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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의 정치경제학: 낙성대경제연구소의 기원
게시물ID : history_62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저기저편
추천 : 5
조회수 : 292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11/12 00:58:09

아, 참 거창한 이야기인데요;;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뉴라이트 쪽에 속하는 낙성대경제연구소(이하 '낙성대')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시는 분들이 참 많아서 제가 몇 가지 팁을 드리려고 올리는 글입니다.


1. 낙성대경제연구소의 계보

낙성대 계열의 연구자들은 큰 범위에서 보면 서울대와 일부 성균관대 경제학과 출신의 연구자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경제사 범주를 공부하는 사람들이죠.


"연구소의 구성원은 대체로 안병직 교수가 이전에 서울대 경제학과 대학원에서 지도해오던 한국경제사 연구모임/세미나 멤버를 주축으로 하여 구성하다."

- <낙성대경제연구소 연혁>, http://www.naksung.re.kr/xe/aboutnier1


안병직 교수가 그 1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낙성대는 이 그룹 안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2세대로 특출난 사람을 이영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사실 안병직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별로 많지는 않더랍니다. (참조로 서울대 서양사학과 안병직 교수와는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다만 이 사람이 1980년대에는 강만길 선생님 등과 함께 진보적 역사학자였다는 사실은 압니다. 그리고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전반기 전향하죠.

왜냐하면 그 전까지 사회주의를 하자고 하셨던 분들이 소련 및 북한, 동구권의 몰락과 함께 돌아서는 것입니다. 이론적 전환을 하게 되는 것이죠.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서 하겠습니다.

다만 여기서 안병직이 '전향'을 선언하자, 낙성대 계열의 서울대 경제학과 경제사(일부는 이영훈이 교수였던 성균관대 경제학과에 있던 2.5세대 혹은 3세대) 전공 다수는 전향하거나, 혹은 전향이 아닌 애매한 입장에 서게 됩니다.


2. '전향'

본래 이 '낙성대' 그룹(1987년 4월에 생겼다고 하지만 편의상 이렇게 부르겠습니다.)은 한국 진보그룹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던 것은 '식민지반봉건사회론'이었습니다.

무슨 뜻인고 하니, 식민지는 반(半)자본주의다. 지주-소작제라는 봉건제적 관계를 온존시키면서 자본제적 관계를 성립시키는 일제가 조선에 자본주의를 이식해서 이런 관계가 되었다. 이런 주장입니다. (1930년대라는 시기에 이미 이런 주장이 있었고, 낙성대그룹은 이러한 주장을 따랐습니다.)

미국이 한국을 복속하는 관계도 이러한 맥락에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중진자본주의론'을 만나면서 '낙성대' 그룹은 변하게 됩니다.

中村哲(나카무라 사토루)이라고 하는 일본 사람(교토대 교수)이 '중진자본주의론'을 이야기합니다. 중진자본주의론이란 20세기 일반적 발전 경로가 선진자본주의 국가를 따라잡기(catch-up)하는 것을 통해 중진국으로 들어선다는 것이고, 선진국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뭔 말인고 하니, 한국의 경제발전이라는 것은 catch-up 과정을 통한 일반적 자본주의 발전론에 의거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그런 나라는 세계에 대만, 일본, 독일, 한국 정도가 있는데..... 과연 이들이 미국이랑 친하게 지내지 않았으면 경제성장이 가능했을지 궁금합니다... ㅡㅡ;)


원래 낙성대그룹의 머리 속에서 '식민지반봉건사회'였던 한국은 경제발전을 할리 없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 '주변부'에서 혁명을 일으킬 나라였던 것입니다. 이 이론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현실 '사회주의' 국가였던 소련과 북한의 실체가 드러나고 이들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사실, 한국이 자본주의 발전을 확실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생긴 일들입니다.


"선생님, (남산 아래 쪽을 가리키며) 저 야경을 보십시오. 저렇게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동네가 어떻게 식민지고 반봉건입니까?"

- 서울에서, 이영훈이 박현채(김대중의 민족경제론을 지지했던 진보적 경제학자) 선생에게, 1980년대 후반에.


그러면서 차근차근 식민지조선(특히 1930년대)에서도 조선공업화 등 근대적 경제성장이 있었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하죠. 전범기업인 도요타재단에서 지원을 받아서 책을 펴내는 것입니다. (근대조선공업화의 연구, 근대조선의 경제구조 등)


이 주장이 1997년 '식민지근대화론'으로 정식화되게 되는 것입니다.


