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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태백살인사건.txt[BGM]
게시물ID : panic_633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동물의피
추천 : 76
조회수 : 13384회
댓글수 : 62개
등록시간 : 2014/01/28 12:45:37
 
Silent Hill OST - True
 
 
 
 
 
 
 
 
 
 
 
 
 
 
 
[출처]쭉빵카페
http://cafe.daum.net/ok1221/6yIR/985778
글쓴이:여자의마음은갈대야.
 
 
 
 
 
 
 
 
쭉빵카페.jpg
 
 
 
 
 
 
 
 
혹시 ‘인천 모자 살인사건’ 기억하세요? 
아마 아시는 분이 대다수 일 꺼에요. 
그것이 알고 싶다 에서도 많이 다뤘었고, 
네이버에 인천살인 이라고만 쳐도 
기사가 수두룩하게 나오니깐요. 
 
그런데 ‘한국전력 강원도 태백 살인사건’ 이라고 아시는 분 계세요? 
아마 거의 없으실거에요. 
인천살인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일인데, 
기사도 거의 10개도 나지 않았고, 
이슈도 거의 되지 않았으니깐요. 
 
근데 제가 이야기를 왜 꺼내냐면요. 
 
그 사건의 피해자가 저와 10대를 함께 했던 제 친구에요. 
 
물론 처음엔 기사가 뜨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친구가 안 좋은 일로 떠난 것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도 싫고, 
누가 친구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도 싫고,
 세상에서 이 일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면 좋겠다 싶었죠. 
 
그러던 중 그 사건에 대해서 오랜 준비 끝에, 
1월 24일 금요일 춘천지방법원 제 101호 법정에서 첫 공판이 있었어요. 
재판은 11명의 배심원이 참여하는 국민 참여 재판으로 이루어졌고, 
전 그 재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방청했습니다. 
 
이 사건은 제 친구를 살해하고 함께 살던 룸메이트 언니는 살인 미수에 그친 사건이에요. 
 
일단 결론만 말씀드리면, 20년형이 나왔습니다. 
 
이제 사건에 대해서 말씀드릴게요. 
아마 글이 많이 길어질텐데, 한 번만 읽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사건내용에 대해선 제 감정 보태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말씀드릴게요.
 
제 친구는 고등학교 내내 자격증도 많이 따고 공부도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래서 고 3말, 한국전력 고졸 채용에 합격했고, 
인턴생활을 거친 후 2월에 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으며 
피고인을 만나 3월 초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제 친구는 태백지사로 발령이 났고 피고인은 제천지사로 발령이 났죠. 
제 친구는 거의 처음 사귄 남자친구였고 
피고인도 제 친구를 잘 챙겨주는 것 같아 보여서 
저랑 다른 친구들은 뿌듯해하며 그 둘을 축복해주었어요.
 
근데 8월 달에 친구를 마지막으로 만난 날, 
친구가 말하기를 ‘이제 곧 헤어질 것이다. 남자친구가 집착이 너무 심하다.’ 라고 말을 했고, 
그 후 한달 뒤에 이 사건이 벌어진 것입니다.
 
8월 말, 제 친구는 피고인에게 “헤어지자” 라고 말을 했어요. 이유는 성격차이. 
하지만 피고인은 그 날 이후로,
 “니가 나랑 헤어지고 회사를 다닐 수 있을 것 같느냐”,
 “니 마음대로 해봐라. 나도 내 마음대로 할거다.” 
통화 내용을 녹음했다는 친구의 말에는 
“신고하려면 신고해봐라 한 1년쯤 감옥 갔다오면 그만이다.
니가 생각하는 것 만큼 우리나라의 법이 그렇게 강하지가 않다.” 
라는 말을 했었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부재중전화로 몇 십통씩 하는 것은 기본에
휴대폰을 안 받으면 친구가 일하는 회사전화로 직접 전화를 하고, 
태백으로 말도 없이 찾아오고 그랬죠. 
그렇게 밥 먹듯이 협박하고 욕하고 소리를 지르다가도 
울면서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하며 친구를 무섭게 했고,
 
피고인의 생일인 9월 14일. 마지막으로 결판을 맺기로 합니다.
9월 14일까지만 서로 생각해보고 
(친구는 마음을 다시 돌리는 쪽으로, 피고인은 친구를 정리하는 쪽으로) 결정을 하기로 했답니다.
 
