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안 쓰려고 엄청 노력했다. 쓰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내 마음이 터질까봐. 잘 참고 있는데, 잘 견디고 있는데 괜히 건드리는 걸까봐.
꿈 속에 너는 다정했다 냉정했다 잔인했다 그렇게 나를 여전히 애태웠다. 어제도 꿈에서 한껏 다정했던 우리의 모습이었다.
잊어야 한다. 잊어야 한다 를 되뇌일 때마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같이 되뇌인다.
덩치가 큰 사람, 키가 큰 사람, 너와 비슷한 머리 색을 한 사람, 너와 비슷한 패딩을 입은 사람, 네가 피우는 담배와 같은 걸 하는 사람... 을 볼 때마다 숨이 멎어 민폐가 되는지도 모르고 계속 바라본다. 아웃렛 같은 큰 공간에 가면 혹여 네가 오지 않았을까, 두리번 거리며 나도 모르게 찾고 있다. 네 차번호를 알고 있어 혹시 지나가다 보게 될까 창 밖으로 지나가는 차들 바라본다고 목이 아프다. 드라마 '단 하나의 사랑' 요약을 보다가 "내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왜 모든 것이 사라져야 하나." 이 문장이 교통사고처럼 나를 치고 간다. 이별을 겪어 힘이 든데, 어떻게 극복하냐는 고민글에 죽은 사람이라 여겨야 하며 시절인연이 있으니 가는 인연은 내가 붙잡아도 갈 것이며 또 오는 인연이 있을거라는 다른 이의 댓글에 나는 심장을 부여잡는다.
20대 때의 그 때처럼 중2병이 다 낫지 않아 그 사랑을 '열병'이라 떠들었던 그때처럼 그렇게 앓다가 언젠가 흐릿하게 잊혀질 걸 알면서도.
다정했던 네가, 재미있고 즐거웠던 우리가, 나를 지그시 바라보던 너의 눈동자가,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던 너의 목소리가, 안으면 푹신했던 너의 배가 잊혀지지 않는다.
술집에서 한참을 고민하고 힘들어하던 너를 아무 말 없이 바라보며 차마, 차마 내 마음을 말할 수가 없었다. 할 말 없냐는 말에 글쎄, 라고 답할 밖엔. 나의 진짜 마음을 말하는 순간 너는 무섭고 두려워 어느새 저만치 내게서 멀어지고 또 멀어질테니까.
찾고 싶거든 늘 그래왔듯 예전처럼 날 찾아와도 괜찮다. 나는 늘 그랬듯이 모든 걸 다 제쳐두고 너에게로 달려갈 것이다. 다만, 정말 날 버려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다시는 날 못 보는 순간이 온다면 사정없이 냉정하게 나쁜 사람이 되어 내가 너를 욕하고 때리고 미워하고 싫어할 수 있도록 네가 다시 찾아도 그렇게 바보 같이 다 놓고 달려 가지 않을 수 있도록 나를 버려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너를 잊을 수 있으니. 그럴 수 있다면, 정말 진심으로 나쁜 사람이 될 마음이 생긴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