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0월 17일은 한복의 날이었습니다.
이를 기념해 한복 디자이너 6인의 한복 패션쇼가 열렸는데요.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이 많이 보이는 패션쇼라 사진을 몇 개 가져와 봤습니다.
사진의 출처는 전부 사진 안에 있구요. 없는 사진들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보도 자료로 언론 측에 제공한 것이라고 합니다... 예 링크 정리하다가 날려먹었네요... 네이버에서 <한복의 날>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포토 사진들입니다.
먼저 마네킹 샷을 보시겠습니다.
대략적인 마네킹 사진으로 보았을 때, 제 비좁은 식견으로 보이는 바로는...
남성 한복의 여성화, 여성 속옷의 겉옷화, 면 프린트 원단의 사용, 고름이 옷을 여미는 용도로뿐만이 아니라 장식성이 강해지는 점, 저고리의 길이가 짧은 조선 후기의 복식과 가슴에 걸쳐 입는 치마가 아닌 허리선 치마의 활용 등이 있겠습니다.
먼저 전통 한복의 모습이 강한 디자인들부터 보시겠습니다.
여기까지는 저희가 생각하는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복일 것입니다. 길이 변화, 고름의 장식성, 서양의 조끼 문화를 받아들여 생겨난 몸판과 소매 부분의 배색 저고리 등 여러 곳에서 접하는 한복들이죠.
마지막 겉옷은 왠지 품도 크고 목을 감싸는 깃도 넓은 게 남성 한복의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제 눈으로는 중치막이라고 하는 남성 한복이 있어요. 조선시대 남성이 저고리 위에 입었던 겉옷인데요. 유물이 많이 발견되는, 조선시대 남성 겉옷 중에 하나입니다.
일례로 이렇게 생겼습니다. 비슷한 느낌이죠?
그리고 이번 한복 패션쇼에서 한가지 디자인 적으로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저고리를 치마 말기 안으로 집어 넣은 것입니다.
한복은 치마와 저고리, 즉 의복의 상하가 분리되어 있는 구조라 저런 코디는 거의 보신 적이 없을 거예요. 물론 저런 코디를 위해서는 어느정도 저고리의 패턴 변형이 필수일 것입니다. 몸에 어느정도 붙게 만들어야 치마 단 안에 넣을 수 있을 테니까요.
여기서 떠오르는 남성 한복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철릭입니다. 위에 적었다시피 한복은 상하가 분리된 구조인데, 유일하게 상하가 붙어 있는 듯한 디자인으로 존재하는 의상이 철릭입니다.
허리에 치마달듯이 단을 이은 것으로 소매는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해 활동성 있게 만들었습니다. 밑에 치마같은 단의 길이는 마음대로입니다.
철릭 외의 겉옷들은 그냥 길이가 길어진 거라, 이렇게 위아래를 따로 제작해 붙이는 디자인은 철릭이 유일합니다.
이 디자인에서 더 발전한 것이 요선철릭이라고, 허리에 말기 같은 것을 대고 20줄 정도의 장식선을 박아 만든 철릭입니다.
제가 이 철릭 디자인을 올린 이유는 저런 코디에 대해 너무 어색해 하지 말자는 뜻에서입니다.
특히 기모노에 익숙한 우리 세대에는 저런 한복을 보거나, 혹은 치마 말기가 넓어지면서 저고리 밖으로 보이는 경우 기모노 따라한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을 많이 갖는 걸 봐왔습니다.
먼 옛날 우리 조상님들도 생각했던 모습이고, 그걸 현대적으로 살짝 바꾸기만 한 것이며, 일본의 기모노 디자인인 경우 중국에서부터 시작된 동북아시아의 복식 원형에 가깝다는 점을 알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조건 일본풍이 아니예요.
음, 이런 설명은 이제 줄이고 본론으로 돌아와서, 다른 디자인들을 올려 봅니다.
두루마기를 코트 형식으로 변형시킨 것 같습니다.
바지 코디. 이 작품 좀 크게 보고 싶은데 큰 사진을 못 찾겠네요.
고름 부분에 키치하게 테디베어를 장식했습니다. 원단이 양단 비단인지 부내나네요.
철릭의 느낌이 납니다. 소매를 떼어내고, 허리단에는 선 장식을 없앴습니다.
철릭의 느낌 2222/ 자켓 매치.
저고리 고름을 풀었습니다. 옆에는 철릭 디자인에서 차용한 원피스 같군요.
역시 철릭 디자인 원피스. 겉에는 가디건인 것 같습니다.
저고리 고름을 풀었습니다. 남방? 을 매치했네요. 하의가 다른 디자인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군요.
면 프린트 원단 사용. 역시 아우터는 철릭 디자인에서 따온 듯 합니다.
면 프린트 원단 사용. 역시 아우터는 철릭 디자인에서 따온 듯 합니다.222
잘 보셨습니까?
여러 한복 패션쇼를 봤지만, 이런 패션쇼는 또 처음이라 좁은 식견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알아보니 한복 화보의 선구자인 보그 잡지의 스타일리스트 서영희씨가 연출한 패션쇼라고 합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제가 오유에 소개해 드린 한복화보들이 거진 보그잡지의 화보임을 감안할 때... 전 보그 한복 화보의 노예인 듯;; 합니다.
우리의 한복은 광복 이후로 발전을 위해 쉼없이 달려오고 있습니다. 지금의 눈으로 봤을 때 촌스러운 디자인들도 그 시대에는 한복을 좀 더 발전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한복은 원단의 다양화 및 잊혀져 가는 남성 한복의 재발견, 서양 복식과의 매치, 여자 저고리의 변천사를 탐구하여 발전하고 있습니다.
여자 한복은 상하의 비율이 점점 6:4에서 5:5, 3:7, 2:8 등 저고리가 점점 짧아지는 방향으로 변화해왔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한복은 18세기~20세기 한복입니다.
그 전의 한복은 저고리의 길이가 길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생활한복이라고 생각하시는데요. 한번쯤 저런 긴 저고리를 봤을 때, 디자인의 끝은 순정 혹은 심플이라는 말을 떠올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복을 단아함, 우아함, 암울했던 일본 강점기의 영향을 받은 왜색을 없애야한다는 생각으로만 바라보지 말아주세요.
이 자료를 찾으면서 본, 이 패션쇼의 예술 감독 서영희 님의 인터뷰 한 구절로 이 글을 마칩니다.
<“한복의 변형을 이끌고 싶지만, 학회의 눈치를 보며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아요. 그러나 시대에 맞는 한복은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복이 기성복에 비해 10년 정도 뒤쳐져 있다고 생각하기에 서양 옷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발전과 변형`이 필요하죠.”
실제로 그는 코트형식의 두루마기, 블라우스 형태의 저고리 등 정체성과 실용성을 뚜렷하게 드러낼 수 있는 한복들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한국이 글로벌 해질수록 이러한 디자인의 한복들이 개발돼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통미가 사라져 한복 고유의 아름다움을 잃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서는 `균형과 조화`를 강조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과거 물품들을 기념으로 간직할 수는 있어도 현대 생활에 접목시켜 사용하기에 불편한 건 사실이에요. 한복도 마찬가지로 생활에 필요한 부분을 충족시켜줘야 해요. 우린 이미 현대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통만 고집한다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죠. 추억은 간직하되 디자인은 끊임없이 발전돼야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