하지만 친구는 이미 마음이 확고한 상태였고,
그 날 2시간정도 이야기를 하고 
오후 3시에 다른 한전동기들과 만날 예정이였어요. 
 
하지만 피고인은 막무가내로 제 친구를 광주로 끌고갔고,
고속도로에 아주 빠른 속도로 위험하게 운전을 하는 도중 
친구의 핸드폰을 차 밖으로 던졌습니다. 
 
근데 이 상황이 재판에서는 ‘이별을 하기 전에 떠난 마지막 여행’ 으로 포장이 되었더군요. 
 
아무튼 광주의 한 모텔에서 피고인은 제 친구의 목을 조르는 등의 행위를 했고
 
제 친구는 울면서 집에 보내달라고 사정했습니다. 
 
그래서 피고인은 다음날 아침, 
청주에 제 친구를 내려주었고, 
제 친구는 수원에 사는 동기 집으로 가서 모든 상황을 털어놓게 됩니다. 
 
그리고 핸드폰을 새로 샀고, 9월 16일 아침 태백으로 다시 출근을 했죠.
 
이미 14일 헤어지기로 결론을 맺었었는데
피고인은 막상 아침이 되고 출근을 하니 다시 제 친구를 잡고 싶어지더랍니다. 
 
그래서 제 친구에게
 ‘오늘 태백에 찾아갈테니 마지막으로 한번만 다시 만나달라.’고 얘기했고,
제 친구는 오지 말라고 더 이상 할 얘기 없다고 했지만,
 피고인은 퇴근 후에 막무가내로 태백에 찾아간거죠. 
 
피고인은 제천에서 태백에 찾아가던 당시 집에서 칼을 소지하고 갔습니다. 
 
피고인은
“태백으로 떠나기 전 집에서 소주 한 병 반을 마신 뒤에 출발하려고 하는데 
마침 집에 있던 칼이 생각이 났다. 그 칼을 떠올리며, 
내가 칼로 협박을 하면 무서워서라도 다시 사귀게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라고 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태백으로 향하는 중 피고인은 
스마트폰으로 ‘살인미수’, ‘살인 미수의 형량’, ‘살인미수의 기준과 형량’ 등을 검색했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은 그것들을 검색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친구가 살고 있는 태백 직원 아파트에 도착한 후 
제 친구를 불러냈고,
친구는 당시 함께 살고 있던 룸메이트 언니에게
“언니 지금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데 혼자 가기가 너무 무서워요. 저를 좀 지켜봐주세요.”
 라고 말했고, 
그 언니는 그 근처에서 계속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1~2시간 가량 직원아파트 근처에서 둘은 대화를 나누었고 
피고인의 진술에 따르면 둘이 나누었던 대화는 
주로 옛날에 좋았던 기억들, 나빴던 기억들이였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친구에게 못해줬던 것들이 많아서 미안하다고 했답니다. 
 
그때까지는 제 친구를 칼로 협박할 생각도, 찌를 생각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룸메이트 언니가 시간이 늦도록 제 친구가 들어오지 않자, 
제 친구에게 다가가서 너무 시간이 늦었다고 같이 들어가자고 했더니
 피고인은 “남의 연애사에 신경끄시고, 혼자 들어가시죠.” 라고 했답니다.
룸메이트 언니의 진술로는 
그 때 1m도 안되는 거리에서 대화를 나눴는데, 
전혀 술냄새도 나지 않고 발음도 또박또박하며 술에 취한 것 같지는 않다고 했어요. 

 
제 친구가 언니에게
 “언니 그러면 제가 11시까지 들어갈게요. 언니 먼저 들어가 계세요.” 라고 했고, 
언니는 하는 수 없이 먼저 들어가서 계속 둘을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거의 들어올 시간이 다 되었길래 
언니는 이제 방에 들어가서 티비를 보았다고 해요.
 
