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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예고편
게시물ID : today_643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ㅁㅈ이
추천 : 4
조회수 : 26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1/07/11 00:56:36

 

 

 

 

그럴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혹,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늘 생각하지만 이런 예감은 좀 틀려도 좋을텐데.


예고편은 중요한 부분은 잘 보이지 않거나

살짝 맛보기로만 알려주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이 예고편에 낚였다, 

이런 표현들을 쓰기도 한다.


올해에만 두 편의 예고편을 받아들곤

나도 그렇게 낚이기만을, 

사실 실제 본편은 그렇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아마 실제 본편에서는 

결국 남녀 주인공은 헤어지게 될 것 같다.

그 이야기가 그들의 마지막이 될 것이다.

몇 년 후 그들이 어딘가에 

또 다른 모습으로 만나지 않을까,

하는 건 순전히 시청자의 바람일 뿐이다.


몇 번인지 알 수 없는 숫자 만큼의 

너와의 이별을 마주했던 나는 생각보다 담담해서 

그런 척 하는건지 아닌건지 좀 헷갈린다.

아마 며칠이 지나야 후폭풍이 물밀듯 

나를 잠기게 하겠지.

이제야 세월이 너의 표정을 앗아가고

깊은 심연만 남기게 했다는 말이

나에게도 왔음을 알게 되었다.


예전엔 이런 글을 쓸 때 

눈물콧물 앞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숨이 막힐 정도로 흘려가며 자판을 쳤는데

그렇진 않은 내 모습이 조금은 낯설다.


너에게 고민의 짐을 떠안기고 

나는 그 고민 바깥에 서 있는 척

그래서 조금 더 미안했고 미안했다. 

그 고민을 하는 너의 모습이

그래서 결론에 도달해야만 하는 네가 

힘들까봐 걱정이 되는 건

내가 너를 참 많이 사랑하는구나.


어떤 선택이든 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고

그게 설령 헤어짐을 말하는거라해도 

나는 늘 그렇듯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다만 이전의 헤어짐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아마도? 더 이상 기다리지 않으려고 할 거고

혹시나 네가 나를 찾을까 기대하지 않으려 할 거고

더 이상 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생각하고 생각해서 

너를 추억 속의 누군가로 남기려 할 거다.


그 많은 이별 중에서 단 한 번도 

너를 기다리지 않은 순간은 없었고

매번 네가 나에게 다시 돌아오기를 

네가 나를 찾기를 그래서 우리가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지 않은 순간은 없었다.

사실은 그래서 그 많은 이별을 

내가 직접 마주한 적은 없었다.


이정도면 너에게 충분히 사랑 받았다고 생각한다.

네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마도 

다 해주었을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굳이 더 버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더 버텨서 너를 힘들게 한다면

그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니까.

그건 순전한 내 욕심일 뿐이지.


그러니 너의 고민이 길지 않았으면 한다.

결말로 가는 너의 마음이 많이 아프지 않았으면 해서.

나는 아무렇지 않게 

이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있으니까.

내가 마음에 걸리지 않기를.


5년인가. 너와 만난 시간들이.

아. 언제인지 시간 찾아보다 

너와 했던 카카오톡 대화 저장 문서를 봤다.

2016년 7월달쯤 우린 그랬네.

나는 되게 드라이했고 너는 애달파했네.

나는 왜 저랬는가 (이불 킥!)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는 사람.

서로 디스하다가 재미있게 웃었던 사람.

그러다 다정한 눈으로 응? 물어보던 사람.

나도 모르게 너를 생각하고 기억하다가

아 맞다 예고편.


우리의 예고편에는

헤어질지 버텨볼지 고민하는 서로가 담겨있다.


나는 너를 떠나보낼 준비를 천천히 해야겠다.

그게 가능한 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널 만나면서 한 번도 잊지 않았던 순간이라

늘 잘 해내야한다고, 너에게 티나지 않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항상 생각했으니.


너와의 마지막 이별을 준비하는 나를 나는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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