入口와 出口란 말은 우리에게 너무도 낯익은 말이다 보니
일본서 들어온 말이라면 참말로 무색할 일이다.
허나 이 말은 원래 일본서 들어온 말이었다.
入口와 出口를 줄여서 出入口로도 쓰이는 이 말은
모름지기 드나드는 통로를 이르는 일본어라는 것이다.
이 땅에도 入口란 말이나 出口란 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허나 그 쓰임새가 전연 다르다.
적어도 일본이 들어오기 전의 우리글에는
入口라는 말은 '입으로 들어감'의 움직임씨로 쓴 말이었다.
즉 입으로 음식이나 약이 입으로 들어간다든가
아니면 숨을 입으로 들이킴[吸]을 말할 때에
‘入口하다’라는 말로만 썼던 것이다.
그 실례가 숱하게 나온는데 실록과 문집에서 하나씩 보면
後父歿, 延三日水漿不入口 (成宗 3. 2/18)
;뒤로 아비가 죽자 사흘을 연이어 입에 물과 장을 넣지 않고
入口偏能助味奢 ;(성호전집 제1권)
;입에 들어가면 몹시 입맛을 돋우어 주누나
등의 수많은 쓰임이 있고만 ‘입으로 들어감’의 뜻이지
들어가는 문이라는 쓰임새는 하나도 찾아 볼 수가 없다.
出口역시도 '입에서 밖으로 낸다'는 뜻만이 있어서
입에서 나오는 일로써 입 밖에 내는 말이나 소리요
내쉬는 숨이며 침 따위를 내뱉는 일을 이른다.
그 실례도 실록과 문집에 나타나 있기를
及是日, 言不能出口 (세종실록 6. 10/5)
;이 날에 미쳐서는 말을 입 밖에 내지 못하고
言若不能出口 (간이집 제8권 )
;입으로는 말을 제대로 못할 듯하고
이와 같이 出口도 온통 ‘입 밖으로 냄’의
쓰임새여서 나가는 문이라는 말은 아예 없다.
소리를 지르던 말을 하든 침을 뱉든지 간에
'출구하다'라는 움직임씨일 뿐이다.
나가는 문 들어가는 문에 걸맞는 出口와 入口의 낱말은
그 태생이 일본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굳이 들어가는 곳 나오는 곳이란 말투로는
전혀 쓰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에게는 出門(출문)이나 入門(입문)이 숱하게 쓰였다.
하지만 出口와 入口에 밀려나버렸다.
그런 중에도 出入門(출입문)은 아직 쓰고 있어서 다행이다.
하냥 드나드는 문인 고로 앞문이든 옆문이든
뒷문이든 쪽문이든 그냥 문이었는데
일본에서는 굳이 드나드는 문을 口자로 써서
出口니 入口니 하여 쓰게된 것이다.
그런 일본어 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있다.
입구(入口) ; 入いり口ぐち (名詞)
출구(出口) ; 出口でぐち (名詞)
우리글 낱말풀이로 하자며는
입구(入口) ; 밥이나 약을 입 안에 들임 (움직임씨)
출구(出口) ; 말이나 소리를 입 밖에 냄 (움직임씨)
이와 같이 하면 우리가 썼던 말에 맞는 말이 되겠다.
여기에는 숨을 입으로 숨을 쉴 때도 같은 것이다.
일제가 들이닥치면서 세상 따라 말도
그렇게 변해버린 세월을 살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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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blog.daum.net/sejeonhun/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