그리고 제 친구와 피고인은 
정말로 깨끗하게 헤어지기로 결론을 맺고 
서로 애인이 생기면 연락을 하고, 그 전까지는 연락을 하지 말자고 이야기 했대요. 
 
그리고 피고인이 제 친구를 직원아파트 현관까지 데려다주고,
 
친구가 집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악수를 하면서 
피고인이 “나는 너를 쉽게 못 잊을 것 같다. 너는 나를 잊을 수 있겠느냐?” 고 하자, 
제 친구가 “나는 너를 쉽게 잊을 수 있다. 너랑 사귀는 동안에 싫은 걸 꾹 참고 사귀었다.” 고 하고 집에 들어가려고 뒤를 돌았다고 합니다.
근데 피고인이 마지막으로 제 친구에게 들은 말을 듣고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그 때 챙겨온 칼이 생각났고,
‘지금 내가 얘를 죽이지 않으면 자존심이 짓밟히는 기분이겠다’ 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뒤돌아서 무방비상태인 제 친구의 목을 찔렀습니다. 
 
제 친구는 비명을 질렀고 그 비명을 듣고 룸메이트 언니가 문을 열었고,
피고인의 손에 들려있던 칼을 손으로 막았다고 합니다. 
 
그 상태에서 피고인은 이제 룸메이트 언니의 목 등을 5~7차례 찔렀고
룸메이트 언니는 ‘아 이러다간 둘 다 죽겠구나’ 싶어서 
방으로 달려가서 문을 잠그고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고 합니다. 
 
근데 피가 손에 너무 많이 묻어서 
112버튼이 눌리지 않아서 몇 번이나 피를 침대에 닦았고,
목이 찔리면서 성대가 심하게 다쳐있는 상태여서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아서 
겨우 겨우 신고를 하고 정신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제 친구의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온 같은 라인 살던 대리님과 동기들이
 잠겨있는 문을 발로 차며 문을 열라고 하였지만,
피고인은 그 소리에도 멈추지 않고 제 친구를 35차례 찔렀고, 
 
그 이후 
피고인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겁에 질려 
자신이 챙겨온 칼과 칼집 자신의 스마트폰 등을 
모두 챙겨 방 안 창문(2층)으로 뛰어내려 도주했고,
추격 끝에 신고를 받고 오던 경찰에게 붙잡혔습니다. 
 
제 친구는 그 자리에서 과다출혈로 사망했고, 
룸메이트 언니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중상을 입어 그날 헬기로 후송되었고 
지금은 많이 회복했지만, 
목과 왼손엔 흉터가 크게 남았고, 성대를 크게 다쳐 
평생 자신의 목소리를 찾을 수 없을뿐더러, 
큰 수술도 여러 번 해야 한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치료비 1800만원)
 
하지만 피고인은 경찰에 체포되기 전
모든 상황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무슨 정신으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의 진술 중 왜 룸메이트언니는 그 만큼만 찌르고 말았냐는 질문에
방문이 잠겨있었고, 그 정도 찔렀으면 죽었을거라고 생각하고 제 친구에게 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룸메이트언니도 같이 죽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였고,
피해자들의 목쪽을 많이 찌른 이유는 드라마나 영화같은 데 보면 목을 찌르면 바로 죽는 것을
많이 보아서 목을 찔렀다고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것이 
재판에서 검사가 제줄한 증거물들과 여러 목격자들의 진술, 피고인의 진술을 정리한 것입니다. 
 
