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쓸려는 내용들은, 어떻게보면 너무 당연한 것들이에요.
지금 오랬동안 직장 생활하신분들은 웃으실지도 모르겠는데..
저는 아래에 쓰는 내용들을 지켜서 5군데 합격했고, 그중 한군데 다니고 있습니다.
저때문에 기회를 날리신분들도 많으실것 같아서, 죄책감도 덜어볼겸 글 써보려구요.
이글은 문과, 메이저 기업 기준으로 쓴겁니다.
1. 자소서에 꿈과 희망, 비전을 거창하게 쓰지말자.
취업 자소서, 면접은 정치인 간담회가 아닙니다. 경력직원이라 하더라도 회사에서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그리 많지 않아요. 대한민국 회사 = 군대 라고 보시면되요. 회사는 사소한 일들 빼고는 철저한 상명하복입니다. 꿈과 희망, 비전이 큰 사람들은 회사안에서 좌절도 크고, 나갈확률도 높습니다.
그럼 뭘 써야하느냐? 그냥 커피를 잘 타겠다고 쓰시면되요. 농담 아닙니다. 특히 신입직원이라면 커피를 잘 타고, 복사를 신속하게, 정확하게 해오겠다는 것이 큰 메리트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내가 무언가 능력을 발휘해서 회사에 기여하겠다, 이건 현실과 거리가 너무 멉니다.
2. 전공공부 이야기를 하지 말자.
면접을 보러갔더니, 어떤분들은 자신의 학업 실적을 보이고 싶어서이신지 전문용어나 전문적 이론 전개를 말씀하시더군요. 그분들께는 죄송합니다만 회사의 인사담당자들중에 전문성의 가치를 높게 사줄 사람들은 별로 없습니다.예를들어 회사의 정책을 결정할때에도 제대로된 마케팅이론같은걸 고려하기보다는 그냥 상사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따르는것이 99%, 우리들의 모습이거든요.
회사에 너무 많은걸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어차피 회사는 업무 위계에 의해 돌아가는 곳이기 때문에, 전문적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적응을 잘 못하고 퇴사할 확률이 높습니다. 내가 근시일내에 퇴직할 것이라는 사인은 주면 안되겠죠?
3. 제발.. 면접관앞에서 겁먹지 말자.
면접관 앞에서 덜덜덜 떠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앞으로 입사하시면 스트레스 받을 날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떨고 계시면 회사 업무의 압박을 견디기 어려워보일겁니다. 물론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수도 있지요. 그러나 그렇게 보이는것은 사실인것 같습니다.
어차피 회사 정문 나가고 나면 별볼입없는 동네 아저씨 1 에 불과한 사람들입니다. 하고싶은말, 개진하고싶은 의견이 있으면 당당하게 말 하시면 됩니다. 구직자가 면접관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습니다.
4. 대학 시절에는 전공 공부에 충실하자.
가끔 취업난을 이유로 대학 전공 공부를 소흘히 하시는 분들이 계시던데요,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닌것 같습니다. 전공공부에서 길러진 소양이 인적성검사, 까다로운 면접 질문등에 대처할수 있는 좋은 수련이 됩니다. 공부, 무조건 열심히 하세요. 인맥을 핑계로 술만 마시러 돌아다니면 자연적으로 인지,운동능력이 떨어질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절주하시고, 규칙적으로 생활해서 인적성 검사에서 손해는 보시지 않는게 좋습니다.
5. 모집배수가 무슨 상관?
면접만 보러가면 1.5 : 1 이다 뭐다 해서 썰을 푸시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경쟁률이 낮든, 높든, 이미 면접은 본거고, 볼건데 그게 무슨 상관일까요? 면접대기실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것은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불펜에 접속하셔서 유쾌한 분위기라도 스스로 만드시는게 좋습니다. 인상이 어두운 지원자를 누가 좋아할까요?
6. 영어때문에 쫄지말자.
토익은 적어도 800중반이상 권장합니다만 더 이상은 그다지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딱 여기까지 하시고, 나머지는 뭐 잘 모르겠네요. 이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했던 적이 없어요. 각종 스피킹 시리즈도 안봐서 모르겠네요. 그리고 영어로 말 시키면 겁 많이 먹으시는데, 아무리 발음이 좋고 말을 잘해도 외국인이보면 도찐개찐입니다. 되든 안되든 일단 질러본다 생각하시고 마음 편히 가지시면 좋습니다.
7. 인턴, 해보면 좋지만 안해도 상관은 없다. 그러나 해보면 다른쪽으로 도움이 많이 된다.
말그대로 인턴 경력을 필요 없습니다. 심지어 증권자 영업직 선발에도 인턴 경력은 필요 없습니다. 이건 이름만대면 다 아는 유명 증권사 인사 담당자분이 직접 확인해주신 사항입니다. 그리고 저의 전 직장 동기들중에 인턴 경력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스펙, 뉴스에서 떠드는것만큼 큰 요소 아닙니다. 그러니 뭐든 한번 서류를 내 보시면 좋습니다.
그러나 단순 취업만이 아니라 본인이 만족할만한 취업을 하실려면 인턴 경험을 해보는것을 추천합니다. 물론 타 회사에서 1년정도 경험을 쌓아보시는것도 추천합니다.(사실 이게 더 좋아보입니다.)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취업에도 기준이 생기고, 직장에도 만족할수 있습니다. 말로듣는것보다 직접 겪어보는것이 훨씬 더 낫고, 제가 소문으로 들었던 회사들의 분위기와 근무강도등은 거의 100% 사실과 달랐습니다.