3. 받아들일 점, 비판할 점(1980년대 후반 이후의 연구저작들에 대해서)

우선, 받아들여야 할 점들도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A 아니면 B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1)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점

(1) 조선은 소농사회였다?

기존에는 자본주의맹아론으로 이야기되는 조선후기 발전상만이 제기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영훈의 박사논문을 필두로 하여 '소농사회론'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뭔 말인고 하니, 조선후기에 농민층 분해와 소상공인의 발전 등으로 대표되는 조선후기 발전상은 없었다. 오히려 조선후기는 '변화'보다는 '변동 없음'의 상태가 더 강했다는 것이죠. 따라서 농민층 분해도 적었고, 소상공인 발전도 적어서, 기존의 국유적인 부분이 더 많이 남아 있었고 농업생산력 발전도 덜 되었다는 점이죠.

비판할 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소농사회론'은 일제 논리(정체성론)의 '발전' 버전입니다. 그러나 사실관계면에서 조선후기의 생산력 발전은 분명 18~19세기에 줄어들기도 하고, 변화도 '체제내적' 변화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시사받을 수 있습니다.


(2) 대한제국기 재정은 전근대적인 측면이 많았다.

저희는 광무양전이 근대적 토지조사의 시점이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한국 근대법에서는 일제강점기 토지조사사업을 근대적 토지조사로 봅니다. 왜냐하면 이 시기의 광무양전은 이전 시기와 비슷한 점이 더 많았다는 것이죠.

재정은 고종의 개인적 기관이었던 궁내부-내장원으로 흘러들어갔습니다. 근대적 재정기관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죠. 왜냐하면 궁내부는 궁궐의 사적인 부분을 책임지는 공간이었습니다. 한 국가의 재정이 근대적으로 돌아가려면 행정부-입법부에서 재정을 처리해야 되는데 재정독립이 되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이 부분은 동전의 양면 중 어느 쪽을 강조하느냐 문제에 가깝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문제가 그 시대를 근대로 보느냐 안 보느냐의 핵심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만, 중요한 문제죠.

이런 문제에서 그렇게 최근에 욕을 먹던 이태진과 낙성대 그룹의 대표주자 김재호가 맞붙습니다. <<고종 황제 역사청문회>>이지요. 이태진이 거의 완벽하게 패배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여기서 김재호가 뉴라이트이지만 그 주장 일부를 따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재호만 고종 황제 욕하는 것도 아니고, 민족주의 사학자들 일부도 고종 욕합니다. 고종 욕한다고 역사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일제의 지배가 정당화되는 것도 아닙니다.


(3) 일제 시대 '근대적' 경제성장이 있었다?

이 시기에 대한 '낙성대' 그룹의 가장 대표적인 연구자가 김낙년입니다.

그래서 옛날에 디씨 역갤인가? 거기서 제일 유명했던 '강희대제'가 김낙년 인용하면서 열심히 빨아줬던 기억이 납니다.

자세한 건 다 차치합시다.

쿠즈네츠의 근대적 경제성장 이론('GDP가 적어도 30~40년 이상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면' 근대적 경제성장)을 들고 와서 일제강점기 중 1930년대가 그 시작이라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음....1930년대는 자본주의가 급속도로 발전한 시기가 맞습니다. 옳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경향에서는 민족주의자 입장에서도 (다른 맥락에서) 이것은 충분히 받아들이고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김낙년이 민족주의에 굉장히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http://newsmaker.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207031802091&pt=nv

주간경향 기사를 참조하시길......


2) 비판해야 할 점: '자본주의', '근대' 만능론?

이들은 미국 이론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무엇보다 경제학자들이라서 그런지 그들의 이론을 받아들여서 모형을 가지고 연구하는 것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그리고 역사학자들이 약한 '추계'를 가지고 논하는 것을 많이 하지요.

그런데 문제점은, '민족'이라고 하는 것은 이식자본주의적 경험을 겪은 나라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모든 역사를 '자본주의'가 언제 시작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시작하는 문제가 이들에게 있다는 점입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자본주의'=선(善)이며, 그 이외의 체제는 정체되어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주장 자체가 선험적이지만, 위의 기사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객관적'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통계를 통해서 뭐든지 다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통계를 통해서 형해화되는 측면이 존재한다, 이 말입니다.

