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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상가에 대한 기억
게시물ID : music_768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금융투자
추천 : 10
조회수 : 4419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3/09/16 23: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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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글이 반응이 너무 좋아서 많이 놀랐습니다;;
반박글도 있었지만 제 의견에 많은 분들이 수긍해주시는 분위기여서 많이 기뻣습니다
저는 기타리스트는 아닙니다
그저 기타가 좋아서 기타를 만드는 일을 하던 사람이지요
그렇다고 기타만 만들지는 않았고
기타 파는 일도 좀 했었습니다
그 중 가장 짧은 기간 일했으나 가장 기억이 많이 남는 낙원상가에서의 3개월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몇년전 일입니다
한창 공방에서 일을 하다가 늦게서야 퇴근을 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갔습니다
가족들은 모두 자고있고 가족들이 잠에서 깰까 조용히 제 방으로 들어와 불을 켰습니다
제 책상위에 익숙한 종이 봉투 한장이 놓여 있더군요
허 참
예상하셨겠지만 그것은 늦은 나이에 미루고 미루던 영장이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피곤한데도 잠이 안오더군요 ㅋㅋㅋ
다음날 사장님께 말씀드리고 몇주후 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나름 즐겁게 군생활을 했다 자부하지만
시간 더럽게 안가더군요 ㅋㅋㅋㅋ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흘러 전역일이 다가왔습니다
슬슬 복귀 신고를 할때가 되었구나 싶어 사장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 XX냐? 야 진짜 오랜만이다 너 이제 상병쯤 되었냐?"
"아 ㅅㅂ 저 이제 말년이에요"
"헐 벌써 그렇게 되었냐 시간 존나 빠르네"
"그래서 그러는데 저 X월 X일에 전역인데 바로 일 할수있어요?"
"야 우리 공방 이번에 증축한다 적어도 4달은 일 없어 그냥 그 시간동안 여행이나 다녀오고 놀아라 끝나면 연락줄께"

뭐 이리 되어서 시간이 붕~ 떠 버렸습니다
전역하고 사장형님 말대로 좀 놀까도 싶었는데
놀아서 뭐하냐 돈이나 벌어야지 싶어서 알바나 구해볼까 하다가 그래도 전공이나 살려야지 싶어서
낙원상가로 결심하자 마자 바로 찾아갑니다

낙원상가..... 고등학교때를 마지막으로 진~짜 오랜만에 갔는데 많이도 변했더군요
들어가자마자 첫 매장부터 혹시 사람구하시나요? 하고 물어보니
XX악기에서 사람 구합니다 가보세요~ 하고 친절히 답변해 주시더군요

바로 XX악기로 들어가니 친절하게 생기신 사장님께서 무슨 악기 찾으세요?라고 물어보시기에
사람 구하신다 해서 찾아왔습니다 라고 답변을 하자 바로 말을 놓으시더군요 ㅋㅋㅋㅋ
기분나쁠법도 한데 푸근한 전라도 말씨에 할머니생각도 나고해서 그날로 자기소개서 내고 다음날부터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기타매장에서 일을 할 때에는 주로 리페어업무를 하였고 판매와 전화상담도 조금씩은 했었으나
낙원상가에서의 일은...... 많이 빡시더군요 말로만 들었지 직접 해보니 예전 대우와 너무 달라서 ㅋㅋㅋㅋㅋㅋㅋ
많이 놀랐습니다
일단..... 앉아있을 시간이 없더군요
호객에 판매 배송 운반 리페어등등 사장님은 정말 기타를 말로만 기타 전문가지 쳐본적도 없는 사람이였고
제가 모든 일을 해야했으며 전에는 월 200+a였던 제 봉급은 월 120만원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었습니다 ㅋㅋㅋㅋ
그래도 일을 잘 했는지 장사가 꽤나 잘 되서 사장님이 현금으로 몇 만원씩 더 꽂아 주긴 했습니다만 ㅋ

또한 그때가 딱 슈퍼스타K 시즌이라서......
원 살면서 몇대 만져보지 못한 어쿠스틱기타만 하루에 십수대씩 팔아치우던 미친 시기였습니다
지금도 낙원상가 놀러가면 다들 그 때를 많이 그리워 하지요 ㅋㅋㅋㅋ
정말 단기간에 그렇게 못치던 어쿠스틱 기타만 꽤 늘었으니 나름 남는장사였다! 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어쿠스틱 공부를 좀 해놔가지고 지금까지 아는체는 좀 하면서 살고있습니다 ㅎ

