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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잡을때는 대검을 쓰세요~♬
게시물ID : military_637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12
조회수 : 1661회
댓글수 : 33개
등록시간 : 2016/08/03 10:4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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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군대. 
그 무엇이든 사회와 다른 곳.

서울대를 다니다왔던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로 나왔던 간에 
사회에서 똑똑했던 멍청했던 이등병때는 똑같이 바보가 되는 곳.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종의 동식물이 지천으로 깔려있는 곳.

하지만, 내가 전역하는 그날까지 적응하지 못한 것. 곤충.벌레.




나의 약점은 
옆구리 간지럽히기,
민트맛 아이스크림,
엄마가 먹으라고 입 앞까지 들이밀어도 서른넘은 지금도 못먹는 브로콜리,

그 중에 최고는 곤충과 벌레이다. 못만짐. 
모기는 인류의 건강을 위해 잡지만 다른건 못만짐.

꼬꼬마 사촌동생들이 나를 가장 쓸모없어라 할때가
자기들도 안먹는 브로콜리 서로 오빠먼저 아우먼저 하며 떠넘길때랑,
오빠. 잠자리잡아줘. 메뚜기잡아줘...하...큰오빠는 겁쟁이구나. 라며, 곤충관련하여 나를 찾을때이다.

정말 그럴때는 얘네들이 미워진다-_-




내가 자대가서 첫근무 나갈때가 한창 산천초목이 푸르른 초여름이었는데,
그 풀숲에는 온갖 벌레들이 지천으로 깔려있었다.

야간순찰따위 랜턴도 무겁다고 안들고 혼자 휙휙다니고,
그 귀신나온 초소들도 잘만 찍고 나오는 나였지만,
진짜 곤충벌레는 질겁을 하곤했다.

다른데 가서 뱀 도마뱀같은 양서류 파충류도 만지기체험하면 덥석덥석 잡아 목에 두르는데, 벌레는 진짜 안된다.
풍뎅이 애벌레같이 움직임이 덜한 건 어찌잡는데,
손에 잡으면 파닥거리는 그게 너무 싫어 잡지를 못한다.

내 약점을 간파한 동기놈이 가끔 내 목덜미에 메뚜기나 풀무치같은거 슬쩍 두고 잽싸게 히트앤런하면...
군대에서 듣기 힘든 날카로운 고주파비명소리와 함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지고...
그럴때면 중학교시절 무려 전국소년체전 육상 400m 은메달 수상자인 내 동기가 나에게 뒷덜미를 잡혀 처맞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다른때는 진짜 발끝도 못쫓아가는데, 
이런 장난에 당하면 정말 죽일듯이 쫓아가서 날라차기를 갈겨버리는데 다들 우와~하며 쳐다본다.(쫓아가는 나도 좀 놀람.)




한창 벌레많은 봄~가을까지 한창 경계근무머신으로 활약했는데, 일단 올라가면 초소사방에 모기향을 피웠다.
물론 아디다스모기놈들에게 모기향따위, 동네사람들이 손가락에 침뭍이고 구멍뚫는 신혼방 문풍지급의 방어력이라 소용은 없지만, 
신기하게 모기향을 피워놓으면, 그 많던 메뚜기 사마귀 여치 풀무치같은 벌레들의 접근을 엄청나게 차단해주는것 같아 열심히 피워댔다.

대기초에 들어갈때는 부사수놈을 앞장세워, 벽과 바닥에 붙어있는 귀뚜라미를 제거시킨 후에 입장했다.
애초에 부사수간택할때 야. 너 벌레 좀 잡냐?고 물어보고 간택한 애들이라, 이 놈들에게 귀뚜라미잡는거 따위 일도 아니었다.
대기초 앉아있는 동안 귀뚜라미가 출몰하지않으면 부사수들에게 파라다이스를 보여주었고,

만약에 한마리라도 나오면...그곳은 지옥이 될 뿐이었다. 나에게도 부사수에게도.




이런 나를 소대장이 "야. 오바가 너무 심하다."라고 하자마자, 
소대장 등 뒤에서 "뭠마? 그게 왜 오바야?"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으니...중대장횽이었다.

말년 ROTC인 중대장횽은 이 후방부대로 오기전까지 최전방철책에 있던 사람인데,
최전방에서 티코만한 독수리, SUV만한 멧돼지보고 온 사람이 참새만한 나방에는 나만큼이나 질겁을 했다.

그 말을 하고, 소대장한테 옳지. 얌마. 그렇게 벌레가 안무서우면 나방 좀 잡아봐.라고 시키자마자,
소대장이, 예 알겠습니다.라며 맨손으로 퍽!!!하고 압사시키자...중대장횽은 소대장하고 3일씩이나 밥을 따로 먹었다.

하지만 우리 중대에서 벌레관련해서 리액션은 나만한 사람이 없었기에...
위에서 말한 동기의 장난질에 반응하는 나의 리액션은 중대에 흥미진진한 구경거리 중 하나가 되었다.

"야. 니 동기 니한테 관심있는거 아이가? 거 왜 꼭 국민학교때 좋아하는 여자애 괴롭히는 머스마같다아이가."
라는 고참의 되도않는 분석이 있고나서야 동기가 나를 벌레로 괴롭히는 일은 없어졌다.

아니...우리가...그...여자를...얼마나...좋아하고...밝히고...응??? 그러는 사람들인데...;;;;;




그리고 일년 뒤, 어느 여름.
당시 부사수는 맨손으로 벌레를 잡아 저 멀리로 던져버리는 나만의 벌레헌터. A이병이었다.

