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할아버지 자살 인증샷'이 올라왔다. 원본 게시물은 삭제됐으나 게시물 캡처 영상이 온라인에 퍼져 파문이 일고 있다.
29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일베에 '할아버지 인증 ㅍㅌㅊ?'라는 게시물과 함께 한 노인이 욕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올라왔다.
게시물을 올린 누리꾼은 "화장실 가봤는데 할아버지 자살하셨다. 당황했는데 종이 찾아서 인증부터 할 생각하니 일베 중독인가. 할아버지 새누리당 지지하셨었다. 명복 빌어줘라 게이(게시판 이용자)들아"라는 글을 올렸다.
사진은 당일 삭제됐으나 캡처한 파일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누리꾼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일베x 패륜이라고 말만 들었지, 자기 할아버지 사망까지 이렇게 이용할 줄은 몰랐다"며 안타까워했다. 또다른 누리꾼은 "인증샷을 올릴 게 없어서 돌아가신 분을 팔아먹냐"며 분노했다. 일부 누리꾼은 합성 의혹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자극적 인증샷은 '주목받고 싶은 욕구'에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 가져주길 바라는 욕구 때문에 이전에 아무도 안 한 인증샷을 올리는 걸로 추정된다"며 "인정 받고 싶은 욕구와 사회적 규범 사이에서 갈등하다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 걸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전 교수는 "사진 올린 사람도 '중독'을 운운한 걸로 보면 욕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업로드 전 굉장히 많이 망설였지만 '주목 받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는 느낌을 극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최근 교육이 개인 욕구 드러내는 걸 권장하면서 개인 충동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다른 심리학과 교수는 "사진을 올린 누리꾼은 그 순간에는 '차별화', '튀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하루 종일 인터넷에 붙어 글과 사진 올리는 게 패턴화, 행동화되니까 일단 올려놓고 나중에 제정신이 돌아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교수는 "이게 습관이 되고 어느 시점이 지나면 정신 이상자가 돼 죄책감도 못 느낄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는 올려놓고 난 뒤 누리꾼들의 비판 등이 이어지니 죄책감이 들어 게시물을 지운 게 아닐까 추측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