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부재는 익숙하고
나의 마음은 낯설다.
익숙하면 좀 덜 아프고
덜 슬퍼야 하는데
늘 아프고 늘 슬퍼서
세상 서럽게 울다 보면
그제서야 그러려니...
아 언젠가는
자물쇠가 고장이 났는지
열쇠를 잃어버렸는지
마음이 자꾸 활짝 열려
이것저것그것들이 다 튀어나와
정리하면서 울고 또 울었다.
일어나면 출근해야 하는데
눈이 퉁퉁 붓진 않았는지
확인하는 게 일이었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잠을 청하면
분명 졸려 죽을 것 같은데
네가 밀려오고 또 밀려와
결국 또 몸을 동그랗게 말아야했다.
나 괜찮나? 괜찮겠지. 별 일이야 있겠어.
늘 그래왔던 일인데 새삼스레.
널 그리워하다 보고싶어하다
미워하다 이해하다 슬퍼하다 아파하다
그래도 너의 그 까만 눈이 생각나서
결국은 운다.
그러다보면 또 괜찮은 듯 살겠지.
아프고 슬픈 건 왜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걸 또 괜찮은 척해야 해서.
그럼에도 네가 보고싶다고
어디인지 모를 허공에
속삭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에게 당장 달려가
창 밖에서 보고싶다 외칠 것 같으므로.
박영미 - 나는 외로움 그대는 그리움(1990년)
나는 외로움 나는 떠도는 구름
나는 끝없는 바다 위를 방황하는 배
그댄 그리움 그댄 고독한 등대
그댄 저 높은 밤하늘에 혼자 떠있는 별
사랑하고 싶지만 그대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어
그것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해
가까이 가면 갈수록 자꾸만 멀어지는 당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만 흘리네
나는 외로움 그댄 고독한 등대
그댄 끝없는 동경 속에 나를 잠들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