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가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일이 바빠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한 번 크게 아팠고 다 나아갈 무렵이었다. 언젠가 저번처럼 날 찾지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날짜를 세었고 아마도 잘 지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굳이 확인시키지않아도 알고 있는 마음이었다. 처음 그 마음을 알아챘을 땐 무던히도 울었다. 아, 이 사람은 그렇구나. 그랬구나. 퍼즐조각들이 흩어져있다가 하나둘 제자리를 찾았다. 나는 스스로 선택해야했다. 그리고 나에게 선택지가 없음을 알았다. 그렇게라도 나를 찾아주어 나는 기뻤다. 내가 너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너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너에게 사랑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건 내가 만든 하나의 이미지에 불과했다. 아마도 나는 그 괴리를 견디기 힘들어했던 것 같다. 너의 마음을 인정하고 납득해서 자기합리화를 시도했지만 나는 너의 사랑이 필요했다. 에너지원이 있어야 견디고 버틸텐데 사실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무엇인가를 만든다는 건 꽤 힘든 일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네가 필요했다. 네 존재가 필요했다. 빈껍데기라도 좋으니 곁에만 조금 더 머물러달라고 욕심 부렸다. 나를 사랑하지않아도 괜찮으니 내가 사랑할 수 있도록 해달라 속으로 목놓아 외쳤다.
너의 마음을 토해낸 그 순간에도 나는 너의 연락이 내용과 상관없이 기뻤다. 이별했다는 사실을 잊고서.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했는지 구구절절 네가 모르는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싶은데, 그냥 그 연락하나가 그렇게도 기뻤다는 거, 내가 얼마나 아플지는 모르겠고 언제든 나에게 찾아오라고 말하고 있다는 거. 아주 작은 희망인지 불행인지 무엇인지 모를 씨앗이라도 붙잡고 싶어한다는 거.
조금만 사랑했다면 너는 쉽게 날 찾았을까. 차라리 조금만 마음을 줄걸 그랬다. 네가 언제든 부담없이 무슨 이유든 찾을 수 있도록. 차라리 처음부터 그런 마음인걸 빨리 알아차렸다면 달라졌을까.
잠이 오지 않을 밤이다. 다시 처음부터 이별을 한다. 네가 올지안올지 너의 선택에 맡긴다. 나는 애초에 선택지가 없으므로 네가 오면 가고 네가 오지 않으면 또 잊은 척 살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나는 무슨 이유로든 상처받을테니 내 상처가 걱정된다는 비겁한 변명은 진짜 비겁한 것이다.
네가 나없이도 행복했으면 좋겠다가도 막상 힘들어하는 모습 보니 마음 아프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지금 당장이라도 내가 달려가서 네가 필요로 한 나를 다 주고 싶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줄 알면서도 나는 너를 그렇게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