많은 분들이 낙원상가에서 일 하는 사람들을 두고 낙팔이 낙팔이라고 비꼬아 말을 합니다
양아치라는 거지요
저도 낙원상가 물 짧게나마 마셔 봤지만
어느정도는 맞는 말입니다

그때만 해도 지금 정도까지 인터넷으로 검색 다 해보고 최저가에 구성품에 다 따지지 않던 시기고
워낙에 호황기였기 때문에 어떤 브랜드건 어쿠스틱 기타를 걸어놓기만 하면 죄다 팔리던 시기였습니다
때문에 엉청 남기고 팔아도 뭐라 할 수 없던 시기고
아쉽지만 이 시기에 기타 사신분들은 알아보고 사지 않았다면
사기먹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손님은 많고 기타는 적었습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기때문에 판매자는 배짱을 튕길수 있었습니다
얼마에 알아봤는데.....
아 그 가격엔 안팝니다 다른 가게 가세요
이래도 할 말이 없는거지요

일이 이렇게 많으니까 A/S가 제대로 진행될리가 없지요
기타가 고장나서 가져오는 손님들도 많았는데
좀만 오랫동안 그 손님 기타를 봐주면 사장님이 화를 많이 냈습니다
일이 이렇게 많은데 손님이랑 수다 떤다고 그러는 동안에 다른 가게에 손님 빼앗긴다구요
사장님이 기타를 잘 모르니까 이해를 못 하시더군요.......
진짜 가게들간의 전쟁이였습니다
저도 잘못한게 기타 사러 오는 손님은 많은데 한 손님에게 오래 붙잡혀 있기도 좀 그런거지요
때문에 낙원상가내 리페어를 하시는 분들에게 기타를 맡기게 유도를 많이 해야했습니다
당연히 제가 하면 30분 내로 처리를 할 수 있는 일이지만요
당연하게 비용은 고객의 부담이였습니다

벌써.... 3년 전 일입니다
지금의 낙원상가는 어떨까요?
전국적으로 어쿠스틱 기타 붐이 일어나고 바이올린을 팔고 플룻을 팔던 매장들은 모조리 어쿠스틱 기타 매장으로 바뀌었습니다
나이좀 많으신 회원분들은 기억하실껍니다
낙원상가에 가면 정말 다양한 종류의 악기를 파는 전문점들이 많았다는걸
요즘엔 죄다 기타에요 기타
기타 가게는 많아지고 거기서 거기인 비슷한 외형에 비슷한 사양 비슷한 가격의 기타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반면 그 기타를 사는 손님들은 그 때에 비해선 많이 줄었지요

수요는 적어졌지만 공급은 많아진 요즘
3년 전보다 가게간 전쟁은 더 조용해 졌지만 더 치열해 졌습니다 ㅋ
누구네는 인터넷 마케팅을 잘 해서 손님이 많네~ 매월 몇십만원씩 홍보비로 나간댜~
어디네는 이번에 신문 기사 한번 내는데 몇십만원 나갔댜~
그렇게 인색하던 홍보에도 눈을 돌리고 점점 치열해지고
그렇게 안좋던 서비스는 많이 정말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진짜 지금 가면 점원들 목소리 톤부터 달라요
신경질적이고 높았던 목소리 톤이 차분해지고 친절해졌습니다 ㅋㅋ
참 어색하네요

그리고 예~전부터 그 시절까지 쌓아둔 악명은 지금와서 터져 낙원상가의 악명이 매우 커져
초보자 분들이 가기조차 꺼려지는 곳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많이 아쉬운 일입니다만
낙원상가의 현모습은 이미 예견된 일이였던거 같습니다
지금은 많이 변했습니다 그래도 애정을 가지고 많은 분들이 찾아오고 있고
그때와는 달라진 모습으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곳입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연주자들에게
추억으로만 기억되지 않도록 많은 발전을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추신으로 가실때 알아보고 가는게 당연한데 많이 알아볼수록 속을수 있다는거 명심해두세요 ㅋ

(근데 브금 어떻게 넣나요? 친절한 분들 댓글로 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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