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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유명인을 이제 좋아하기 겁나시죠?
게시물ID : star_1884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러시아포병
추천 : 16
조회수 : 1080회
댓글수 : 49개
등록시간 : 2013/09/25 02:31:48
전효성, 크레용팝, 홍진호, 김형태.
 
뭐 저는 이 네 유닛 다 ㅇㅂ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한 번 실수는 정말로 실수일 수 있으니 그 이후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에이 그건 너무 억측이다 ㅋㅋ"라든지, "야 뭘 그런 걸 꼬투리삼고 그래? 좀 지켜보자고!"라는 말들이 김형태에 이르러서야 주류에 비등비등한 의견이 되는 흐름에는 화가 치밀어요. 그것이야말로 빼도박도 못한 이중잣대이고(만약 "내가 지금에 와서 보니까 말야. 그때 좀 심했던 거 아닌가 몰라."라는 판단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우리 안에 숨겨놓고 있던 차별적인 생각을 밖으로 당당히 표출하는 모습이니까요.
 
네티즌들이 다 옳은 게 아닙니다. 더군다나 임팩트는 클지언정 시간이 지나고 냉정히 생각해보면 아주 미미한 증거일 뿐인 말 한 마디와 텍스트 몇 바이트를 가지고 확신범으로 몬다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죠. 내가 던진 돌은 내 옆에, 또 그 옆에, 또또 그 옆에 사람이 던진 돌과 합쳐져 유명한 개인 한 명을 죽이는 데 쓰일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런 돌 던지기가 사회적으로 묵과된다고 해서 그게 정의로운 일로 공공연히 인정되는 것과는 별개로 봐야 할겁니다.
 
아무튼 보시죠. 인터넷 질서로 보면 첫 타겟을 그 말 한 마디로 참수한 후에 효수해서 저잣거리를 지날 때마다 혀를 차며 두고두고 욕을 먹인 셈인데, 그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타겟(희한하게도 '남자'라는 생물학적 차이가 있는)에는 곤장 몇 대 때리고 "앞으론 잘 할거래!", "얘는 그중에서 듣보라 내가 몇 대 쥐어박고 말았어! 그러니까 신경쓸 것 없고 일 봐!"한 것과 똑같죠. 처음 타겟에 대한 맹폭과 비교되는 이런 안이한 이중잣대 때문에 더 큰 반발이 불붙는 건 당연한 절차구요. 그러다보니까 그 사이에 낑긴 '그냥 팬'들은 부담스러운 겁니다. 내가 좋아하긴 하는데 '척'을 해 말어. 같이 맘에도 없는 욕을 해 말어.
 
오유를 보면 ㅇㅂ에 대한 혐오(당연한 거고 저도 여기에는 동의합니다.)가 때때로 다른 맹목적인 행위를 정당화시켜주는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저는 그 중 대표적인 것을 유명인들의 ㅇㅂ논란으로 보는 거구요. 이게 초래하는 가장 안 좋은 것 중의 하나가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김형태의 운지 표현이 문제시되는 상황이 왔을 때 연게 상황은 참 볼만했어요. 그때가 저녁 8시 쯤이었던가요? 전효성 때였다면 글리젠이 어마어마해서 단 몇 십분만에 한두 페이지는 거뜬히 넘겨버릴 법했는데도 게시판 분위기는 새로운 떡밥에 당혹스러운 분위기를 반영하듯 썰렁했죠. 몇 시간쯤 지나 때마침 운 좋게(?) 터진 컨트롤 대란이, 이중잣대를 기반으로 여자유명인과 남자유명인을 가름해온 일부 사람들이 맘편히 잠수할 수 있도록 도와줬었습니다.
 
품으려면 다 품든지, 까려면 다 까든지. 하지만 첫 타자 때 마치 이게 정의사회실현의 최우선 순위가 된 양 너무 나간 탓에, 그 관성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포지셔닝이 쭉 유지된 연고로, 버스커 버스커를 그런 논란은 좀 잊고 좋아하고픈 사람들이 지금 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저는 유명인들뿐만 아니라 네티즌들도 자기가 과거에 잘못한 게 있다고 생각하면 쿨하게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게 공개사과라든지 하는 자기 자신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쪽으로 이뤄질 필요는 없겠죠. 그러나 뭔가, 강경한 포지션을 계속 유지하자니 마음에도 안 내키고 그때 욕했던 누구의 옹호자들 눈치 보이고... 이러면서 끊임없이 자기검열하고 보이지 않는 상대들과 견제하면서 불편한 커뮤니티 생활을 영위하는 게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요? 아니, 그게 정말 처음의 주류여론대로 정의로운 선택이기는 할까요?
 
오유 분위기가 뭔가 아니다 싶으면 오늘 버스커 버스커 컴백으로 인해 똑같은 불판이 깔아진 엠팍 불펜 한번 눈팅해보시길(검색어로 '버스커' 치면 나올겁니다.). 차라리 내가 생각해온 정의의 관념이 조금 흔들리더라도, 등 뒤를 짓누르는 뭔지모를 불편하고 찜찜한 맹점을 발견하는 일이 좀더 말섞기 괜찮은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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