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관람하실 분이라면 읽지 않길 권합니다.
저는 어쌔신 크리드 전 시리즈를 가지고 있으며 크로니클 세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클리어를 했습니다.
영화 어쌔신 크리드에 대한 감상을 먼저 말해보자면
'당연히 망작이라 생각하고 원작 게임 팬심으로 가서 봤는데. 왜 난 이게 재밌지?' 입니다.
영화가 볼 만했던 이유는 아무래도 기대치가 엄청 낮았고, 원작을 많이 플레이해봤다는 것이 어느 정도는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재밌게 봤다고 해서 호평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 어쌔신 크리드라는 영화가, 그리고 좀더 나아가서 게임을 원작으로 가진 영화들이 망하는 이유에 대해 제 생각을 적어보겠습니다.
저는 어쌔신 크리드라는 게임의 팬이자 - 시리즈의 최고의 망작이라는 '유니티'도 긍정적으로 플레이했습니다.
나름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이 게임은 영화화가 되면 100% 망한다. 아니, 게임 그대로를 영화로 만들면 망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이유로 첫 번째가 상당히 독특한 세계관입니다.
어쌔신 크리드는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처음에 당황을 합니다.
암살자 액션인 줄 알았는데, 시작은 현대SF로 시작을 하거든요 -_-;;;
앱스테르고 사의 '애니머스'는 사람의 DNA가 가진 선조의 기억을 찾아갈 수 있는 장비입니다.
이 애니머스를 통해서 대상자는 자신의 선조가 겪은 일을 체험할 수 있게 됩니다.
아마도 원작을 몰랐던 관객이라면 오프닝 이후 갑자기 현대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뭐지?'라고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2시간이라는 런타임 속에 두 가지 시간대를 번갈아가면서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이해를 시켜야합니다.
더 나아가서 이 두 가지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야 했죠.
물론, 이런 구조를 가진 영화들은 많습니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표현을 한 경우도 많죠.
하지만, 어쌔신 크리드는 실패했습니다.
원작의 스토리도 첫 주인공인 '데스몬드 마일드'가 죽으면서 먼 산으로 날아가버린지 오래긴 하지만
많은 시리즈를 구축해오며 암살단과 기사단의 추구하는 방향과 서로의 의의가 있습니다.
암살단을 배신해 기사단에 들어간 캐릭터도 있으며, 암살단의 마스터와 기사단의 마스터가 서로를 인정하고 평화를 추구했던 시리즈도 있죠.
그러한 시간을 겪으며 현대로 이어졌기에 암살단이 무조건적인 진리가 아니고 기사단이 무조건적인 악도 아닌 세계관이 구축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과거의 인과가 현재로 이어져서 과거의 사건도 납득하고 현재의 사건도 납득할 수 있어야하는데
영화에서는 현재에서 '선악과'를 찾기 위해, 단순히 과거를 이용하는 것 뿐입니다.
템플러가 가진 정의가 전혀 관객들에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선악과' 짱짱맨 저거 구하면 우리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어. 그걸 찾으려면 아퀼라의 과거를 파헤쳐야해! 가 되버렸습니다.
두번째는 굳이 게임 원작이 아니더라도 원작을 가진 영화들이 원작을 능가하는 평을 받기 힘든 이유입니다.
원작팬은 물론 원작을 모르는 사람까지 만족시켜야합니다.
이 중에서 큰 문제는 원작팬입니다.
원작을 모르고 본 사람들이 재밌다고 하는 영화에 원작팬들은 많은 불만을 토하는 경우가 많죠.
원작과 다르게 해석한 부분이 있으면 '원작과 다르다. 명작을 영화가 망쳐놨다.'
원작을 최대한 복원을 해놨으면 '원작과 똑같다. 굳이 영화로 볼 필요가?'
그나마 마블의 어벤져스가 원작의 오랜 시간에 걸쳐 영화 속의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하여
영화와 원작과는 다르다는 것을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영화 어쌔신 크리드는 원작과 다른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일단, 주요 소재인 '애니머스'는 원작과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원작은 시트에 누워서 VR처럼 체험하죠.
- 아마 저런 설정을 사용한 것은 유저가 초기 주인공인 '데스몬드 마일드'가 되어 '알테어'를 체험하는 연출을 바란 거라 생각합니다.
