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인 인식이 있습니다.
화냥년의 어원이 환향녀(還鄕女)에서 왔다는 것입니다.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의미인 환향(還鄕)에 녀(女)자가 붙은 이 말이 화냥녀랑 발음이 비슷해
병자호란 후 청나라로 끌려갔다 돌아온 여자를 나무라며 한 말이라는 거죠.
이 설은 너무 보편화 되어서 국어사전에도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에서 정절을 잃은 여자라는 의미로 설명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실록에선 이 환향녀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습니다.
환향이란 표현은 아주 많이 나오지만, 모두 조정에 있던 신료가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의미로 쓰일 뿐입니다.
실제 학계에서도 화냥녀의 어원이 환향녀라는 것에 그렇게 크게 동의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오히려 환향보다 훨씬 더 발음이 비슷하고 뜻까지 부합하는 단어가 이미 그 전부터 존재한다는 거지요.
그게 바로 화랑(花娘)입니다.
뜻을 풀면 꽃여자, 꽃 아가씨 정도일까요.
이 설은 한진건, 박재연 교수 등의 학자들이 제기한 것으로,
화랑이란 단어는 이미 중국에서 몸을 파는 여자라는 뜻으로 아주 보편적으로 쓰였었습니다.
성종실록에도 화랑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이 실록 기사는 지금으로 치면 매춘금지법에 대한 내용인데,
당시 몸을 파는 여자라는 뜻인 유녀와 똑같은 뜻으로 화랑이란 단어가 당시에 쓰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화랑이라는 중국 단어를 음차해 조선에서 쓰인 말이 바로 화냥이라는 거지요.
홍윤표 교수는 이 근거로 1677년에 지어진 박통사언해에서 드는데,
여기에 화냥녀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당시 책에 화냥녀와 같은 뜻으로 쓰인 한자어가 양한(養漢:남자와 통간하는 여자)이고
역어유해에서 이 양한을 화랑으로 풀이하고 있다는 겁니다.
즉, 양한 = 화랑 = 화냥이라는 것이죠.
화냥녀는 화냥뿐 아니라, 화랑, 하냥, 환향, 환양으로 발음되기도 하는데,
이 환향 때문에 환향녀 설이 돌았습니다.
하지만 화냥녀라는 단어가 쓰인 거의 모든 문헌에서 그에 해당하는 한자는,
화랑(花娘), 혹은 양한(養漢)이지 환향(還鄕)은 없습니다.
실제 화랑과 똑같은 뜻인 양한을 거꾸로 읽으면 한양이 되고 여기에 계집 녀자를 붙이면
한양녀로 화냥녀와 아주 흡사한 발음이 나는 걸 볼 수 있고요.
여튼 화냥녀의 어원이 환향녀에서 왔다는 건 근거가 너무나 부족하고
당시 병자호란의 치욕을 당한 조선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이렇게 보편화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