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기초수급자 급여서 차감 정산…‘빈곤 해소’ 취지 퇴색 기초연금 정부 최종안이 시행돼도 한국 사회 최극빈층인 기초생활 수급자 노인 38만8000여명은 기초연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득 상위 30% 노인을 배제해 공약 파기 논란을 빚은 데 이어, 노인빈곤 해소라는 제도 도입의 목적 자체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일 보건복지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 계획대로 내년에 기초연금 제도가 시행되면 65살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기초연금 10만~20만원을 차등지급받지만 기초생활 수급자 노인 38만8000여명(2013년 1월 기준)은 여기에서 아예 배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초생활 수급자 노인들은 현행 기초노령연금 제도에서도 단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새로 기초연금 제도가 도입돼도 아무런 혜택이 없는 것이다. 이는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최저생계비에서 모자란 만큼만 수급자에게 보충해주는 ‘보충급여의 원리’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3조 2항은 “부양의무자의 부양과 다른 법령에 따른 보호는 이 법에 따른 급여에 우선하여 행하여지는 것으로 한다. 다만, 다른 법령에 따른 보호의 수준이 이 법에서 정하는 수준에 이르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나머지 부분에 관하여 이 법에 따른 급여를 받을 권리를 잃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풀어 말하면, 기초생활 수급비를 산정할 때 기초(노령)연금 수령액만큼을 빼고 준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한 달에 46만8000원을 기초생활 수급비로 받는 노인의 경우 국민연금 가입 경험이 없어 20만원을 기초연금으로 받게 되면 모두 66만8000원의 소득이 생기는 게 아니라, 기초생활 수급비가 20만원 깎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46만8000원만 그대로 받게 된다. 최예륜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법이 기초생활 수급자 노인들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우선 지급한 뒤 기초생활 수급비에서 그만큼 차감하도록 돼 있어, 극빈층 노인은 현행 기초노령연금은 물론 새로 도입되는 기초연금 20만원 가운데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결과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서적으로는 기초생활 수급자 노인들에게 (20만원씩) 주는 게 맞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지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기초생활 수급자 노인의 ‘상대적 빈곤’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기초생활 수급자가 아니면서 수급자 노인보다 소득이 다소 많은 차상위계층 노인의 경우 현재 기초노령연금 9만6000원을 받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기초연금으로 20만원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초생활 수급자 노인에게도 기초연금 20만원을 기본적으로 보장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기철 동덕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기초연금 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최극빈층 노인이 제대로 지원을 받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이참에 부양의무제 등을 포함해 현행 제도를 전체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선 순천향대 교수는 “노인이기 때문에 더 들어가는 만성질환 의료비, 택시비 등 노인필요경비를 감안해, 기초생활 수급비 산정 때 총소득에서 기초연금의 100%(현재가치 20만원)나 50%를 공제해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준현 기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