절은
어쩌면, 감성의 전환기 같은 느낌이다.
갑작스럽게도, 그리고 조금은 의아하게도
불필요하게 많은, 그리고 지극히 내면적인 수 많은 고뇌를 이끌어내고
그러한 잡념들은 마침내 안으로부터 심화되어
그렇게 마음속으로 혼란을 거듭할 동안, 시간이 지나 겨울이 되면
내면의 모든 공간들을, 미처 숨쉴 틈도 주지 않은 채, 깊게도 잠식한다.
도무지 종잡을 수도 없고, 헤어나올 수도 없는 이 거대한 소용돌이는
태고의 시간 동안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격정스런 의문을 빛어내고
의문으로부터 오는 고통은
다시 갈 곳 잃은 육신을 끊임 없이 순환하여 뇌리에 새겨짐을 계속한다.
필연적으로 겪게 될 수 밖에 없도록 운명지어진 이 비운의 고통은,
약속이라도 한 듯, 새삼 많은 삶의 무게감과 시련들을 깨우치게 하곤 한다.
고난 속을 방황하는 성숙하지 못한 자아가,
그저 보잘 것 없는 먼지 한 줌으로 변모하여 공허 속을 떠다닐 동안
이제 그만 밖으로 나와 정신을 차리고 나면
문득 오뉴월, 봄날의 단비가 내리고 있음을 뒤늦게 느끼고
또 다른 여름이 오기만을
어쩌면, 그렇게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