8. 좀 쉬었다고 해서 큰 해가 되지 않는다.
1년쯤 타 회사에 다니거나, 무직기간이 좀 있거나 하셔서 스스로 위축되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럴필요 없습니다. 요즘같은 시기에 이정도 사정은 다 익스큐즈 될만한 것들입니다. 가끔 집요하게 퇴직사유를 물으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건 무언가 클레임을 거는게 아니라 지원자의 의지와 위기대처능력을 시험해보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9. 토론에서 다른 사람을 공격하지말자.
말이필요없습니다. 창의적 인재, 이런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그냥 윗사람 지시를 군말없이 잘 따르는것이 회사에서 기대하는 여러분들의 모습니다. 그러니 면접장에서는 다른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아무리 엉터리 의견이라도 일단 동의해주세요. 실제로 엉터리 의견을 믿고 따라줘야 하는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곳이 회사입니다.
10. 분산 투자.
제일 중요한겁니다. 시험이든, 면접이든 복불복은 피해갈수 없는 성향입니다. 심리학 실험에 의하면 대부분의 면접관들은 늦어도 2초이내에 특정한 사람에 대한 평가를 완료합니다. 구체적인 면접과정은 확인사살내지는 본인의 판단을 정당화하는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물론 어쩌다 검증해보고 싶은 사람을 검증해보는 경우는 있겠습니다만, 많지는 않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2초이내에 누가 회사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고 누가 아닌 사람인지 어떻게 정확히 알수 있을까요?
인간의 감이라는게 생각보다는 훨씬 정확합니다만, 어쨌든 정확도가 그리 높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복불복은 피할수가 없어요. 무조건 분산투자 하는 겁니다. 절대로 무슨 고시 준비하듯이 한 회사만 바라보고 몰빵투자를 하시면 안되요. 구직자가 보는 회사의 모습과 실제 회사의 모습은 많이 다르니까 몰빵은 수익률 차원에서도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맞춤형 인재, 이런건 그냥 언론에 발표하는 용도이구요,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무난한 심부름 셔틀을 원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11. 자격증.
딸수있으면 따는게 훨씬 좋습니다. 그러나 강박적으로 불필요한 자격증을 모아 전시회를 열 필요는 없습니다. 금융3종 자격증, 그런거 없이도 금융권 회사에 잘 들어갑니다. 자격증은 참고사항일뿐, 요즘 왠만하면 서류 통과해줍니다. 만약 아니라면 자격증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운이 나쁜 것입니다. 인생은 복불복, 취직도 복불복이에요. 서류 통과 이후에는 어차피 동등한 환경에서 경쟁하는 거구요.
12. 멘탈을 유지하자.
일이 잘 안풀리면 대부분의 구직자들이 의기소침해지고, 풀이 죽고, 비굴해집니다. 그럴필요 없습니다. 요즘 때가 어느때인데.. 시대가 변하면 기준도 변하는게 당연한거구요, 요즘의 기준으로 보면 취직을 일찍하는건 운이 좋은것이지 당연한것은 아닙니다. 구직자들중에는 때때로 뜬소문을 듣고 그걸 그대로 믿더군요. 특히 회사의 처우나 인적 구성에 대해서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다 거짓말이구요, 제가 들은것들중 후에 사실로 드러난건 1%도 안됩니다. 직장인들은 일이 고되다든지,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다든지 하는 이유로 사실을 많이 왜곡해서 전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 뭐라하든 자신의 결정을 믿고, 그대로 밀고나가는겁니다. 끝까지 잘 밀고 나가는 사람이 결국엔 승리하는 거지요.
마지막으로 대학생이신 분들, 취업을 어디로 하면 좋을지 걱정이 많을 것입니다.
해답은 간단합니다. 다녀보세요. 지금 당장 아무 회사라도 좋으니 30인 이상 규모의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가든, 계약직으로 들어가든, 아르바이트로 들어가든, 어떻게든 들어가서 경험을 쌓고 회사에 대해 직접 배워보세요. 선배들이나 부모님들이 하는 말은 대부분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분들도 사람인 이상 각색과 과장, 축소가 들어갈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대학생 시절에 이런 과정을 거쳐보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첫 직장은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다시 구직기간을 거쳤고, 지금은 좋은 회사에 들어가 만족하며 잘 다니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면접을 보고 합격자 소집에 나가면서 느낀것은, 합격자의 상당수가 저처럼 한번 다른 직장을 거쳐 온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실제 회사를 다니며 돈을 버는 느낌도 느껴보고, 스트레스도 받아보고, 미래 고민도 해본 사람과 대학생의 차이는 일반적으로 매우 큽니다. 몇달사이에도 많이 달라지는것이 사람이더군요.
행복보다는 좌절을 더 많이 느낀 직장 생활이라 하더라도 그 사이에는 발전이 있습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너무 마음에 드는곳만을 생각하지는 마시고 어디라도 일단 들어가서 경험삼아 일해본다음에, 그만두든 이직하든 뭐든 하시는게 좋아요. 눈빛부터가 달라지는것이 보통입니다. 물론 들어가서 퇴사하면 회사는 어쩌냐? 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6시 칼퇴처럼 당연한 권리가 특권이자 시혜로 받아들여지는 한국회사들에게 그정도의 배려는 해줄 필요가 없을것 같군요. 비즈니스니까요.
돌아가는 것도 길이고, 때로는 돌아가는 것이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이기도 합니다. 구직자 여러분들, 회사에 기죽지 마시고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