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이 2015년을 보내면서 '송년사'를 발표했습니다. 자치단체장이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송년사를 발표하는 것은 의례적인 일입니다. 한데 이 시장은 2015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송년사가 전혀 의례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치단체장이 송년사를 발표할 때는 대부분 한 해를 보내는 소회와 함께 한 해 동안의 성과를 보고합니다. 하지만 이 시장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시 형식의 송년사를 발표한 것입니다.
▲ 이재명 성남시장
ⓒ 유혜준
▲ 이재명 성남시장 송년사
ⓒ 유혜준
다음은 이 시장의 송년사 전문입니다.
송 년 사 (送年辭)
양 한 마리가 서있습니다. 화창한 햇살을 받으며 힘차게 달렸고, 몰아치는 비바람에 맞서며 질기게 견뎠습니다.
양은 몰랐습니다. 들판이 기울어진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나가고 또 나아갔지만 기울어진 들판이 가리키는 곳은 앞이 아닌 아래였습니다.
모두가 양을 향해 말합니다. "더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고쳐야 할 것은 양이 아니라 기울어진 들판입니다.
높아진 흙무덤을 깎아야 하고 낮아진 웅덩이를 메워야 합니다. 수평선과 나란히 뻗은 들판에 서야 비로소 힘껏 뛰어 내달릴수록 더 많은 풀을 뜯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제 을미년의 태양은 저물어갑니다. 내일은 새로운 태양이 떠오릅니다. 기울어진 들판은 이 밤에 묻고 광활한 대평원(大平原)의 찬란한 새 아침을 만납시다. 밤이 아무리 깊어도 새벽은 반드시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