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의 원류는 2300년 전의 한국어 [오마이뉴스 김영조 기자]내일은 우리의 위대한 글자 한글이 탄생된 지 558돌을 맞는다. 이 한글을 세계의 내로라 하는 언어학자들이 최고의 글자로 칭송하는데 정작 제 나라에선 아직도 푸대접하고 있다. 한글날을 국경일이 아닌 일반 기념일로 낮춰진 것을 시정해달라고 한글단체에서 수없이 요구해왔지만 아직 정부는 끄떡도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때에 각 방송사들이 한글을 기리는 특집 다큐멘터리를 방영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문화방송의 '한글, 소리를 보이다'
▲ 청각장애인을 위한 언어교육 / MBC “한글, 소리를 보이다”
ⓒ2004 MBC 먼저 문화방송(MBC)에서는 10월 9일 오전 11시 5분에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보여주는 새로운 형식의 한글날 특집 다큐멘터리 '한글, 소리를 보이다'를 방송한다. 다큐멘터리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방식과 신선한 느낌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농아들이 한글 구화 교육을 받으며, 소리를 보고 익혀 가는 과정을 통해 한글이 진정한 소리를 보여줄 수 있는 문자임을 확인해 본다. 또 국내 최초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교수와 학생이 함께 참가해 한글이 소리를 시각적으로 담아내는 데 뛰어난 문자임을 과학적으로 밝힌다. 여기에 힙합 음악인인 드렁큰 타이거의 '타이거 JK'가 한글 탄생에 대한 노랫말과 음악을 제작, 힙합 리듬과 랩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
이어서 프로그램은 멜빌 벨의 '보이는 음성(Visible Speech)'을 통해 한글과의 공통점과 문자 발명의 이면에 숨은 인간애를 되새겨 보면서, 한글의 우수성을 다른 시각에서 입증하고자 한다.
멜빌 벨은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라함 벨(Alexander Graham Bell)'의 아버지로 영국의 유명한 언어 치료사였다. 그때 농아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던 멜빌 벨은 농아들에게 발성법을 가르쳤는데, 1867년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 새로운 문자 '보이는 음성(Visible Speech)'을 만들어냈다.
▲ 북미 인디언 치쿼턴족에게 한글원리를 이용한 인디언문자를 가르치는 장면 / MBC
ⓒ2004 MBC 이 문자는 알파벳을 기초로 하고는 있지만, 발음기관이 움직이는 모양을 그림으로 만들어 새로운 문자를 만들었다는 점이 혁신적인 일로 평가돼, 학자들 사이에서는 물론 각 언론에서도 대서특필할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이어서 북미 두메에 사는 인디언 치쿼틴 족에게 한글 원리를 응용한 인디언 문자를 가르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한글이 소리를 시각적으로 담아내는 데 뛰어난 문자임을 증명한다.
한국방송(KBS)의 '위대한 여정, 한국어' 3부작
한국방송은 1년여의 제작 과정을 거쳐 한국어의 탄생과 발달 과정을 조명한 '위대한 여정, 한국어'를 3부작으로 준비하여 9, 10, 17일 저녁 8시에 방송한다.
'한국어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어떻게 해서 오늘 우리에게까지 왔을까?'란 화두를 가지고, 시베리아의 바이칼에서, 인도양 너머 드라비다에서 한국어와 한국인, 그 문명과 역사의 길을 찾는다. 20만 년 전의 우연한 돌연변이, 언어유전자 FOXP2의 탄생. 그것이 인간과 원숭이의 운명의 갈림이었는데 언어학에서 유전학까지, 고고학에서 인류학까지 한국어의 기원을 추적하는 방대한 시공의 지식 대모험을 시작한다고 제작진은 말한다.
언어의 탄생과 민족의 생성, 민족의 소멸과 언어의 종말 등 무엇이 우리를 우리 민족이게 하는지를 생각해본다. '고구려, 백제, 신라어 그리고 일본어 그들은 서로 통했을까?'하는 물음에도 접근해보는데 마침내 드러난 대륙한어와 열도한어의 존재. 그 충격의 비밀이 밝혀진다.
▲ 몽골 아르항가이의 언어바위 / KBS
ⓒ2004 KBS
먼저 제 1부 '말의 탄생-산과 바다를 너머'에선 '언어가 시작되고 퍼져나갔을 그 기나긴 시간 속에서 한국어는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를 추적한다.
한국어를 처음 알타이어족에 포함시킨 것은 핀란드의 언어학자 람스테트였는데 어떻게 한국어를 알타이어족의 한 분파로 규정했을까, 또 그는 어떻게 한국어를 접하고 연구하게 되었을까? 핀란드 국립문서보관소에 소장된 람스테드의 친필 한국어 자료들을 최초로 공개하고, 그의 손녀와 학자들을 만나 최초의 한국어계통연구자로서 그의 업적을 알아본다.
또 한국알타이어학회 회원들과 함께 몽골과 시베리아의 두메에서 한국어의 기원을 찾아보고, 유라시아 대륙 25개국 출신 외국인들을 모아 언어 유사성 조사인 '언어 그루핑 실험'을 해본다. '우연한 발견한 언어유전자 FOXP2, 인류이동의 블랙박스 - 세석기가 말하는 한민족의 원형, 북방계 사람들이 당뇨병에 강하다? - 당뇨병이 말해주는 한민족의 기원, 신화가 말해주는 한국어의 또 다른 루트 - 쌀과 함께 남쪽으로부터?' 등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제2부 '말은 민족을 낳고'에서는 2300여 년 전 일본 열도에서 일어난 극적인 '야요이인의 열도대습격'을 이야기한다.
