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를 취득하고 5년 간의 장농면허를 제외, 자차를 운전한 이래 올해로 11년 무사고 경력입니다. |
모두가 어쩜 그렇게 운전을 잘 하냐.. 자잘한 사고 한 번 없었냐.. 라고 말하며 엄지를 추켜 세웁니다. |
하지만 사실 면허를 갓 취득한 초보 시절 접촉사고를 낸 적이 있었습니다. |
그 사건은 아직도 눈 앞에 어려 생생히 기억나며 제 운전 습관이 자리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
10여 년 전 친구들과 한창 어울려 놀던 20대의 어느 날 우리는 인근 지역으로 1박 2일 캠핑을 다녀 왔습니다. |
전날 저녁부터 아침 새벽까지 이어진 술 자리로 인해 다들 상태가 말이 아니었지요. |
귀가하던 중 점심으로 해장을 한답시고 도로 가에 있던 동태탕 집에 들어간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
고개 정상에 위치한 가게 툇마루에 앉아 여름 끝자락의 더위를 아우르듯 불어오는 미풍을 맞으며 먹던 시원한 |
통태탕 국물은 동료들의 뱃속 주충을 또 다시 깨우고 어느새 술잔을 채우는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
주당 친구들 중에서도 으뜸인 저는 마침 전날 과음을 하여 토하기 직전이라 술을 마다하고 국물만 500cc는 |
먹은 것 같습니다. |
이내 모두가 취하고 길을 나서는데 운전은 해야겠고.. 술 먹지 아니한 사람 중 면허 가진 사람은 저 뿐였습니다. |
난감했죠.. 면허 딴지 3년 정도 된 시기였지만 자차도 없고 경험도 없던 소위 말하는 장농면허였습니다. |
하필 차량은 캠핑 장비 싣고 7명이 한 번에 다녀오기 위한 스타렉스 스틱 차량였습니다. |
그래도 나름 운전에 센스가 있는 편이라 첫 장거리 주행임에도 불구하고 문제 없이 1시간 가량 주행했습니다. |
(아버지를 포함한 집안 어르신 대부분이 운전직에 종사하는데 이것도 유전인가 싶었음 -,.-;) |
이제 도착지는 20여분 거리이고, 한참 신나 "제법 몰잖아"하고 속으로 자화자찬하며 조그만 국도를 벗어날 쯤 |
바로 앞에 중국집 오토바이가 달리고 있었습니다. |
차선 변경해서 추월하고 싶지만 서울 초입이라 많은 차량이 빽빽히 들어서서 끼어들기는 엄두도 안 나는데 |
배달원은 배달지를 찾고 있는지 연신 우측 건물을 보고 한 손에 든 메모를 보고 하면서 매우 느리게 갑니다. |
스틱 조종에 익숙치 않은 나로서는 주춤주춤 가는 오토바이가 어려웠고 연신 클랙션을 울렸습니다. |
마침 배달원이 집을 찾았는지 옆으로 빠지기 시작합니다. |
오케이~~ 하면서 부우웅~ 가속을 하고 기어를 바꾸려는 찰나.. 오토바이가 찾던 곳이 아닌지 바로 롤링하듯 |
몸을 홱 틀어서 재진입 하는 것이 아닌가… 허억~! |
워낙 찰나의 순간이어서 오토바이가 다시 들어오는 걸 보고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는 순간 퉁~! |
가볍게 부딪혔지만 바퀴가 범퍼에 말리면서 배달원은 넘어지고 오토바이 밑에 발목을 깔리게 됩니다. |
지금 생각하면 창피하지만 저는 내려서 괜찮냐는 말 보다는 순간적으로 "아니 왜 빠졌다가 다시 확 들어오냐. 일부러 차에 박으려고 작정했냐"며 핀잔을 주고 오토바이를 몰던 19살~21살쯤 되 보이는 배달원은 아픈 |
발목을 잡으면서도 잘못했다고 합니다. |
