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혹,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늘 생각하지만 이런 예감은 좀 틀려도 좋을텐데.
예고편은 중요한 부분은 잘 보이지 않거나
살짝 맛보기로만 알려주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이 예고편에 낚였다,
이런 표현들을 쓰기도 한다.
올해에만 두 편의 예고편을 받아들곤
나도 그렇게 낚이기만을,
사실 실제 본편은 그렇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아마 실제 본편에서는
결국 남녀 주인공은 헤어지게 될 것 같다.
그 이야기가 그들의 마지막이 될 것이다.
몇 년 후 그들이 어딘가에
또 다른 모습으로 만나지 않을까,
하는 건 순전히 시청자의 바람일 뿐이다.
몇 번인지 알 수 없는 숫자 만큼의
너와의 이별을 마주했던 나는 생각보다 담담해서
그런 척 하는건지 아닌건지 좀 헷갈린다.
아마 며칠이 지나야 후폭풍이 물밀듯
나를 잠기게 하겠지.
이제야 세월이 너의 표정을 앗아가고
깊은 심연만 남기게 했다는 말이
나에게도 왔음을 알게 되었다.
예전엔 이런 글을 쓸 때
눈물콧물 앞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숨이 막힐 정도로 흘려가며 자판을 쳤는데
그렇진 않은 내 모습이 조금은 낯설다.
너에게 고민의 짐을 떠안기고
나는 그 고민 바깥에 서 있는 척
그래서 조금 더 미안했고 미안했다.
그 고민을 하는 너의 모습이
그래서 결론에 도달해야만 하는 네가
힘들까봐 걱정이 되는 건
내가 너를 참 많이 사랑하는구나.
어떤 선택이든 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고
그게 설령 헤어짐을 말하는거라해도
나는 늘 그렇듯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다만 이전의 헤어짐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아마도? 더 이상 기다리지 않으려고 할 거고
혹시나 네가 나를 찾을까 기대하지 않으려 할 거고
더 이상 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생각하고 생각해서
너를 추억 속의 누군가로 남기려 할 거다.
그 많은 이별 중에서 단 한 번도
너를 기다리지 않은 순간은 없었고
매번 네가 나에게 다시 돌아오기를
네가 나를 찾기를 그래서 우리가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지 않은 순간은 없었다.
사실은 그래서 그 많은 이별을
내가 직접 마주한 적은 없었다.
이정도면 너에게 충분히 사랑 받았다고 생각한다.
네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마도
다 해주었을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굳이 더 버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더 버텨서 너를 힘들게 한다면
그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니까.
그건 순전한 내 욕심일 뿐이지.
그러니 너의 고민이 길지 않았으면 한다.
결말로 가는 너의 마음이 많이 아프지 않았으면 해서.
나는 아무렇지 않게
이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있으니까.
내가 마음에 걸리지 않기를.
5년인가. 너와 만난 시간들이.
아. 언제인지 시간 찾아보다
너와 했던 카카오톡 대화 저장 문서를 봤다.
2016년 7월달쯤 우린 그랬네.
나는 되게 드라이했고 너는 애달파했네.
나는 왜 저랬는가 (이불 킥!)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는 사람.
서로 디스하다가 재미있게 웃었던 사람.
그러다 다정한 눈으로 응? 물어보던 사람.
나도 모르게 너를 생각하고 기억하다가
아 맞다 예고편.
우리의 예고편에는
헤어질지 버텨볼지 고민하는 서로가 담겨있다.
나는 너를 떠나보낼 준비를 천천히 해야겠다.
그게 가능한 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널 만나면서 한 번도 잊지 않았던 순간이라
늘 잘 해내야한다고, 너에게 티나지 않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항상 생각했으니.
너와의 마지막 이별을 준비하는 나를 나는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