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글로 남겨놓는 행위를 분명 후회하겠지만, 그 어디에도 털어놓을 곳이 없어서. 심지어 너조차. 간접적으로나마 너에게 전달하듯.
모든 것을 참다보니 슬픈 것도 잘 참고 있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크게 쉬고, 누가봐도 고민이 깊은 얼굴에, 밤마다 자꾸 명치 어딘가 아파서 꾹꾹 누르지만 다행이도 예전처럼 몸이 아플만큼 울진 않는다. 아마도 익숙해졌겠지. 참는 것에. 이해하는 것에. 그리고 네가 없는 것에.
너에게 기대하면 안 되는 거 알아서, 그런 말 듣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너에게는 이제 그런 '마음' 은 없을거라 생각해서. 너는 알고 있는지. 우리가 다시 만나기로 한 이후 한 번도 그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나는 너에게 내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참 겁이 난다. 언제든 도망갈 너라서. 그럼에도 너의 그 말이 너의 그 목소리가 참 좋았다.
이해한다. 너의 그 모든 것을. 언젠가 이 말을 쓴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괜찮다. 나는 안 괜찮아도 괜찮고, 괜찮을 때는 물론 괜찮다. 나에게 괜찮지 않을 때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잊어야 내가 산다, 고 일기장에 썼다.
토요일에는 참 추웠다. 겨울이 다시 오는 듯 해도 길 양 옆에 벚꽃이 이제 피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쓰고 집 앞 벚꽃길을 보다 너와 꽃 구경 했던 날이 생각났다. 마스크 속에서 쓰게 웃으며 참 징그럽게도 많이 생각난다, 고 생각했다. 또 너와 이 나무 앞에 서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욕심이 참 과하다, 고 생각했다.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감정소모를 하다 보니 감정을 드러내야 할 때에는 이미 많이 지쳐있는 상태다. 감정소모에 지쳐 이제는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는 생각에 익숙해질쯤 언제나 찾아온다.
조금 아팠다. 약이 없는 줄 알고 병원을 가야 하나 죽어도 가기 싫은데 하다가 약을 찾아냈다. 몇 개 없는데. 걱정이 많아진다. 앞으로 아플 일이 있을 수 있는데. 그 땐 약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너에게 거짓말 한 게 조금 후회되긴 했지만, 내가 견뎌내야 하는 일이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2주에서 3주 정도는 걸리더라. 잊은 채 살면 그렇게 또 살아지더라. 그런 일 없었다고 생각하며 살면 괜찮아지더라. 그러니 조금만 잘 버티자. 예전에 그랬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