비가 그친 후 습도가 어마무시한 여름 오후. 
애매한 거리에서 예초기 돌리는 고참들이 있어서 하이바턱끈마저 풀지못하고,
그렇게 흘러내리는 육수가 국방색 메리야스까지 적시던 그 오후.

"분대장님...저..."
"어? 왜?"
"벌레말입니다...;;;"
"내 눈에 띄면 너를 죽일거야. 제거해."
"저...이거 파리가 엄청 큰거...이것도 잡아야합니까?"

쇠파리를 아십니까... 
(https://namu.wiki/w/%EC%87%A0%ED%8C%8C%EB%A6%AC)

이 녀석...크기도 엄청나게 큰게...군대있을때 딱 한번 물려봤는데...자다가 깰 정도로 더럽게 아픔.

"잡아야지 임마. 내가 너를 오직 벌레배리어로 데리고다니는건데."
"저...저...파리는 안되지말입니다;;;;"
"이런 쓸모없는것!!!!"
"그래도 메뚜기랑 사마귀 그런거는 다 처리했지말입니다;;;;"
"조...조금은 쓸모있는것같으니!!!! 쇠파리는 왜 안돼?"
"파리를 어떻게 맨손으로 잡습니까;;;;;;;;;"

에엥~하고 날아다니는 바빠서 슬퍼할겨를도 없는 꿀벌마저도 맨손으로 캐치해 냅다 던져버리는 이 아이의 약점이 쇠파리였다니...

우리가 어버버하는 동안 쇠파리는 초소 벽에 태연하게 착지했다.
요 두멍청이들이 자기를 해치지 못할거라는걸 알아챈듯, 여유롭게 손을 쓱삭쓱삭 비비며 영업준비까지 하더라.

"야...뭐 잡을거...하이바...아씨...벗으면 안되는데..."



그때 그렇게 내 눈에 띈게 대검이었다. 대검.
6.25때 지평리전투에서 물밀듯이 쳐들어오는 중공군을 총검돌격으로 물리친 용맹한 프랑스대대가 썻다는 그 대검.
그 전공을 리지웨이장군이 "대검은 깡통이나 딸때 쓰라고 만든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 장병이 유의하길바란다!!!"고 격찬한 그 대검.
(물론 프랑스대대의 지휘관 몽클라르 중령...
이라 쓰고 중장님이심. 6.25때 한국에 파병가는 대대 지휘하려고 중령으로 계급강등하고 오신 분...은
"총검돌격은 보병전술의 기초중의 기초인데...하여간 양키놈들..."이라고 하셨다고 함.)




나는 좌경계총하고 있는 내 총에서 대검만 뽑아...살며시 그 쇠파리에게로 다가가...대검으로 눌러죽였다-_-
"오오!!!! 대단하십니다!!!!"
"닥치고. 다음부터는 니가 이렇게 잡아. 내 부사수라면 그 정도는 해야지!!!!"




그러나, 190 넘는 키에 허우대만 멀쩡한 우리 A이병은 대검살충술에 능하지 못했다.
메뚜기 사마귀 여치 풀무치 귀뚜라미같은거에는 놀라운 실력을 과시했지만...쇠파리만큼은 젬병이었다.
결국, 그 쇠파리만큼은 내가 잡아야했는데...

"오오오오오오오!!!!!!"

처음에는 사주경계안하는듯 등신같이 앉아있는 쇠파리를 눌러죽이기나하던게...
하다보니 날아다니는 쇠파리를 (날이 서있지않아 사실상 베는 능력치는 0에 가까운) 대검으로 때려잡는 경지에까지 올라왔다.

그렇게 잡으면서도 나조차 놀랬다-_- 
이게 뭔 짓거리야!!!라며 쌓여가는 나의 쇠파리킬수는 2차대전 독일공군의 에이스. 에리히 하르트만 급으로 쌓여만 갔다.
(근처에 축사가 있어서 그런가...쇠파리가 아디다스모기만큼 날아다녔음ㅠ.ㅠ)






늦여름 에어리어에 훈련을 핑계로 소대장과 소대원들과 나무 밑 그늘로 소풍와서
판초우의깔고 드러눕거나, 경시줄쳐서 족구경기장만들어 족구 한판 때리는 와중에...

대검을 뽑아들고 "쇠파리를 잡을때는 대검을 쓰세요~♬"라면서
날아다니는 쇠파리를 격추시키는 나의 몸놀림을 보며,

삼국지 좀 읽어본 어느 후임은, 
캬~우리 X상병님. 그 자태가 유비와 유장이 부성 에서 처음 만났을때 칼춤을 추는 형주와 익주의 장수들 같다며 이빨을 털었고,
삼국지따위 표지조차 본 적 없는 내 동기놈은, 
조까 저거 그 사극에서 술뿜으며 칼춤추는 망나니아니냐며...

어느새 잡아온 풀벌레를 내 전투복 속에 슬쩍 집어넣었다.




잠시 후 소대원들은
한 마리 가젤과 같이 도망가던 내 동기가, 
가젤의 목덜미를 노리듯 달려가 날아드는 표범같은 기세의 나에게 붙들려 처맞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출처 수양록과 별도로 적던 내 일기장 +
당시 벌레잡느라 욕본 A이병의 증언 +
당시 벌레가지고 장난질하다 손모가지 날라갈뻔한 동기의 증언.

나이가 들다보니 기억력이 가물가물해져,
일기장만 가지고는 이야기 뽑아내기가 점점 힘들어집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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