영화의 등장인물은 앱스테르고의 CEO인 '앨런 라이킨'을 제외하면 모두 게임과 교차되는 부분이 없습니다.
사실 앨런 라이킨 역시 게임에서는 이름만 나오고 등장을 한 적이 없긴 합니다.
선악과 역시 원작과 다른 해석을 하고 있으며- 선악과의 위치 역시 원작과 다릅니다.
이러한 점들이 원작팬들이 환영할 요소로 작용을 할까요?
그리고, 이렇게 구축한 세계관이 원작을 모르는 관객들에게는 과연 친절하게 작용을 했을까요?
이건 현재 어쌔신 크리드가 받고 있는 평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번째는 게임과 영화는 즐기는 접근 방법이 다릅니다.
일단 대상자를 부르는 명칭.
게임은 유저 혹은 플레이어라고 합니다. 영화는 관객이라고 하죠.
게임은 사용자가 게임 디렉터가 만들어놓은 세계 자체를 주인공이 되어서 직접 체험을 합니다.
그에 반해 영화는 디렉터가 보여주는 세계를 '보고 들으며' 감상을 하죠.
저는 이 차이점 때문에 게임의 영화화가 훨씬 더 힘들고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감정 이입'입니다.
게임은 영화에 비해서 감정 이입이 정말 쉽습니다.
영화에 비해서 훨씬 비현실적이고 평면적이어도 유저들이 보다 쉽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내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되어서 그 세계를 뛰어다니기 때문이죠.
- 그래서 반대로 영화가 게임화가 된 경우는 성공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여기에는 현실의 도덕적, 윤리적, 사회적, 법적- 뭐, 이런거 다 필요없습니다.
저는 게임이 저의 폭력성을 자극해서 게임을 하면 굉장히 폭력적으로 변해
무고한 시민과 용감한 영웅, 그리고 그들을 보호하려는 경찰을 무참히 죽여버리고 그것을 즐거워하며 비웃고 욕설을 퍼부어줍니다.
온연히 게임 안에서 그것을 토해내기에 현실에서 도덕적, 윤리적, 사회적, 법적- 뭐, 이런 규제들을 나름대로 준수하며 살고 있습니다.
모든 게임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게임은 이러한 부분에서도 재미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할 수 없는 현실에 반하는 가치관의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부분에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가 있죠.
- 물론, 온라인 상에서는 다른 유저에게 피해를 주면서 그런 행동을 하면 안되요~
하지만 영화는 다릅니다.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 현실에 반하는 가치관을 하는 행동. 그리고 그러한 부분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만
그 모든 것은 영화 속 캐릭터에게 감정 이입이 될 때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캐릭터들의 행동은 이해할 수가 없고 이해할 수는 것을 '관람하면서' 즐거움을 얻는다는 건 상당히 힘든 일입니다.
영화 어쌔신 크리드는 캐릭터에 입체감이 전혀 없습니다. 주연들은 평면적이고 조연들은 무감정해 보입니다.
거기에 나누는 대사들은 중2병스럽죠. 하긴 게임에서도 초기 시리즈에서 쓰던 단어들입니다.
- 최신작들은 '혼입'이라는 부작용도 없고 굳이 DNA가 확보되어 있다면 아무나 체험을 할 수 있는 게임으로 변해있습니다.
이게 게임으로는 충분히 받아드려지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으니 재밌기가 힘든 것이겠죠.
글 재주가 있는 편이 아닌지라 이 정도를 적으면서도 꽤 힘드네요 ㅡ.ㅡ;;
이렇게 많은 문제점을 가진 영화를 근데 저는 그래도 재밌게 봤습니다 ㅡ.ㅡ;;;
처음에 적은 것처럼 기대치가 엄청 낮았고, 원작을 그럭저럭 잘 아는 편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화적으로는 액션이 저는 상당히 볼만 했습니다.
암살자들이 단 한 번도 암살을 하지 않는다는 건 아이러니하지만-
- 뭐, 게임에서도 암살보다는 무쌍을 많이 하긴하지만요 ㅡㅡ;;
액션 장면은 게임팬으로도 영화 관객으로도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아쉬운 점 중 하나라면 '매의 눈(Eagle Vision)'은 안나오더군요. 이 능력을 영화에서 잘 표현했으면 좀 독보적인 매력으로 작용했을꺼라 생각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