이들의 고민 속에서는 전통-근대, 계급,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와 같은 것은 생각될 가치조차 없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발전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사람들이 잘 먹고 사느냐, 그런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이죠.

자본주의/제국주의의 이름 하에 황국신민의 이름으로 징병, 강제징용당했던 역사를 부정하는 것, 도대체 무슨 의도냐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일제강점기 만주국 장교였던 ㅂㅈㅎ가 대통령이 되어 일제강점기 '자본주의적' 도구를 이용해서 사람들을 못 살게 만들었던 것도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국가-자본주의-경제발전'이라는 틀에서는 별로 문제될 것이 없는 것입니다. 세계 최대의 노동시간(공식집계 1주일 50~60시간)을 자랑했던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희생된 노동자들은 별로 관심 대상이 아닌 거죠. 같은 맥락에서 일제강점기가 '자본주의'였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4. 민족주의/국가주의와 낙성대는 같이 갈 수 있다.

'민족주의'를 병적으로 싫어하는 낙성대 때문인지, 역사학자들 대부분은 낙성대를 참 싫어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낙성대도 '국가주의'입니다. 국가 틀 안에서 사고하면서 자신들의 연구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 '탈민족주의'를 이용하는 것이죠.

한 예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연구영역을 넓히기 위해서 '민족주의 역사학'으로 대표되는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비판한답시고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국문학자/사회학자들을 포함하여 책을 펴냅니다. 그러면서 식민지근대화론자들이 포스트모더니즘을 이용하기 시작하였죠. (다행히 일부 탈민족주의자들은 이것을 비판하면서 뉴라이트적 생각이 국가주의적이고 근대적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죠.)


그런데 이렇게 맨날 싸우는 것 같은 일부 역사학자 분들과, 낙성대 분들과는 미묘한 '공통점'이 발견됩니다. 바로 한국을 이야기할 때 '국가'와 '민족'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계급'이라든지 '다양성'은 뒷전으로 미루시죠.

(아이, 낫기는 역사학자 분들이 훨씬 낫죠. 저는 다만 현재의 입장에서 '국가', '민족'을 바라보는 입장을 가지고 논쟁하는 두 입장을 넘어설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웃기는 건 뭔지 아세요?

지금 '역사학자'들보다 낙성대 그룹이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훨씬 민족주의적이었습니다.

이들이 비판하는 '식민지반봉건사회론', '민족주의'는 모두 낙성대 그룹의 주장이었습니다. 즉, 웃기는 건 자기들의 '과거'를 비판하고 있다는 점.... 이 문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죠.

오히려 1980년대에 식민지가 자본주의라고 맨 처음 주장한 사람은 '역사학자'인데(원하시면 논문을 보여드릴 수도 있습니다), 자신들은 자신들이 그 주장을 처음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자기 반성이 필요한데.... 그런 반성은 요원한 일 같습니다.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데, 낙성대 및 뉴라이트의 실체를 밝히고자 한 글이기 때문에 더 길어지기 전에 글을 마칩니다.


요약

1. 낙성대경제연구소는 서울대 경제학과 한국경제사 전공 출신들이 만듬.

2. 원래 NL 계열의 운동권들이 1980년대 후반 소련-북한 몰락과 함께 '전향'함.

3. 야, 대한민국 만세! 자본주의 만세! 일제시대도 경제성장했다! 대한제국기에 고종 병신! 대략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역사관. '대한민국 만세' 빼고 다들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주장임. 다만 민족차별로 고통받았다는 이야기는 뉴라이트 애들은 하고 싶어하지 않음. 경부심(경제학과 자부심) 때문임. (맨날 민족주의 이야기나 하는 찐따들....ㅋ 뭐 이런 느낌임.)

4. 낙성대는 '자본주의'와 '근대'가 만능이라고 생각함. 식민지가 자본주의가 맞다고 하더라도 자본주의가 꼭 좋은 것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음. (민족차별이라든지....강제징용이라든지.)

5. 낙성대 주장을 듣고 보면 '민족주의자'들은 찐따라는 주장인데, 옛날에 정작 '민족' 이야기했던 사람들은 자기들임;; 그에 대한 자기 반성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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