기존의 죠몽인들과는 인종적으로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인종이 갑자기 출현하여 쌀과 청동기라는 무기를 가지고 열도를 점령해 나갔는데 그들의 출발지는 바로 한반도, 그들의 문화는 한반도의 청동기 농경문화, 그리고 그들의 언어는 바로 한반도어라는 것을 증명한다.
이어서 '일본어의 원류는 2300년 전의 한국어, 북서 20°의 비밀 - 거기에는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 미스테리! 일본어 속의 고구려어, 재미있는 언어실험 - KBS의 아나운서들은 130년전의 한국어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나?, 말의 종말, 민족의 소멸 - 만주어의 비극' 등을 펼쳐 보인다.
▲ 중국 오로첸족 언어조사 / KBS
ⓒ2004 KBS 제3부 '말의 길-한국어의 선택'은 언어가 생성·소멸·발전하는 특성을 알아보고, 한국어를 배우려고 한국에 유학온 일본 소녀 '아이짱'을 통해 한국어가 세계어가 될 수 있을지 모색해본다.
일본의 외진 시골 대마도에서 풍물패를 조직한 당찬 여고생 아이짱은 지금 한국어에 도전하고 있다. 그녀의 꿈은 한국의 대학에 진학하여 한국문화와 한국어를 익히는 것인데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한국과 한국어를 선택하게 하였을까? 아이짱과 같이 한국과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통해 한국어의 가능성을 묻는다.
세계에는 6천이 넘는 언어가 존재하지만 세계를 지배하는 언어는 오직 하나, 영어이고, 한국어는 사용인구 기준으로 12위권의 언어.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언어가 사멸해 가고 있으며, 세계는 지금 언어 전쟁중이다. 자신의 언어영역을 지켜내고 나아가 자신의 언어영역을 확장시키는 현장을 통해 묻는다. 한국어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더불어 '21세기 신산업 - 언어산업'을 이야기하고, '한국어의 선택 - 한국어의 세계화는 가능한가?'를 진단해본다.
교육방송(EBS)의 '아시아는 지금 한국어 전성시대'
▲ 몽골 "한글 큰잔치" 장면 1 / EBS
ⓒ2004 EBS 영어열풍 속에서 우리말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요즘이지만 정작 외국에서는 한국어가 크게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교육방송에서는 '몽골과 베트남, 일본의 한국어 배우기 열풍'을 조명하는 한글날 특집 다큐멘터리 '아시아는 지금 한국어 전성시대'를 9일 오후 4시 10분부터 50분까지 방송한다.
몽골에서 열린 '한글 큰 잔치'는 아시아의 한류 열풍에 이어 한국어 열풍이 일어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한류가 강한 대표적인 아시아 국가인 베트남과 일본에서도 불고 있는 한국어 열풍은 더욱 놀랄 만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가? 이번 특집 다큐멘터리 '아시아는 지금 한국어 전성시대'에서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제작진은 말한다.
먼저 몽골에서의 한국어 열풍을 이야기한다. 몽골의 울란바토르 대학에서 '한글 큰 잔치'가 열렸다. 한국어 말하기 대회, 퀴즈대회, 글짓기 대회, 서예대회, 한국어 자판 타자 대회 등 하루 종일 열린 행사에서 한글은 몽골인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섰다. 울란바토르 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글, 한국의 역사, 문화를 배우는 학생들은 한국을 꿈꾸며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데 이들이 말하는 한글의 아름다움과 한국어의 우수성을 들어본다.
이어서 한류가 강한 대표적인 아시아 국가인 베트남에서의 한국어 열풍도 짚어본다. 호치민의 가장 번화한 상점은 한국 상품을 파는 상점이며, 한국에서 개봉된 영화는 바로 베트남으로 들어오는 일 또한 이제 그다지 놀랍지 않다. 베트남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떠나는 꿈을 꾸는데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첫 번째 준비과정은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다. 베트남을 강타한 한류의 위력과 그 속에서 불고 있는 한국어 열풍을 알아본다.
▲ 몽골 "한글 큰잔치" 장면 2 / EBS
ⓒ2004 EBS 일본에서의 한국어 열풍은 이미 방송에서 많이 보도된 바 있다. 현재 일본 안에서 영어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배우고 있는 외국어는 바로 한국어인데 한류열풍과 함께 한국어도 열풍이 되어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만난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열정은 엄청날 정도였다. 한국의 역사와 전통과 더불어 이들은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방송의 이런 노력들은 한글의 위상을 한층 높인다.
세계에는 6천이 넘는 말이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말이 죽어가고 있고, 세계는 언어 전쟁이 치열하다. 자신의 말글영역을 지켜내고 나아가 자신의 말글영역을 확장시키는 것이 관연 어떤 의미를 갖는지 우리는 새삼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558돌 한글날을 맞아 각 방송사들이 앞다투어 한글을 조명한다. 제 나라 정부와 겨레들이 한글의 우수성을 애써 외면하는 가운데 이런 방송사의 노력은 돋보일 수밖에 없다.
다만 방송사들은 이런 노력이 한글날을 전후한 것으로 그치지 말고, 평소에도 부단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한글단체들은 요구한다. 특히 오락 프로그램에서 오염되는 우리말은 그 정도가 넘친다는 것이 한결같은 지적이다. 쓸데없이 외래어나 일본투의 한자말, 그리고 잘못된 말들을 무분별하게 쓰는 일을 먼저 삼가는 것이 이런 프로그램의 가치를 진정으로 높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올 한글날에는 방송사들의 한글날 특집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한글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새겨보는 뜻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중요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