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효수'라는 아이디로 수천개의 막말 댓글을 써서 기소된 국가정보원 직원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한 국가정보원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정원의 특성상 개인이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국정원이 직원들의 정치 관여를 금지한 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따지겠다고 나선 것이어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 좌익효수, 재판 첫날 '국정원 정치관여 금지법' 위헌 심판 신청 좌익효수라는 아이디를 쓴 국정원 직원은 2013년 7월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특별수사팀(윤석열 팀장)의 수사로 세상에 알려졌다. 2011년 1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총 3460여개의 글을 올렸는데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수준의 막말성 글이 다수 포함됐다. "뒈지게 패야된당께 홍어종자들", "전라디언", "씨족을 멸해야 한다"는 등의 전라도를 일방적으로 비하하는 글부터 야당 정치인에 대한 조롱글, 아프리카TV에서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망치부인' 이경선씨와 초등학생 딸에 대한 성적 폭언 등이 있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사건과 분리했다. 그리고 무려 2년간 사건을 묵히다 여론과 정치권의 비판이 거세지자 지난 11월 좌익효수를 모욕죄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그런데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정용석 판사 주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좌익효수의 변호인은 국정원법상 직원들의 정치관여 금지 법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국정원 직원들의 정치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 9조1,2항과 이를 위반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과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국정원법 18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따져달라고 한 것이다. 해당 법조항은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으로, 국정원 관계자에 의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국정원 조직 차원에서 위헌 심판 걸었을 것" 법조계에서는 이번 신청이 개인이 아닌 국정원 조직 차원에서 결정, 추진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공안통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이 현직에 몸담고 있는 상태에서 개인적으로 국정원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한다는 것은 조직의 특성상 거의 불가능하다. 내부 법률팀에서 검토를 하고 결정이 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좌익효수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를 두고 있지만, 직원 개인이 이같은 일을 단독으로 결정하기는 조직의 특성상 힘들다는 것이다. 또다른 검찰 출신 법조계 관계자도 "좌익효수 사건은 검찰도 쉽사리 기소하지 못할 만큼 정치적으로 민감했기 때문에 당연히 국정원에서 법률 대응을 준비해왔을 것이다. 위헌 신청도 그런 맥락에서 이뤄졌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결국 국정원이 민감한 시점에 직원들의 정치관여를 금지한 법에 대해 위헌 심판을 시도한 것이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 원세훈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와중에…"정치 중립 포기나 다름없어" 원세훈 전 국정원장(자료사진/윤성호 기자)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는 일정부분 보장돼야 하지만 국정원처럼 익명으로 국민들의 정보를 다루고, 비밀 업무를 하는 직원들의 경우 표현의 자유가 일정 부분 제한돼야 한다는 연구들이 해외에서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좌익효수의 위헌 신청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정원법 9조는 직원들의 정치관여를 금지해 원 전 원장의 사건에서도 핵심 쟁점이다. 최근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에 더디게 진행되는 추세여서 좌익효수의 위헌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원 전 원장측에서도 이를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을 앞두고 있는 민감한 상황에서, 국정원이 좌익효수를 통해 국정원법에 위헌 신청을 한 의도가 우려스럽다"며 "국정원 조직의 정치적 중립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