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사상 기득권과 정면대결을 펼친 대통령은 노무현 밖에 없고, 최고지도자에 올랐으면서도 철저하게 공격받아 만신창이가 된 대통령도 노무현 밖에 없다. 기득권의 입장에서 볼 때 노무현의 승리는 프랑스혁명에 준할 만큼의 충격을 주었다. 미국 정부(특히 일본에 놀아난 맥아더)의 오판으로 살아남은 친일부역자들이 이 땅의 기득권을 형성한 이래 노무현 같은 혁명가는 없었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지만, 기득권의 융단폭격에 좌절된 4대개혁입법이 국회를 통과했다면 작금의 대한민국은 '유로피언드림'보다 위대하고, 아주 짧은 기간만 작동한 '아메리칸드림'보다 풍요로운 세상에 들어섰을 것이다. 역사에 가정이란 의미없다고 하지만, 현대양자물리학이 정립한 역사총합이론(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와 리처드 파인만의 《물리학강의》 3권을 참조)에 따라 4대개혁입법이 통과된 다른 차원의 대한민국을 상상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과거사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진, 반칙과 특권의 대부분이 사라져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람사는 세상.. 이 땅의 특권화된 기득권이 더 이상 우선권을 주장할 수 없는 그런 세상이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일 수도 있다. 바로 이것, 사람이 다른 무엇보다 우선하는 세상을 이 땅의 기득권들은 용납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조중동과 뉴라이트가 맨앞에 섰던 '노무현 죽이기'의 본질이 바로 이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끝내 완성하지 못한 《성공과 좌절》에 풀어내려고 했지만 풀어낼 수 없었던 것이 이것이며, 그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던 문재인이 그렇게 싫어하고 멀리하려 했던 현실정치에 뛰어들며 《문재인의 운명》이란 출사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것이다. 반칙과 특권을 남발하는 이 땅의 기득권이 '노무현 죽이기'와 끝없는 부관참시도 모자라 '문재인 죽이기'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청산되지 않은 이 땅의 특권화된 기득권으로서는 노무현의 '성공과 좌절'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래서 그들의 악질적인 수법이 무엇이며,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무엇인지 아는 문재인이 권력을 잡는 것은 하늘이 무너져도 막아야 한다. 평생을 기득권으로 살아온 안철수를 대안으로 밀어주는 것도, 평생을 야당만 하기로 작정한 비주류 탈당파들을 밀어주는 것도, 이들이 호남을 판돈으로 도박을 벌일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론을 좌지우지하고, 진실을 왜곡할 수 있는 모든 방송(중앙일보의 자회사 JTBC 포함)들이 기득권의 수중에 있기 때문에 제1야당의 대표인 문재인보다 당의 형태도 갖추지 못한 안철수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무현을 무너뜨리기 전에 열린우리당부터 분열시킨 것처럼, 문재인을 무너뜨리기 전에 안철수의 탈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식물정당으로 만들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호남이 안철수 신당과 천정배 신당의 텃밭이 되는 것은 이들이 바라는 첫 번째 단계이고, 이를 기점으로 수도권의 표가 분산되도록 만드는 것이 두 번째 단계이며, 문재인을 현실정치에서 퇴출시키는 것이 마지막의 단계이다. 여론의 추세가 조작과 왜곡이 불가능할 정도로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이상 문재인 죽이기는 더욱 가열차고 노골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선택은 개인의 자유지만, 수천 권의 책을 읽고 이 땅의 최고위층부터 최하층까지 경험해본 필자의 선택은 무조건 문재인이다. 김한길과 정동영의 탈당으로 식물정당이 된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이자 노무현의 '성공과 좌절'을 운명처럼 껴안고 있는 문재인이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