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의 ‘격노’ 안철수의 ‘뻘쭘’ 동교동의 ‘난감’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지난 5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새해 덕담도 오가고 비공개 면담도 가졌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이희호 여사를 8분 독대한 것과 안철수 의원의 25분 독대를 비교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이희호 여사가 안철수 의원을 지지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지난 6일 <중앙일보>는 안철수 의원 측 관계자의 말을 빌려서 이 여사가 안 의원에게 “이번에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뭔가 이뤄질 수 있는 희망을 느꼈다. 꼭 주축이 돼 정권교체를 하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희호 여사가 “올해 총선에서도 많은 숫자(의석)를 가져가야 하는데”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이 보도가 나가자 이희호 여사가 안철수 의원을 사실상 지지했다는 정치적 해석이 난무했다.
그러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가 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이희호 여사가 그런 발언을 한 일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그러면서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형식적으로는 정정보도를 요청한 것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안철수 의원 측이 자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또한 자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다.
안철수 의원 측은 이희호 여사가 공식적으로 부인하면서 뻘쭘해졌다. 이희호 여사의 지지를 발판으로 호남 민심을 잡아보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이는 사실 동교동계를 위한 제스처였다고 정치권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 측에서 “이희호 여사도 지지했으니 동교동계도 이제 곧 결단하라”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런데 이희호 여사가 공식적으로 부인하면서 안철수 의원 측은 뻘쭘하게 된 것이다.
동교동계도 난감한 상황이다. 동교동계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만약 이희호 여사가 안철수 의원을 지지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로 굳어지게 된다면 동교동계의 탈당 명분이 하나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이희호 여사께서도 문재인 대표를 지지하지 않으니 우리는 탈당한다”라는 논리를 펼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이희호 여사가 공식적으로 안철수 지지 발언을 부인하면서 동교동계의 탈당 명분이 약해졌다. 그야말로 난감한 상황이 됐다.
이희호 여사가 안철수 의원 지지 발언을 한 일이 없다고 공식 부인하면서 야권의 구도가 애매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