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수업을 받다가 어째선지 옛날 일이 떠올라 써보게 되었습니다.
옛 기억을 떠올려 적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상황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던가 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기에 양해바랍니다(--)(__)
우선 제가 이것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계단을 잘 내려가지 못했습니다. 올라가는 건 상관없는데 어째선지 내려가는 것만은 한발로만. 짝짝이? 마냥 오른발로 한 발 내딛었다 싶으면 다음 단도 오른발로 내딛어야 하는 녀석이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반복해서 내려왔습니다. 오른발이건 왼발이건 이런식으로 내려오는건 내려올 수있는데, 보통 사람들이 계단을 내려오는 것처럼 내려가는 것에는 두려움이 앞서서 도저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와 같이 아이들과 술래잡기를 하면서 놀다가 아이들은 계단으로 우르르 내려가고 저는 계단을 어정쩡하게 내려가기 때문에 아이들은 이미 사라졌고, 저 혼자 계단을 내려가고 있던 참이였습니다.
(참고로, 당시(90년대) 아파트는 거의 그러하듯 복도가 있고 1~10호 가량의 집 대문들이 한 층에 몰려있는 그런 식의 아파트였습니다.)
아무튼 그런식이기 때문에 술래잡기를 하기에도 넓고 뛰어다니기에도 좋았지요.
제 기억상으론 제가 친구들과 함께 최상층까지 올라갔다가 내려가고 있던 도중이였습니다. 그리고 한 어찌어찌 9층까지는 친구들 뒤를 허겁지겁 따라갔지만 결국 지쳐서 친구들은 먼저 가버린 상태였지요.
저는 천천히 툭탁,툭탁 거리며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지만 낮이였고, 일단 밖에 있는 놀이터에서 떠드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려서 아, 이제 다른 놀이하나 보다~싶어서 느긋이 가서 끼어들 생각이였지요.
그러다 갑자기 위 그림과 같이 툭탁거리며 계단을 내려오다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뭔가 새하얀게 힐끗힐끗 보인다고 할까. 뭔가 기척같은 느낌이 느껴졌달까.
당시엔 도둑이라던가 살인사건이라던가가 주변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부모님들은 항상 조심하고 확인하고 다니라고 하셨고─아마 당시 저희 아파트에서 살인사건이였나..누가 칼에 찔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다른 동이였던가 했지만. 계단에서 내려오던 아이를 찔렀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충실했던 저는 혹시 도둑이나 납치범일지도 모른다. 싶어서 계단을 내려가던 순간 휙, 하고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러자 그 위에는 왠 흰색 한복을 입은 머리가 산발한 아줌마가 있는 것이였습니다. 드라마에서 거지꼴을 한 여자컨셉마냥 머리가 삐쭉삐쭉 산발의 모습이였지요.
그리고 그걸 보는 순간 저는 '아, 미친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면서 허겁지겁 달려 내려갔습니다. (아마 반쯤 비명을 지르면서요)
그리고 한층 더 밑의 층으로 도망가려고 필사적으로 달렸습니다.
네, 계단을 툭탁툭탁 거리며 내려오던 제가 처음으로 계단을 달렸던 겁니다. 그 이유 때문에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좀 전에 제가 말씀드렸지요? 살인사건인가 상해사건인가가 났기 때문에 항상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거렸던 저는 그 층을 잘 살폈다고.
허겁지겁 달리며 저는 옆을 봤었습니다. 아무도 없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좀 전에 내려온 계단을 보았지만 누구도 쫓아오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아, 내가 착각했나? 라고도 순간 생각했지만 당시엔 공포심이 앞서 보이지 않더라도 왠지 당장이라도 쫓아올 것만 같은 느낌에 다시 내려가려고 계단을 밟는 순간이였습니다.
툭. 하고 계단을 밟는 순간 등 뒤에서 누군가가 건드린 듯한, 살짝 민듯한 감각과 함께 저는 발을 헛디뎠습니다.
방금 전 뛰어내려갈 때도 그렇지만 저는 계단을 내려갈 때 옆에 있는 난간을 부여잡고 내려갑니다. 내려갈 때에도 난간을 붙잡고 있었지만 등 뒤의 그 감각과 함께 손이 미끄러지며 필사적으로 잡으려 했던 손은 난간근처에서 허우적거렸습니다.
퍽, 퍼벅 하는 소리가 나는 듯한 착각과 함께 저는 계단 맨 아래로 굴러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위를 쳐다보았지요. 뭔가가 저를 떠민 듯한 느낌을 받았으니까.
그러자 거기엔 조금 전까지 쫓아오는 기색하나 없었고, 쫓아오는 모습마저 보이지 않았던 산발머리의 아줌마가 서있었습니다.
정말 끔찍했지요. 달려오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았고 모습마저 보이지 않았는데 어느새 등 뒤에 왔고 저 위에 있던 거였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페이드 아웃.
그리고 시간이 지나 정신을 차렸을 때는 저는 눈을 뜨고 있었습니다. 뭐 기절하거나 자다가 일어났을 때에 느껴지는 그런 감각이 있잖습니까?
그런 느낌 전혀 없이 멍하니 있다가 어떤 아저씨께서 저를 들고 괜찮냐고 괜찮냐고 소리를 지르자 그때서야 정신이 각성한 느낌입니다.
뭐, 그 장소에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모여서 하는 얘기가 얼핏 기억이 나는데 뭐 무당을 불러야 한다 만다 등의 이야기가 얼핏 기억에 있습니다.
나중에 우리 아파트에서 뭔 일이 있었냐고도 여쭤보았지만 어머니께서는 대답해주시지 않더군요...뭐 아무튼 당시엔 흉흉한 사건이 많이 일어나던 시기였으니까 저도 얼른 잊어버리자 해서 잊고있다가 우연찮게 떠올랐습니다.
흠흠...이야기는 이것으로 끝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