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964년생. 공장노동자 출신 변호사. 시민운동가. 재선 성남시장. 전국 228개 기초단체 중 하나의 장.
그런데도 보수 언론 사설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의 단골 등장인물. 물론 칭찬받은 사례 없음.
여야 4위까지 포함하는 한국갤럽 차기 대권주자 조사에서 6개월째 야권 후보군 4명에 진입. 지지율 1~4%. 알기 쉬워 보이지만 복잡하다.
선동가의 뜨거운 피와 행정가의 차가운 성과주의가 아무렇지도 않게 공존한다. 종일 트위터에서 극우 논객과 입씨름하는 ‘트잉여’(트위터 잉여)인가 했더니, SNS를 이용한 실시간 민원처리 시스템을 만들어 행정 혁신 모범사례가 된다.
공격적인 무상복지 정책을 잇달아 내놓아 기세를 올리는 와중에도 판세와 구도에 따라 퇴각을 검토하는 쫀쫀한 계산을 한다. 열혈 지지층만 보고 가는 그릇 작은 정치인처럼 굴면서도 묘하게 ‘적진’에서 지지를 이끌어낸다.
야권의 무덤인 분당구 득표율을 44.6%(2010년)에서 53.8%(2014년)로 끌어올렸다. 9만2000표가 4년 만에 12만6000표로 바뀌었다.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야권은 ‘중도화 노선’으로 기수를 틀었다. 열성 지지층을 강하게 결집하는 야권의 정통 전략에 이제는 중도가 환멸을 느낀다는 반성이었다. 적대보다는 공존의 언어를 사용하고, 상대를 인정하고, 노선이나 이념색이 너무 선명한 이슈는 접어두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평가는 야권 내에서 합의에 가까웠다.
‘결집형’의 시대가 가고 ‘침투형’이 대세로 떠올랐다. 중도 노선을 내건 안철수 전 대표, 대구 선거를 준비하는 김부겸 전 의원 등이 침투형을 대표한다.
그래서 이재명은 독특하다. 그는 침투형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믿는, 얼마 남지 않은 결집형 지지자다. 자기 의제를 강하게, 때로는 과격할 정도로 단호하게 밀어붙여야 승산이 있다고 그는 믿는다. 중도의 환멸은 어떻게 관리할까? 여기서 그가 내놓는 무기가 행정가적 성과주의다. 말이 강한 것으로는 소용없다.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결집형의 단호함에 중도도 환멸이 아니라 매력을 느낀다는 논리다.
선동가와 행정가라는 양면성은 이렇게 서로를 떠받친다. 불안 요소는 여전히 많다. 11월9일 성남시청에서 이재명 시장을 만났다. 인터뷰는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100분 동안 진행됐고, 막판에는 보좌진까지 가세하는 난상토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