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어그로꾼, 분탕종자 분들이 '현실을 보라'면서 야권에 불리한 자료를 가지고 오시네요.
그것 자체는 뭐, 그럴 수도 있죠. 현실이 꼭 우리에게 좋게 돌아가지는 않을 겁니다.
혁신이 성공해도 다음 총선에서 개헌저지선까지 뚫릴 수도 있구요.
우리나라가 북한처럼 일당독재체제로 갈 수도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다시 어그로꾼들이 몰려와서 분탕질을 하겠죠.
"봐라, 내가 뭐라고 했냐? 이 현실감각 없는 사람들."
근데요.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제 나이가 이제 아재 소리 들어도 한창 들을 나이입니다.
굳이 정치적 문제만이 아니어도 굴욕도 많이 당해봤고 좌절도 많이 해봤습니다.
겨우 총선 패배? 까고 말해서 다음 대선에서 김무성이나 안철수나 반기문이 대통령이 되어도 참고 견딜 수 있습니다.
자살도 생각해 봤고 이민도 생각해 봤고 실제로 시도도 해본 적이 있습니다.
헬조선에 아직까지 살아남아있다는 건 그것 자체로 참고 견디어 왔다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비참하고 절망적인 현실'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이 문제에서 크게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사기를 북돋아 주고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우리에게 절망을 주고 무슨 짓을 해도 세상은 변하지 않으며 포기하는 것만이 답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사실 둘 다 맞을 수 있습니다. 세상이 바뀔지도 모르죠. 실제로 몇 번 바뀌기도 했구요.
그리고 바뀌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저번 대선에선 바뀌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죠.
그럼 "현실을 보라"고 하시는 분들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걸까요?
포기하고 좌절하라. 어차피 세상이란 게 다 그런거다. '생각하지 않고, 보지 않고 살면 훨씬 살기 편하다.'라고 말씀하시는 거 아닙니까?
그건 누구의 원리입니까? 지배계층의 원리 아닙니까?
세월호 아이들에게 '선내에 가만히 있어라.'라고 했던 그 원리 아닙니까?
그래서 욕을 먹고 계신 겁니다. 비공감 폭탄을 먹고 계신 거구요.
만일 좀 더 똑똑하게 하고 싶으시다면, 포기하는 것, 좌절하는 것 외의 다른 길을 보여줘보세요.
'네가 하지 않아도 남들이 다 해주니까 가만히 있다가 떡이나 먹어.'라는 말 외의 다른 말을 해보시라구요.
여기 계신 분들, 그런 이야기 하도 많이 들어서 약발 안 듣는 분들이 대다수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ps.
혹은,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라 '그러니까 승리할 가능성 없는 민주당은 포기하고 새누리당으로 와 ㅋㅋ'라는 말씀이시라면,
차라리 악마에게 영혼을 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