재판의 쟁점은 유무죄가 아니라 
이 범행이 계획적이느냐, 우발적이느냐를 따지는 것이였고, 
검사는 
집에서 칼을 챙겨간 점,
버스 안에서 그런 단어들을 검색한 점, 
검색을 한 것도 기억이 나질 않고, 범행을 저질렀던 상황도 기억이 나질 않는데, 
피해자와의 마지막 대화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점, 
(그 마지막 대화는 피고인의 진술일 뿐이지 아무런 증거가 없습니다. 
죽은 이는 말이 없으니까요. 제 친구는 절대 그 순간에 그런 말을 할 성격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법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적용된다고 하네요.) 
룸메이트 언니가 피고인을 계속 방어하고, 
밖에서 한전직원들이 문을 계속 발길질하며 말렸는데도 불구하고
35번이나 피해자를 찌른 점, 
겁에 질려 도주 했다면서 
자신이 챙겨온 칼과 칼집 스마트폰 등을 
모두 자신의 잠바주머니에 챙겨서 달아난 점
평소에도 협박과 스토킹에 가까운 집착을 보이며 피해자를 괴롭게 한 점
구속된 지 4개월 동안 재판부에는 반성문을 6번이나 제출을 하였으면서도 
피해자쪽에는 아무런 사과편지나 피해보상 등의 행위를 하지 않은 점
 (받아줄 리도 없지만 이렇게 큰 사건에서 당연한 거 아닌가요? 반성은 재판부에 하는 게 아니잖아요) 
등을 들며 범행이 악질이라고 판단하여 사형을 구형하였습니다. 
 
하지만 변호인 측에선, 
피고인이 고등학교 때 받았던 
공로상, 학업우수상, 장학금증서 등을 증거물로 제출하고,
 증인으로 오셨던 피고인의 아버지를 통하여 5살 때 이혼을 하고,
 할머니 손에 자라고 5학년 때 중국인 새 어머니와 재혼을 하는 등, 
어릴 때 착실한 학교생활을 했다는 
이야기들을 하였고,
 살인을 계획 했다면,
살인 이라는 검색어로 검색을 했을 것이라며,
살인 미수라고 검색을 한 것 으로 봐선
피고인이 칼을 가지고 협박을 하는 것이
살인 미수라고 오해를 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만 19세의 나이지만 갓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미성년자와 다름이 없다며
“배심원 여러분들의 자녀들도 
오히려 중 고등학생 때 보다 대학생이 돼서 더 말을 안 듣지 않나요?” 
라는 말을 하였고, 
재판 처음 시작 할 때
 “생명을 잃는 가장 흔한 사고가 교통사고입니다. 
교통사고로 생명을 잃게 하든, 약품으로 생명을 잃게 하든, 
흉기로 생명을 잃게 하든, 
생명을 잃었다는 결과는 같을 뿐 
저는 수단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수단으로 형량을 정하는 기준으로 삼지는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재판 당시 피고인은 시작부터 끝까지 눈물을 흘리더군요. 
그 모습을 보아 피고인이 여리고 내성적인 성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저러한 변론을 하며 배심원들에게 선처를 바랬습니다. 
 
그 후, 약 1시간 가량 배심원들이 토의를 하였고, 
배심원들은 이 사건을 계획적이 아닌 우발적 살인으로 보았고, 
그에 따른 형량은 9명의 배심원 중 (2명은 예비배심원으로 빠졌습니다.) 
15년이 2명, 20년이 6명, 25년이 1명 
 
그래서 피고인에게는 징역 20년이 선고되었습니다.
 
두 사람의 인생을 망쳐놓고 20년이 선고되었어요. 
출소하면 41살입니다.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에 검사 측에선 항소를 하겠지만,
만약 피고인이 항소를 할 경우에는 
2심에서 20년보다 더 적은 형량이 나올 지도 모릅니다.
 
백번 천번 양보해서 우발적인 살인이라고 했어도,
20년 형은 정말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말씀드린 인천모자살인사건 1심에서 사형선고 받았습니다

 제 생각엔 41살이면 충분히 새로운 시작?
 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지금 제 친구가 세상을 떠난 지 4개월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아는 사람? 세상에 많지 않습니다. 
 
근데 20년이 지난 후에 이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20년 후에 그 새끼가 세상에 나와서 똑바로 사는 모습 절대 못 봐요.
 
이렇게 이슈 되게 만드는 게 제 친구한테도 미안하고, 
제 친구의 부모님과 가족한테도 너무 너무 미안하고 죄송스럽지만,
여러분 제발 잊지 말고 이 사건 기억해주세요.
 
다음 2심에 어떤 결과가 나올 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 20년이 선고 되었습니다. 
 
횡설 수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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