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판도라 심야로 보고 왔습니다.
사실 걱정반 기대반이었습니다.
워낙 신파적요소에 대해 욕이 많길래, 대체 어느 정도길래..하는 걱정이 들었거든요.
일단 전 신파적 요소에 굉장히 긍정적인 편입니다. 우리나라 재난영화가 신파적 요소로 욕 많이 먹지만 뭐 그런대로 전 대부분 다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하지만 타워의 내가 니 아빠다는 정말 참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이런 저의 성향을 감안하더라도 판도라 정도라면 이건 충분히 평범한(?) 수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분명 눈에 거슬리는 구석이 있긴 합니다만, 보통은 스토리의 전개보단 연출의 아쉬움이 더 큰 편이었습니다.
언제나 생각하는거지만 왜 대체 극한 상황에서의 카메라는 어마어마한 화질을 보여주는 걸까?
왜 주연급은 어마어마한 피폭을 당해도 비교적 멀쩡하게 싸돌아 다니는건가?
이런건 신파적요소가 아니라 연출 퀄리티의 문제인거죠.
우리나라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한다면- 이라는 가정에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어디에선가 이건 억지다. 라고 인식되는 순간 보이는 모든 것이 억지전개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 출발하였으니 정말 어마어마하게 치밀한 스토리, 혹은 실제상황을 토대로 한 다큐멘터리급의 설정이 아닌 이상에야 모든건 그냥 가정에 의한 설계일 뿐이니까요.
전 되려 마지막에 김남길이 울면서 엄마를 부르는 장면에서 "이야, 그래도 좀 다르네."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피폭된 사람들이 마지막에 병상에서 죽어가던 그 모습을 보고 "에이, 5분 10분이면 죽는다더니 뭐 저리 다들 잘 버텨.." 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해소되었습니다.
신파적 요소를 넣지않고 많은 대중들이 원하는 재난영화를 만들라고 한다면, 대체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건지 감조차도 안 잡힙니다.
뭔가 다크히어로영화같은 느낌으로 완전 디스토피아적인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건가? 싶네요.
헐리웃 재난영화들이 마지막에 언제나 미국짱짱맨으로 끝나는데 전 이게 신파와 다를다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자연스러운 신파극? 단 하나만 그렇게 나와줘도 아마 그 영화는 영화사에 길이남을 작품으로 추앙받을 것 같아요.
신파적 요소라는게 애초에 너무나도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말 너무나도 조악하고 엉성한 신파극이 아닌 다음에야 취존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제 생각에 판도라는 그 정도의 선이었습니다.
억지신파라며 욕을 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제 옆에 앉아있던 커플중 여자분은 대성통곡을 하시던데..그 분에게 이건 억지눈물을 짜내는거야! 라고 하긴 싫네요ㅎㅎ 사람이 무언가에 마음이 움직여서 눈물흘리는게 생각보다 쉬운게 아니잖습니까?ㅎ
전 이 영화 재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