상대의 사과에 괜히 우쭐대는 마음으로 한참 뭐라 하던 중.. 우연히 제 시선은 맞은 편 차선을 보게 되는데.. |
이쪽 사고를 구경하느라 속도를 늦추며 서행으로 오던 퀵 배달원 오토바이를.. 역시 이쪽 사고를 구경하느라 |
고개를 왼쪽으로 돌린 채 달려오던 후속 차량이 너무 쎄게 들이 받은 것 입니다. |
못 해도 시속 40은 되 보이는 상태로 들이 받히자 오토바이는 쾅~!!! 소리를 내며 앞으로 퉁겨 나가고 운전자는 |
하늘로 튕겨 올라 약 6~7미터 정도 날려져 떨어지고도 5미터 정도 더 굴러가 버렸습니다. |
쾅~! 하는 소리, 박살나서 파편이 튀는 오토바이, 공중으로 튕겨 날아가는 운전자,, 그리고 마주친 헬멧 속의 |
시선…. 이 끔찍한 순간을 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 봤었습니다. |
말문이 막히고 그 참상에 먹먹해진 채 고개를 돌리자 제가 사고 낸 오토바이 학생이 저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
순간 정말 많은 생각이 오가고 무언가 의식의 사고를 몇 계단 확 뛰어넘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
같은 사고, 다른 결과, 가해자와 피해자, 서로간의 입장 차이.. 온갖 생각이 교차된 이후 저는 바로 그 학생을 |
태우고 병원으로 달려 갔습니다. |
다행히 오토바이(CT100)가 가벼웠던 탓인 지 발목을 살짝 긁혔다는 진단을 받고 마침 달려온 학생 어머니와 |
학생에게 정중히 사과를 하고 전치 2주로 합의하자는 어머니 말에 학생의 2주 치 알바 급여를 주는 것으로 |
합의 마무리 했습니다. |
그렇게 서로가 합의를 본 후 같은 병원에 들어온 길 건너편 사고자 소식을 물었더니… |
"도착 시 사망" 이라더군요… 자세히 알려주진 않았으나 떨어질 때 머리부터 떨어졌다고 합니다. 아~.. |
일련의 사고를 겪고 집에 돌아오는 길 저와 친구들 모두는 침묵으로 일관 했었습니다. |
우린 모두 차를 좋아해서 면허 따고 곧 바로 중고차나 부모님차를 몰고 매일 같이 드라이브를 하고 사고도 |
많이 쳤었으며 술 자리에서 그 사고들을 마치 재밌던 경험인 양 떠들곤 했었기에 더욱 숙연했던 것 같습니다. |
국도 코너에서 드리프트 한다고 속도 내다 논두렁에 차가 거꾸로 뒤집혀 기어 나왔던 일. |
프라이드 몰던 친구가 자기는 제로백 8초 나온다고 뻥 치는 걸 입증하려다 타이어 터져서 두 바퀴 회전했던 일. |
비가 추적추적 오는데도 음악 크게 틀고 창문에 팔 걸치고 와서 젖은 팔 내밀고 킬킬대던 일. |
당시 무시무시한 스포츠카 티뷰론이 앞 질러 간다고 트럭에 타던 세 얼간이가 내리막에서 시속 140으로 제끼고 |
좋다고 낄낄대다가 경찰에 걸려 "아니 무슨 트럭이 제일 빨러~" 황당해 하시던 일. |
그 웃으면서 톡톡 거리던 일화들이 더 이상 웃기지 않게 되었습니다. |
그 이후 저와 함께 있던 친구들 전원 13년 정도 무사고일 뿐 아니라 운전 습관 등 크게 달라졌습니다. |
사람을 죽이려고 목을 조르거나 칼로 찌르는 등의 행위와 차량이라는 큰 흉기를 가지고 킬킬대면서 시선 돌리고 |
조급한 마음을 가지거나 위협을 하는 등의 행위가 전혀 다를 게 없다는 걸 정말 뼈저리게 느낀 사건이었기에… |
문득 옛 생각이 나서 길게 글을 썼습니다. |
읽어주신 오유분들 부디 안운하시고 우리 함께 조심 또 조심히 운전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